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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Jul 30. 2021

결국 정리는 내가 하는것

비닐 대신 바구니가 좋다

정리수납도움을 받아본 적이 있다. 이전 글에서 다루었지만 그리생각보다 만족감이 높지 못했다. 방송에서 다루어지는 것처럼 어쩌면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했었지만,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알게된 건 정리는 '내가' 해야한다는 것과 (어디에 어느물건이 있는지 한동안 찾기가 어려웠다) 정리의 90프로는 바구니 라는 사실이다. 그렇다. 정리를 하려면 구획을 나눌수 있는 바구니가 중요하고 필요했다.


이전까지는 나는 바구니를 사는 것에 인색했다. 정말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이즈 치수를 재어가며 한두개씩 사서 물건을 보관하기는 했다. 정리를 받아보니 정말 엄청난 양의 바구니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가족의 구성원은 총 4명이고 아빠,엄마, 큰아이, 작은아이 각자의 양말만 해도 엄청난 양이다. 위아래 속옷과 겨울과 여름철 수많은 옷가지를 정리하기에는 옷장의 공간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바구니였다.


정리의 90프로는 바구니다. 온라인으로 사기도 하고 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할때도 바구니를 샀다. 아이 옷장이 정리되지가 않았다. 내가 실제로 원한건 어떤 형태의 수납도구를 사용해야 아이의 옷장 정리가 될까, 내 옷장 정리가 될까 였는데 그런부분은 개선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직접 치수를 재고 여러번의 시행착오를 경험하면서 옷을 정리해두기 편한 오픈형수납 상자를 주문해서 조립했다.


바구니는 언젠가 필요하다. 이런저런 바구니를 사두니 아이들 장난감도 정리하고 내 화장품도 정리해두니 보기좋았다. 정돈은 물건의 자리를 정해두라는 의미가 있듯이 자리를 정해두기위해서는 바구니가 꼭 필요했다. 작은 바구니 큰 바구니 구멍뚫린 바구니 뚜껑있는 바구니 등 각각의 용도에 맞게 필요한 살림살이들이 기가막히게 쏙쏙 들어갔다. 보기에만 좋은 정리가 아니라 '내가 편한' 정리가 될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나의 동선과 가족의 동선이 편해야 하고, 꺼내쓸수 있게 손에 닿아야 한다. 한눈에 무엇이 있는지 라벨로 써두면 더 좋은점도 있었다.


엄마들이 정리에 취약한 이유

아이들이 태어나고 식구들의 짐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시작한다. 성인이되면 입는옷은 거기서 거기지만 갓난아기가 10대 20대가 될때까지 치수별 옷가지들과 철마다 옷을 구비하고 버릴 것이고 신발과 책들과 장난감들과 가구, 각종 살림살이들이 엄청나게 늘어나게 된다. 먹고 자고 생활하는데 우리가 일평생 필요한 물건들이 엄청나게 많고 많다. 쓰고버리고 또 사고 먹고 치우고 버리고의 리듬이 반복되고 연속된다. 가정의 살림살이의 중심은 엄마이고 엄마들이 정리에 취약한 이유는 갑작스럽게 늘어나는 짐들을 자주 버리고 비워줘야 하는데,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일을 하다보면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다보면 나도모르게 물건은 쌓이고 비우고 버려도 들어오는 짐들의 양이 워낙 많다보니 물건들의 양에 공간이 침식당하게 된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또다른 문제는 어느새 나도모르게 산후우울증, 육아우울증이 찾아와 정리해야되겠다는 마음의 순간의 끈을 어느순간 놓쳐버리게 된다는 사실이다. 나도 그랬다...


그래서 어쩌면 나의 엄마의삶은 이해하게 되었고 어디서부터 어느시점부터 손을 봐야하는지 갈피를 못잡을때가 있었다. 커나가는 아이를 바라보며 어느순간 무력해져가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아주 조금씩 조금씩 내주변부터 내 공간부터 살피기 시작했다. 크게시작하지 않고 베란다부터 주방부터 냉장고부터 하나씩 둘씩 비워나가기 시작했다. 사실은 버리는 방법을 몰랐던 건 아닐까. 이건 어떻게 버려야 돼? 의문이 가는것들이 있었다. 그래서 손을 놓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화분의 흙은 버리지마세요! 아파트 단지안을 걷다보니 어느 표지판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그럼 어떻게버려야 하는지도 알려주세요! 라고 묻고 싶었다. 일반쓰레기로 버리면 되는걸까? 아이들의 장난감들은 원목도 있고 플라스틱도 있고 봉제인형들도 있다. 황생봉투를 사서 원목장난감들과 잡다구리한 인형들도 담았다.


우리집에는 100리터 일반쓰레기봉투가 있다. 창고안에 입을 벌려놓아두고 한번씩 공간을 정리하면서 모아둔 쓰레기를 100리터 쓰레기봉투안에 넣어둔다. 만에하나 혹시라도 필요한경우가 생길지도 모르지만 그런일은 거의 없었다. 이마트에 장보러가면 생각보다 많이사는 경우가 있다. 내가 에코벡을 준비해가도 양이 많아지면 그동안 생각만해두었던 바구니를 산다. 빨래를 담을수 있는 형태의 바구니도 좋고 입은옷들을 정리하거나 버리기직전의 안입는 옷들을 정리하기위한 용도의 바구니도 좋다. 꽤나 큼직한 바구니를 사두니 옷가지를 정리하고 빨래가지들을 넣어두기에 안성맞춤이다.


가구 옮기는 것이 좋은 이유

개인적으로 가구를 옮기는 것을 좋아한다. 아이들이 흘리고 묻혀도 닦아내기쉬운 가벼운재질의 소파를 거실에 두고 이리저리 옮기기도 좋다. 책장에 책들을 꺼내어볼수 있게 거실에는 책장을 두었다. 일렬로 쫘악 정리해둔 책장에 책들을 한번씩 정리한다. 에어컨 들어올자리를 마련하기위해 거실에 있던 내 책상을 안방으로 옮기고 책장앞에 있어 답답했던 테이블과 의자를 모두 거실창가자리로 빼두었다. 아이들도 그곳에 가서 앉는다. 정체되있던 공간에 생기가 돈다. 아이들에게도 가구옮기기는 좋은 영향을 준다. 재주가 있다면 페인트칠을 해서 가구의 느낌을 새로이해주어도 참 좋다. 일률적이고 늘상 있던 자리에서 벗어나서 가구를 이리저리 옮겨준다는 것은 정체되어 있던 곳에 생기를 돌게 하고 아이들의 감성과 생각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아이디어와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도 한다. 그게 내가 가구를 옮기는 이유이고 자리를 바꿔주는 이유이다.


나는 오늘도 집에서 잡초를 솎아낸다.

오늘은 무엇을 버릴까? 자리를 바꿔볼까? 어렵다면 하루에 하나씩이라도 버리는 연습을 해보자. 나눔바구니에 넣어도보자. 지금내가 필요없는 것, 사용하지않는것, 내 손길이 닿지 않는 것은 (사용안해요) 바구니에 넣어도 보자. 나 대신 어느누군가에게는 정말 필요가 있고 쓰임이 될수도 있다. 물건에 또다른 쓰임을, 생기를 불어넣어줄수도 있다. 버려도 보고 잘못 사보기도 하고 나눠주어 보기도 하면서 물건을 사용해보자.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정리의 고수가 될수도 있고 생각지도 못한 나의 재능을 발견하게 될수도 있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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