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이 쉽다고 생각한 적 없습니다
그림책 모임이 있던 날, 정말 감명받은 일이 있었다. 여느 날처럼 책방 문을 열고 그림책모임에서 진행하게 될 그림책을 여러권을 골라놓았다. 이번 달 그림책모임은 한 분이 참석해주었는데 그래도 성심성의껏 그림책을 고른다. 나의 책방에 초등학교 2학년인 자녀와 함께 방문해주었던 분이다. 아이와 함께 온 날, 여러가지 그림책을 앉아서 읽었다. 그리고 그림책을 사가기도 했다. 내가 특별히 기억나는 이유가 엄마가 책방에 자주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한달에 주기적으로 여는 강의에도 관심을 보이고 참석하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사실 그림책 중에서 내가 선호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은 단연 맛있는 그림책이다. 브로콜리 그림책, 된장찌개, 떡, 소시지, 전(부침개) 등등. 빵 그림책은 말할 것도 없고! 듣기만 해도 군침이 나지 않을까? 우리가 먹어본 음식들이고 그 맛을 알기에 더욱 우리의 미각을 자극한다. 특히 그림책 중에서 <전놀이>는 추석전날 입고한 그림책이었는데, 그 그림책을 아이가 엄마와 함께 보았다. 책방에 와서 책을 읽고 그 날의 감동을 일기장에 기록한 것이다!
그림책모임에서 그림책이야기를 나누던 중 엄마가 이야기했다. 책방에서 그림책을 보고 간날, 일기를 적었는데 (한가득 빽빽이) 책방에 관한 좋은 느낌과 이름처럼 최고!! 책방이었다고 . 최고의 칭찬까지 들은 나는 어깨가 으쓱했다. 수행평가를 한다고 하면서 사간 그림책으로 아이도 재미있었다고 이야길 했다고 하니, 내가 책방을 연 보람이 있구나 다시한번 깨닫게 되었다. 이처럼 내가 권하는 그림책을 아이들이 알아보고 좋아해줄 때, 나는 보람을 느낀다.
세상에는 그림책은 정말로 많다. 하지만 내가, 내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책을 보여주고 선별해주는 일은 사실 만만치 않다. 내가 경험한대로 적어보자면, 전집을 살 때가 특히 그렇다. 내가 보고싶은, 좋아하는 책만 사고 싶은데 전집은 '보고싶지않은'책도 울며겨자먹기로 함께 사야하는 것이다. 전집은 보통 세트로 구성되어 있어서 살거면 다 사야한다. 전집을 살 때도 방법이 있다. 아이에게 샘플로 한두권을 읽어주거나 보여주는 거다. 그리고 아이가 좋아한다면 전집을 구매해도 된다. 안 보는 책이 당연히 생기겠지만, 그 또한 아이의 몫이다.
이미 구입했다면 마음껏 가지고 놀았으면 좋겠다. 쌓아서 계단처럼 걸어다닌다든지, 세모로 세워서 가지고 논다든지, 책장에만 꽂아두지 말고 바닥에 흩뿌려놓고 이책저책 뒤적거려 본다든지 이런식으로 말이다.
책은 책장에만 꽂혀있는 게 아니다. 아이들의 시선에 머무를 수 있게 세워두는 일이다. 그림책 앞면이 보이게 말이다. 오늘 책을 샀다고 하면 소파나 벽이나 식탁에라도, 아이의 눈에 들어올 수 있게 한번 세워놓아보자. 전면책장이 있다면 좋지만, 없더라도 상관없다. 세워둘 공간만 있으면 된다. 하다못해 창틀도 좋다!
최근 방안에 안쓰는 책상이 있어 알파룸으로(거실 옆 빈공간) 꺼내두었다. 아이들이 머리감거나 중간중간 시간을 보낼 때 책상을 이용하기도 한다. 둘째 아이를 책상에 앉혀서 머리를 말려준다. 그리고 근처에 있던, 아이가 좋아하던 그림책 두권을 빼온다. 백설공주와 아기돼지 3형제다. 머리를 말리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다. 여자아이의 머리는 길었고, 드라이기로 말리는 시간이 제법 오래걸린다. 그래서 아이앞에 그림책을 두었다. 아이는 당연하듯 그림책을 열어본다. 손으로 만지면 올록볼록 질감을 느낄 수 있는 그림책이다. 백설공주는 아이가 가장좋아하는 그림책이다. 한장한장 넘겨본다. 굳이 내가 읽어주지 않아도, 이야기의 흐름을 아는 아이는 그저 페이지를 한장한장 넘겨보며 그림책의 그림을 본다. 아기돼지 3형제도 한장한장 넘겨본다.
그렇게 그림책을 2권 보는 동안, 드라이기로 머리를 다 말려간다. 아이의 눈앞에 그림책을 놓아주는 일, 바로 그게 우리가 할 일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책을 찾아주고 (평소 책방이나 서점, 도서관에 아이와 함께 가본다면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알수 있다!) 그 그림책을 읽어주고 보여주는 일. 그런 그림책의 결이 모이고 모여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된다.
내가 하는 일도 그렇다. 세상에 그림책메시지를 전하기 이전에, 나의 책방에 방문하는 꼬마손님 한명의 취향을 찾아내고 알아주는일. 꼬마손님이 그림책을 좋아하고, 나의 정성을 알아주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