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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Jul 29. 2021

글은 남는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

글은 남는다. 우리가 쓰는 글은 남는다. 어디에 남기든 어디에 끄적이든 나의 글은 남는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글을 쓰든, 내 자신을 위해 글을 쓰든, 책을 만들기 위해 글을 쓰든 어느 글이든 저마다의 소명이 있는 듯하다. 가끔은 글을 쓰다가 울컥해서 울어버린 적도 있다. 글 속에 내 마음이 몰입이 되어서 글이 내가 되고 내가 글이 되는 순간도 있다. 내 마음을 표현하기에 글 만큼 좋은 것이 있을까?


한 동안 글을 쉬었다. 쉬려고 쉰게 아닌데 저절로 쉬어버렸다. 나의 유일한 글올리는 플랫폼은 이곳이다. 블로그도 해보고, 다른 잡지사에 글을 올려보기도 했지만 유일하게 끈덕지게 붙들고 있는 곳은 바로 여기다. 내가 쉬어도 구독자는 쉬지 않고 나의 글을 보기도 한다. 지난 나의 글이지만, 좋아요를 눌러주는 이가 있고 부끄러운 나의 과거모습이지만 스스럼없이 바라봐주는 이들이 있다. 그러기에 나는 글을 쓰고 글을 쉬지 않는다.


어느 잡지에서 이런 글이 있었다. 가수 양희은이 한동안 가수활동을 쉬면서 몇년만에 낸 곡이 히트를 친 적이 있었다. 그 몇년동안 노래를 안 불렀다고 했더니 다른이가 얘기하기를 그 동안에도 쉼없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다는 대목에서 나는 크게 울림을 얻었다. 주어진 환경에서 글을 쓸수 없는 상황에서도 나는 여전히 글을 쓰고 있었다. 이전에 올린 글처럼 글을 쓰는 시간만큼 중요한 것이 글 쓰지 않는 시간이다. 글 쓰지 않는 시간에는 내 손가락들이 키보드위에서 춤을 추지는 않지만,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고 때로는 좌절도 하고 실망도 하고 기뻐도 하면서 하루하루를 순간순간을 내 기억에 담아놓는다. 그럼 그 기억창고에서 무릇 한 두가지의 좋은 소식들이 들려오기도 한다. 그럴 때 지금처럼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이다.


참으로 오랜만이다. 한 두달을 쉬었던 것 같다. 여전히 좋다. 글쓰는 내가 좋고 이제 왔어? 물어봐주는 이곳이 있어서 다행이다. 묵묵히 일상을 보내고 아이들을 돌보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개어놓다가도 내 마음이 궁금했다. 빗장처럼 닫혀있던 내 마음을 다시 열어준다. 내 마음아.. 톡톡 불러주는 이시간에 나는 다시 글을 쓴다. 

대화를 하고 인사를 나누고 농담을 하고 하하 웃기도 하면서 그러는 와중에도 나는 내가 궁금했다. 나에게 말을 걸고 싶었던 것 같다. 매일 그래주었는데, 요즘에는 나한테 왜 그래? 그런 마음이 차오를때 노트북을 다시 열었다. 사실 소진되었던 것 같다. 글을 써갈겨 대던 적이 있었다. 하루의 일상을 글에 녹아내고 카톡창에 쓸 거리들을 만들고 유일하게 나와의 대화통로에서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렇게 한권의 원고를 편집하고 수정하고 또 편집하고 원고를 책으로 만들어내기 까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소진되었다. 그래서 쉬고 싶었다.


책을 만든다는 건 그런게 아닐까? 나에게 보여주기 위해? 미래의 나에게, 나의 자녀들에게 누군가에게 나의 글을 남겨놓기위해 책을 만든다. 종이쪼가리에 불가한 글을 하나하나 엮어서 책으로 묶어주니 보기에도 좋고 내 마음에도 든다. 유일하게 내 손으로 직접 만든 책이기에 뿌듯하기까지 하다. 여전히 나는 내가 좋아하는 책을 수집하고 그림책을 모은다. <엄마 책가방속 그림책>은 그런 과정속에서 탄생한 책이다. 외부유통과정을 하루하루 기다리는 시간도 즐거웠고 어제는 교보문고에서 유통이 시작되었다. 물론 서점에서 비치되지는 않았지만 그럼 어떠랴. 인터넷에서 내 책이 보이고 나의 정성으로 일구어낸 산물이 눈앞에 보이는 것 만으로 고맙다. 주위에 고마운 분들에게 한권 두권 선물하고 있다. 여러분 덕분에 책을 쓸 수 있었다고 감사의 인사말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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