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희정 Aug 10. 2021

다래끼를 열흘동안 달고 다녔다

다래끼. 이녀석. 너 인줄 알았다. 자연스럽게 떨어져나갈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2주가 넘도록 나와 여정을 같이 하게 될 줄은 몰랐다. 


2주 전 눈가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무엇이든 초반에 잡아야 하는게 좋다는 걸 알기에 일하는 중간에 진료를 받아보았다. 너무 초기였을까? 다래끼라는 의심만 있을 뿐. 영양제를 챙겨먹고(비타민) 더 심해지는 지 지켜보기로 했다. 아주 초기의 경미한 증상이라면 몸의 컨디션에 따라 비타민을 먹으면서 지켜보아도 괜찮아질거라는 설명과 함께. 그 다음날도 눈의 묵직함은 계속되었고, 나는 근처 약국으로 갔다. 면역이 떨어지면 다래끼가 잘생긴다는 설명과 함께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을 함께 처방받아왔다. 이틀 간 약을 꼬박꼬박 먹었다.


아이들이 방학을 했다. 학교도 방학, 어린이집도 방학이라 나는 아이들과 함께 구미로 향했다. 방학기간 동안 바깥외출은 못하는 상황이라 집콕을 하면서 친정엄마가 아이들을 돌봐주기로 한것이다. 쎄한 느낌의 다래끼도 여정을 함께했다. 점점 눈이 부풀어올랐다. (약을 먹었는데 이럴수가!)

약국에서 응급으로 처방받은 약은 효과가 없었던 것일까. 구미에서 하룻밤을 자고 일어났더니 눈 안쪽이 한껏 부풀어오르고 아파오기시작했다. 겉으로보아도 멀쩡하지않은 내 눈. 다래끼를 보더니 남편이 말했다. 속눈썹을 몇개 뽑아내면 염증도 함께 빠져나온다고 한다. 정말? 그런 경우가 있다는 걸까? 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던 나는 남편의 말에 얼른 속눈썹 몇개를 뽑아보았다. 안그래도 짧은 속눈썹을 뽑는다는건 쉽지 않았지만 별 도리가 없었다. 주말이 끼어있었고 병원에 가기도 애매했으며 나는 아이둘을 돌보며 병원가기도 쉽지않은 엄마였다. 남동생의 추천으로 따듯한 물찜질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하루 이틀이 있으니 점점 가라앉는듯 보였다. 확 불어올랐던 눈꺼풀은 서서히 가라앉았고 겉으로 보기에도 살짝 부어있을 뿐 생활을 하기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찜찜한 이물감은 여전했다. 눈 안쪽 언저리에 누르면 만져지는 통증과 뻑뻑한 기분은 나를 여전히 불편하게 했다. 따듯한 물로 눈을 세수하기도하고 핫팩으로 눈가를 마사지하기도 하면서 괜찮아지겠지, 나아지겠지를 마음으로 주문했다. 안일한 마음 때문이었을까? 나아지겠지 막연한 믿음 때문이었을까? 혹은 관리를 제대로 못한 내 탓일까? 

결국 어제 안과로 향했다. 우리동네 안과는 유일한 한 곳이라 정말 사람이 많다. 평일에도 주말에도 낮이고 저녁이고 할거없이 늘 대기인원이 만원이다. 어제도 그랬다. 접수번호를 받고 대기한지 한시간이 지났을 무렵, 내 이름이 호명되었고 또 진료실 앞에서 대기했다. 왼쪽 눈을 퉁퉁 붓게 만들었던 다래끼는 오른쪽 눈까지 침범했다. 예상과 마찬가지로 눈다래끼였다. 하루종일 나와 붙어다니며 불편하게 하고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게 한 범인은 다래끼였다. 아주 속 안쪽 깊은곳에 자리잡아 쉽게 눈에 띄이지는 않았지만 결국 다래끼였다.


어쩌면 다행이었을까? 돌이 박히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말이다. 결국 째야할까? 싶은 우려는 잠시 접어둔채 일주일이상 항생제와 안연고, 항생제안약을 꾸준히 넣으면서 지켜보자고 했다. 왼쪽과 오른쪽눈에 다래끼를 안고 나는 약국에서 약을 타왔다. 초반에 가라앉을 줄 알고 병원에 가지않았으니 몇 주간 다래끼를 품고 살아야할것 같다. 일주일이면 괜찮아질줄 알았고 남편의 말대로 속눈썹을 몇개 뽑아내면 가라앉을 줄 알았다. 


무엇이든 초반에 관리가 중요하듯 다래끼도 마찬가지다. 다래끼가 자주 났던 남동생의 말대로 꾸준히 따듯한 물로 하루 몇번씩 눈을 마사지하며 씻어내면 염증이 가라앉는데 도움이 되었을 텐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하는둥 마는둥 한번 하고 말고, 귀찮아서 또 하지않았다. 다래끼도 눈꺼풀의 염증이라 술을 자제해야 했는데 그 역시 나는 참지못했다. 맥주 한캔정도는 괜찮겠지? 라며 안일한 마음으로 관리를 했다. 그러니 다래끼라는 염증은 내 곁에서 떠날수 없었겠지. 

다래끼에도 종류가 많고 초반에 쉽게 가라앉는 경우도 있지만 나처럼 관리를 그렇게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은 애초부터 낌새가 이상할 때부터 전문병원(안과)에 가서 약을 처방받아 오는 게 맞는것 같다. 진즉에 항생제와 안약을 처방받아 한쪽 다래끼에서 끝나면 될 일을 옆으로 번식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이제라도 약을 처방받아 먹으니 지켜볼 일이다.


오늘아침 자고일어나니 오른쪽 눈꺼풀이 퉁퉁 부어있다. 일어나자마자 약을 먹고 안약을 넣었다. 평소 컨디션이 떨어지거나 면역력이 약해지면 스쳐 지나갈 것도 이렇게 염증을 일으킨다고 한다. 비타민제를 잘 챙겨먹고 잘수있을때 충분히 쉬면서 내몸을 돌보는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일하고 육아하며 내시간 찾기힘든 경우는 더더욱 말이다. 알면서도 쉽지않다. 하지만 내 시간 찾기, 내 몸돌보는 것은 나에게 가장 소중한 내 가족을 돌보는 일이니 꼭 챙겨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오늘도 아침해는 밝았고 남편은 아침 출근을 했으며 유일한 내 시간을 찾았다. 그리고 다래끼는 현재진행형이다.

작가의 이전글 결국 정리는 내가 하는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