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

오늘도 책방

by 정희정

가끔 화분의 잎을 어루만지고 바깥 풍경을 잠시나마 구경하고 음악이 잔잔히 흐르는 책방 안을 둘러볼 때 '나는 지금 책방에 있구나' 느낀다. 여느 서점처럼 널찍한 공간이라던가, 주변을 빼곡히 채운 서가라든가, 바삐 움직이는 직원들은 없지만 이 조그만 책방에도 사람의 숨길이 잠시 머물고, 아이들의 발자국이 새겨진다. 간호사로 일하던 시절이 있었다. 병원에서 일하던 시간이 아무래도 제일 길었겠지만, '간호사'라는 이름을 내세우며 어느곳에서도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방문간호사로 일할 때도, 임상간호사로 일할 때도, 임상시험기관에서 일할 때도 말이다. 늘 신경을 곤두세우기도 했었고 때로는 시간을 죽여가며 일하던 시기도 있었다. 간호사만 그러할까. 어느직장이든 업무와 고객상대를 하느라 나름의 고충과 고민, 성장하는 과정이 동시에 존재한다.


사대보험이 되고 나름의 안전망이 탄탄한 직장을 관두었을 때는 절박함이 가장 컸다. 그 곳이 싫어서 그만두었다기보다는 그당시 나에게는 책방을 해야만하는 이유가 더 절실했다. 아이들 곁에는 내가 있어야했고, 그러기에는 병원일을 계속할 수가 없었다. 탄탄한 기반으로 호기롭게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불안감도 컸고 당장의 생계가 걱정되었다. 지금의 집에서 몇 달은 버티겠지만, 그 다음은 어떻게 하지? 대출금 걱정이 제일 컸다.

아이들과 잘 꾸리며 살 수 있을까? 책방이 운영이 될까? 대출금은 갚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이 계속 이어져갔다. 그 순간에 걱정들로 멈추었다면 지금의책방은 없었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실행하고 하나하나 건너갔다. 과정을 말이다. 계약을 하고 인테리어를 진행하고 매일같이 제대로 진행되는 지 살펴보았다. 간판을 알아보고 정하고, 하나하나 나의 결정과 선택으로 책방이 하나씩 이루어졌다.

책방이니 책도 중요했다.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자산이 반, 새로 입고하는 책도 반이었다. 내가 보고 듣고 배운 것들을 조금씩 실행에 옮겼다. 어느 책방에서 자신의 책으로 시작했다는 글을 보았고 (아~ 그래도 되는구나) 그래도 1층이 좋다는 판단하에 2층보다는 유모차가 쉽게 들어올 수 있는 1층으로 정했다. 책을 판매하기에는 운영이 쉽지는 않다는 글을 보고, 강의와 모임을 기획하고 실제로 지금도 진행하고 있다. 다행히 강의를 열고 찾아와주는 손님이 생겼다. 지나가다가 들리는 손님도 있었다. 성교육을 듣기 위해 방문해주는 손님도 있었다. 책방이지만 다양한 채널과 경로를 만드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방을 운영하면서 무인그림책방 이라는 운영을 생각한건 오래전부터였다. 다른곳에서 본 건 아니었고 순전히 근처 약국에 (내가 없어도) 사람이 다니는 공간이니 책과 계좌번호만 적어두면 될터였다. 나만의 공간인 책방이 생겼고, 이전에 만들어둔 무인그림책방 안내판을 책방 한켠에 비치해두었다. 책방에 오는 손님들이 무인책방으로 책을 사갈수 있다는 걸 알리는 게 중요했다. 문 앞에도 적어두고 상세한 방법과 사가는 책과 입금자 이름을 적어두는 용지도 만들어두었다. 한 분 두분 내가 없는 공간에서도 책을 보고 사가기 시작했다.


책방하길 잘했다고 느낄 때는 책을 살 때다. 나는 책 사는 걸 제일 좋아한다. 옷 하나를 고를 때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한다. 몇 만원하는 옷을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이런내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후련히 옷도 고르고 입어보면 좋겠지만) 피곤하다. 쇼핑 자체가 나에게는 부담이었다. 실제로 마트에 가는것도, 옷사러 쇼핑가는 것도 즐기지 않는다. 하지만 책 살 때는 다르다. 이거저거 살게 넘친다. 그리고 몇십만원 하는 책도 사버리는 거다. 안보면 (가격이 다운되긴 하지만) 팔면 되니까.

아이들에게 책을 자주 사주고 선물해주었는데, 책방 하면서 조금은 도매가격으로 (크게 차이는 안나지만, 책방을 해보고 알았다) 구입할 수 있어서 좋다. 문구류도 한몫한다. 도매사업자로 등록을 하고 주로 거래하는 곳을 정해두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학용품이나 사무용품을 도매가격으로 제공받을 수 있었다. 이런 이유들 보다 역시 제일 큰건, 아이들이 부를 때 달려갈 수 있다는 점이다.

병원에서 일할 때는 (다른 직장에서도) 연차를 쓰기이전에는 직장이라는 공간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책방에서 일하면서 무인책방으로 잠시 대체해두고 볼일을 보거나, 홍보를 갈 수도 있었다. 아이들이 아프거나 내가 필요하면 달려갈 수도 있었다. 특히 둘째 아이의 픽업이 많았는데, 책방을 운영하는 시간 동안에는 내가 담당할 수 있어서 좋았다. 삶이 이제 내 삶을 사는구나 싶을 때가 있다. 그게 지금인것 같다.


먼 미래에 대한 걱정 보다는 지금현재에 집중해보려고 한다. 이후의 삶이 두렵지 않은가?? 누가 묻는다면 당연히 그렇다고 답할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내 선택을 후회하는가? 라고 물어본다면 후회하지 않는다고 답할 것이다. 나는 지금의 선택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한번은 창업할 나였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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