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도 살고 나도 살고
나의 두번째일, 아니 어쩌면 지금의 책방일을 하기 위해 거쳐간 모든 일들이 나에게는 경험이자 아르바이트이자 생생한 삶의 현장 아니었을까?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건 취직이나 입사라는 용어로 불린다. 하지만 그 이전부터 아르바이트라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 같다. 나 역시 많은, 아주 많은 아르바이트를 경험했다. 대학교에 입학해서 방학 동안에는 일반회사의 캐드보조업무를 하기도 했고 (친정인 구미에 있을 때 아빠의 소개로), 고깃집 알바, 편의점 알바, 과외알바, 동사무소 알바, 그리고 약국 알바. 등등
세상에는 수많은 아르바이트 직종이 있었고 나는 필요에 따라 한두달씩 길게는 더 오래 여기저기 메뚜기처럼 아르바이트를 했다. 대학 등록금이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도 어마어마하게 비쌌고 생활비라도 보태고자 짬짬이 아르바이트를 했다. 실상 아르바이트가 돈이 되느냐? 어떤 아르바이트를 하고, 몇시간 주말동안 일을 하느냐에 따라 (일의 강도는 마찬가지고) 액수도 달라진다. 정말 따분한 일도 있었고, 고기를 구워주며 신나는 알바도 있었다. 아르바이트는 나에게 첫번째 사회생활이었고, 삶의 현장이었다.
20대 초반에 대학교를 무난히 졸업했다. 간호사 국가고시를 합격하고 첫 발령지는 강동경희대병원 (그 당시 동서신의학병원) 이었다. 나도 처음이고, 병원이 문을 여는 것도 처음이었다. 다른곳에서 일하던 경력간호사들과 함께 난생처음 병원 문을 열었다. 오픈병원을 준비하는 건, 좋은일이기도 불편한 일이기도 하겠지만, 나의 경우는 좋은 일이었다. 모두에게 오픈 병원이고 새로운 병원이니 다 모르는 상태였다. 일적으로는 배워가야하는 게 많았지만, 병원을 함께 만들어간다는 의미가 강했다. 5년 가까이 소아과, 이비인후과, 산부인과 입원병동을 차례로 오픈하면서 나는 선생님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텃새를 부린? 사람도 있었고, 자신의 기분을 우리에게 푸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 역시 그렇게 심하지는 않았다. 다음 인계를 주고 병원에서 전화가 걸려오면 가슴이 쿵쾅 대기도 했지만, (물론 그당시에는 많이 힘들었던거 같다) 나에게만 그런게 아니었고, 내가 좀더 정확히 일처리를 못한 부분도 있었기에 나름의 상황에 적응해나갔다.
간호사 면허로 아주 길고 가늘게 일해온거 같다. 대학병원, 종합병원, 개인병원, 아동병원, 정형외과, 소아과, 이비인후과, 산부인과, 외래, 방문간호사 등등. 이렇게 적어놓고보니 정말 많은 곳을 다녔구나! 나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놀라게 되는거다. 내가 간호사로 20년 가까이 쉬지않고 (잠깐의 공백을 제외하고) 그래도 가늘고 길게 일해오고 있었구나 생각이 든다. 간호사에서 책방운영자로 변신하기에 큰 용기가 필요했다. 내가 이때까지 끌어온 기술과 경력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분야로 뛰어들것인가? 그 차이점에서 고민하고 많이 생각했다. 다른것 보다 생각이 들면, 한번씩 시도해보고 행동으로 옮겨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