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에도 마음의 결단이 매우 중요하다
정리를 한 적이 있다. 우리는 정리를 매일 한다. 내가 사용한 물건을 제자리에 두는 것도 정리이고 필요없는 물건을 버리는 것도 정리다. 내 아이들이 사용한 쓰레기를 비우는 것도, 내 가족에 먹고 남은 음식쓰레기를 비우고 치우는 일도 모두 정리다. 비우고 채우고 또 비우고 물건을 제자리에 두고 또 옮겨두기도 한다. 우리는 정리와 함께 살아가고 물건과 함께 살아간다.
정리를 받은 적이 있다. 정리수납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내심 큰 기대를 했었다. 많은 기대를 했다. 어느 날 맘카페에서 정리수납을 받은 맞벌이 가구를 모집하는 글을 보고 내심 큰 기대를 하며 지원서를 작성해서 보냈다. 미리 사전 체크를 하고 어느부분을 중점으로 정리해줄지 논의하고 정리수납을 받는 당일이 되었다.
그날은 내가 일하지않는 쉬는 날이었고 나의 두아이와 함께 있었다. 남편도 쉬는날이라 집에 있었는데 정리를 받는다고 하니 근처 피씨방 등에서 시간을 보내겠다고 하고 자리를 피했다. 그도 그럴것이 정리팀 7~8명의 많은 사람이 내 집을 방문하니 여간 불편할수가 없었다. 껌딱지인 둘째 아이를 안고 어르고 달래가며 장장 9시간 가까이 되는 시간동안 구석구석에 물건과 가구의 위치를 바꾸고 조언을 받고 요청해가며 그렇게 정리를 받았다.
너무 큰 기대를 한것일까? 방송에서 보던 그런바람은 이루어지지않았다. 하지만 아이의 소소한 방정리와 여기저기 흩어뿌려져있던 책들과 물건이 어느정도 자리잡혀 보기는 좋았다. 버리는 과정에서 너무 과감했나? 싶은정도로 아쉬움이 남은 버린물건도 있었고, 이게 어디갔지? 내 물건이 어느공간으로 이동했는지 모를정도로 헷갈리기도 했다. '내 물건'은 '내가' 정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정리도 훈련이고 습관이다. 해봐야 늘고 매일하는 정리를 조금씩 하다보면 어느순간 버릴 건 버리고 취할건 취하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아이를 양육하고 키우면서, 그리고 일도 하면서 정리하기는 쉽지 않았다. 짐은 점점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가고 빈공간이 줄어들정도로 물건이 늘기도 한다. 나 혼자만 생활하는 것과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것은 판이하게 달랐다. 아이를 외동으로 키울때는 그래도 웬만큼 짐이 정리되었고 깔끔했지만, 또 다시 육아를 시작하고 필요한 물건이 쌓이고 엉키면서 (일을하다보니 집에있는시간이 턱없이 부족해지면서) 정리와는 점점 담을 쌓아갔다.
이제야 우리 삼남매를 키운 엄마가 이해되었다.
정리를 해 준적이 있다. 방학이면 으레 친정인 구미에 내려간다. 친정집을 방문하고 방을 정리한적이 있다. 깔끔하게, 보기좋게 정리해주고 싶었다. 나의 마음은 그랬다. 엄마의 동의를 받아 필요없는 물건들을 싹 치우고 버리고 비워냈다. 홀가분하다는 엄마의 표정을 보고 나도기뻤다. 다른 한편으로는 엄마아빠의 동의없이 오래된 필기류를 거침없이 정리한적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엄마아빠가 애정이 깃들어 찾은 물건을 내가 임의로 마음대로 버린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정리를 받아보고 나니 내 물건의 위치가 바뀌었거나 버리고싶은 마음이 아직은 없었는데 버려진다면 그 또한 마음이 불편하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되었다.
버림에도 마음의 결단이 매우 중요하다. 10프로 20프로,, 60프로,,90프로 이상의 버리고자하는 확신의 마음이 들면 그때가서 버리면 된다. 59프로 정도의 애매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괜히 버려가지고..'하는 아쉬움과 미련이 남을 수 있다. 내가 이 물건을 버릴까? 말까 애매한 마음이 들때면 나는 1차 드레스룸안에 박스에 넣어두거나 2차로 신발장옆 창고에 넣어둬본다. 눈에 보이지않는데 어느순간 필요한 순간이 생기면 그때 꺼내와도 되고, 눈에 보이지않고 필요도없고 찾지도 않는다면, 그리고 그 기간이 6개월씩 길어진다면 그 물건은 정리하기 훨씬 쉬워진다. 비우고 버리고 나눔하는데 확고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