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 시간, 잠시 고민한다. 내 가방은 작은 편이다. 작은 가방에 들어갈 만한 그림책을 고른다. 주문한 책이 새로 왔거나, 온지 한참이 되었지만 안 본 책을 고른다. 오늘도 가방 안에 그림책 두권을 넣었다.
출근하면 내 자리 작은 서랍에는 그림책 한 두권이 있다. 점심시간에 그림책을 살펴보고 그림책 속 예쁜 풍경이나 이미지를 사진 찍기도 한다.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아이를 생각하며 어떻게 읽어줄 지 생각하기도 한다. 그림책 속에는 봄여름가을겨울이 들어있다. 봄에는 따스한 햇살과 푸릇푸릇한 새싹들이 떠오른다. 여름이면 시원한 수박과 뜨거운 햇볕 그리고 수영장이 떠오른다. 가을에는 빨강노랑 알록달록 예쁘게 물이 든 나무들과 그 속에서 하나둘 떨어지는 낙엽들이 떠오른다. 겨울에는 으슬으슬 몸이 떨리는 추워진 날씨와 고드름, 아이들이 뛰다니며 놀이하는 눈사람이 떠오른다. 그림책 속에서 가족을 만나고 계절을 만나고 사랑과 추억을 만났다.
책을 보면 네가 생각이 나
서점을 방문하는 날은 언제나 설렌다. 오늘은 무슨 책을 만날까? 어떤 책이 눈에 들어올까? 아이는 어떤 책을 고를까? 매번 새로운 분위기에 새로운 책들을 마주한다. 지난 번 구경한 책도 있고 이번에 새로 들어온 책도 있다. 혼자 서점을 방문하는 날이면 학교에 있는 아이 생각이 난다. 이 책을 좋아할텐데. 이 책도 좋아할까? 이런 책을 선물해주면 어떨까? 책을 보면 아이 생각이 나고, 아이 생각을 하다보면 또 책이 눈에 들어온다.
지금은 보고 싶은 책을 자신이 추천해주기도 하고, 서점 어플을 보고 사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그럼 나는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언제쯤 사줄게~ 약속하기도 한다. 가능한 아이가 보고싶어 하는 책은 사주려고 노력한다. 어느덧 책으로 마음이 통하는 날이 오기도 하고 책이란 연결고리를 통해 대화를 하기도 한다. 언젠가 침대에서 늘 붙어다니며 함께 한 시간동안 아이와 나는 그림책을 보며 많이 웃기도 하고 많이 울기도 했다. 그림책에 쏟은 정성만큼 아이에게도 엄마의 사랑이 전달되었다고 생각한다.
옷 신상 보다 책 신상
옷을 살 때보다 책을 살 때가 더 편하다. 옷도 격식을 차리거나 몸가짐을 위해서 중요한 필수품이지만 최소한의 옷가지로 외출준비를 한다. 새로운 옷을 찾기보다 아직은 나에게 익숙한 베이직하고 무난한 옷이 좋다. 나 역시 신상을 좋아하고 새로나온 멋진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재질의 옷들을 좋아하지만 나에게 맞는 새로운 옷을 찾기 위해 들이는 시간과 노력보다는 나에게 맞는 새로운 책을 찾는 데 더 투자하고 싶다.
그림책을 고르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면 바로 신간을 둘러보는 것이다. 특히 해당연령마다 필수도서나 베스트셀러가 정해져있는데, 처음 그림책을 접하는데에는 도움이 많이 되지만 어느정도 나만의 취향을 알았다면 신간코너에서 편견없이 고르는 것이 좋다. 그림책 표지만 보고도 보고싶은 책을 고르거나 아이와 함께 서점에 가서 한장 두장 샘플본을 읽어보고 마음에 들면 구입하는 것이다.
책을 보는 안목은 보면 볼수록 생기고 아이의 취향은 엄마를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나는 색감이 곱고 아기자기한 캐릭터를 좋아하는데, 그런 책을 위주로 읽어주었더니 아이의 눈에도 아기자기하고 정감있는 캐릭터가 눈에 들어오나 보다. 물론 지금은 스스로 책을 고르고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빌리고 읽으면서 취향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책에 대한 관심은 꾸준한 책 읽어주기에서 시작되었고 책에 관한 취향은 부지런한 서점탐방과 책 고르기에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