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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May 17. 2021

당연한 건 없다

어쩌면 당연하다 생각하는 것들이 어쩌면 당연하지 않다. 우리가 마시는 공기, 햇살, 바람, 신선한 향기, 풀꽃, 나비, 자연이 그렇고 사람도 그렇다. 나와 함께 지내는 가족들, 가끔 만나는 지인들, 인사하는 나와 알고 지내는 사람들, 동료들.


알지만, 당연하다 알고 지내지만 당연하지 않은 것들. 하루가 어제와 같고 내일이 또 오늘이 같은 나날이 반복이지만 그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하루가 될 수 있겠지. 그 간절한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맛보지못하는 내일이 될 수도 있겠지.


어느 가정에서는 행복과 사랑을 만끽하며 자라나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에, 또 다른 한쪽에서는 엄마에게 맞아 아빠에게 맞아 죽임을 당해야만 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저 태어났을 뿐인데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작디작고 여린 존재들. 아이들.


나의 둘째는 이제 4살이고 자기주장을 할 때고 말을 듣지 않을 때다. 내 아이만 잘키우면 된다고 생각했던 내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정인이라는 존재를 알게 되고 사랑받으며 잘 성장해야할 아이가 부모의 학대끝에 죽었다. 분명 살릴수 있었던 수많은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인이는 끝내 살수 없었다. 살리기 위한 신고는 무시당했고 아이는 죽을때까지 맞아 결국 죽었다. 돌이킬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살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후회에 후회를 하고, 통탄의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아이는 부모라는 울타리안에서 보호받으며 성장할 권리가 있고 사랑받아 마땅하지만 이 사회는, 특히 대한민국에서는 약자에게는 늘 음지가 그늘이 도사리고 있다. 가해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나라에 실망을 했다. 그럼에도 큰 바다에 작은 물방울 하나 던져본다. 내가 할수있는 일을 하나씩 해본다. 그것이 글이 되었든 진정서가 되었든 청원이 되었든 '지금' 내가 가는 이 길이 곧 나의 아이들이 따라올 길일테니까.


당연한 건 없다. 안전하고 행복한 순간을 누리는 순간을 되새김해본다. 먹는 것도 입는 것도 만나는 것도 이야기하는 것도 편하게 내몸을 눕힐 수 있는 것도 집도 나의 아이들도 가족들도. 문득문득 당연한 이 감사한 것들을 잊고 지내지만,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지금, 이 순간을' 깨우치는 연습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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