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희정 Aug 25. 2022

하루10분 그림책읽기의 힘 Prolog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던 어느 날, 우리는 공원으로 카페로 놀러 다녔습니다. 어린이집 하원을 하고 짜장면을 먹으러 다니기도 하고 주말에는 서점에 들러 오르골을 구경하기도 했습니다. 아이와 함께한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매일 밤 오갔던 수많은 눈길과 울음과 웃음으로 우리는 함께 성장했습니다. 그 연결의 끝에는 그림책이 있었습니다.     

어제는 둘째 아이가 침실에서 백설 공주 인형을 자기 무릎에 앉혀놓고 그림책을 읽어줍니다. 옛날 옛날에~ 로 시작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한 장 한 장 그림책 페이지를 넘깁니다. 스스로 알아서 이제는 제법 그림책을 바라봅니다. 엄마 무릎에 앉아서 보던 아이는 이제 자기 무릎을 내어줍니다. 그림책 읽어주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아이는 이제 자신의 목소리를 조금씩 내어봅니다. 그림책 읽어주는 시간은 엄마 목소리에 귀를 열고 마음을 열어주던 시간이었습니다.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시간이었습니다.     

늘 고민했습니다. 부족한 나이기에 더 많은 걸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누구나 다 그렇지 않을까요? 그림책이라는 친구는 늘 내 곁에서 나의 마음을 다독여주고 나의 마음을 응원해주었습니다. 하루는 웃었다가 하루는 울었다가 그림책을 읽어주며 나의 표정은 울고 웃었습니다. 그리고 그림책은 나에게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참 잘하고 있어. 희정아. ”     

지금 이대로 너의 모습도 충분해. 너는 잘해왔고 지금도 잘하고 있어. 그렇게 내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토닥여주었습니다. <하루 10분 그림책 읽기의 힘>은 그렇게 세상에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엄마의 마음, 아이의 마음 그리고 그림책의 마음까지 더해져 더 많은 사람에게 읽히게 될 것입니다. 어른이지만 책의 즐거움을 모르는 어른들이 참 많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책의 즐거움을 모르고 살았습니다. 마흔이 다 되어서야 책의 즐거움에 빠지고 그림책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나부터 시작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이대로 책의 즐거움을 모르고 지냈다면 어땠을까? 아이들에게 꾸준히 그림책을 선물해주고 읽어주지 않았다면 지금은 아마 다른 모습이었을 겁니다. 내가 작은 도서관에 다니면서 만난 책을 시작으로 책의 재미를 알아나갔듯이 이 책을 보는 당신도 책의 재미를 하나하나 알아가면 좋겠습니다.

내가 도서관에 다녀보고 아이를 위한, 그리고 나를 위한 책을 골라보고 그림책을 읽어본 경험과 지혜들이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관심을 조금만 기울인다면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책들이 있고 아름다운 그림책들이 있습니다. 내가 먼저 마을을 열고 도서관으로 서점으로 발길을 향한다면 나의 아이들도 도서관과 서점으로 자연스럽게 발길을 닿게 될 것입니다.      

지난 10년간의 육아를 그리고 나를 돌아봅니다. 신림동 언덕길을 오르내리며 아이와 함께 첫눈을 맞으며 노래를 불러주기도 하고 배가 너무 고픈 날에는 하원 하는 길에 포장마차에서 오뎅으로 한껏 행복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육아라는 여정 동안에 많이 헤매기도 했습니다. 참 어리고 나약한 나였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 강인함이 있었습니다. 내 아이를 잘 키워야겠다는 강한 다짐이 있었습니다. 

그림책은 어쩌면 나에게 온 한 줄기 빛과 같은 운명이었습니다. 육아하면서 진실로 도움받은 것은 그림책이었습니다. 그림책 속에는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가 나오고 친구, 언니, 오빠도 나옵니다. 엄마와 속상한 일이 있거나 친구들과의 이야기에 대해서도 그림책은 넌지시 알려줍니다. 속상한 마음을 달래줍니다.      

제가 좋아하는 그림책인 나카야 미와의 <도토리마을의 서점>에는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내가 대단한 게 아니라 책이 대단한 거야”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주고 열어주는 일은 우리 주변의 그림책을 읽어주는 일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그림책을 읽어주는 일은 나의 마음을 전달하는 일이고 아이의 눈을 바라보는 일입니다. 엄마·아빠가 진심으로 책을 대하고 책을 읽어주는 마음을 아이들은 알아차립니다. 아이들의 눈은 정직합니다. 재미없는 책은 가차 없이 던져버리거든요. 

그림책은 단순히 글을 읽는 행위가 아니라 그림을 보고 온몸으로 느끼는 행위예술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그림책 속에 주인공의 표정과 모습을 보고 그림을 감상합니다. 그림책 속 이야기에 빠져들고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마음으로 느낍니다. 잠이 든 후에도 귓가에 전해지는 엄마의 책 읽어주는 목소리는 다정한 자장가와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가 잠이 든 후에도 몇 페이지를 더 읽어주고 책을 덮습니다.      

결국 그림책 읽기는 사랑받은 만큼 사랑을 주는 내면이 단단한 존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일입니다. 책을 친근하게 대하는 부모가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은 아이의 인생에 크나큰 밑거름이 됩니다. 있는 그대로 내 목소리를 들려주면서 충분한 사랑을 받은 사람이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사랑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책 읽는 문화를 바꾸는 출발점입니다.

상담할 때도, 책을 쓰면서도 저의 경험이 어떻게 하면 일상이 변하는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늘 생각합니다. 책 읽어주기 이전에 부모인 나의 마음을 먼저 읽어주세요. 내 마음은 슬픈지, 우울한지, 두려운지, 기쁜지, 행복한지. 먼저 들여다 봐주세요. 힘들면 도와달라고 말하고 마음껏 도움을 받으세요. 아이를 키우는 일은 많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마세요. 필요하면 상담도 받으시고 도움을 받으세요.

누군가 나의 등을 살짝 밀어줄 때 나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합니다. 엄마의 마음이 그대로 아이에게 전해집니다. 엄마인 내가 온전한 존재로 마음과 몸이 건강할 때 내 아이도 지켜낼 수 있습니다. 내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는 일은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아이의 눈을 맞추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오늘 내 아이의 말에 귀담아 들어주었는지, 아이의 눈을 제대로 바라보았는지 생각해보세요.     

웃는 모습이 가장 멋진 사랑하는 남편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매일 웃음의 소재를 만들어 주고 엄마를 웃겨주는 나의 사랑스러운 두 아이에게도 고맙고 너희들이 자랑스럽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내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나를 키웠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면서 더 멋지고 아름다운 내면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최고의 부모보다는 늘 노력하는 부모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 책이 세상에 태어나기까지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작가의 이전글 그림책으로 함께 하는 성교육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