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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Nov 10. 2023

내가 이 옷걸이를 안 쓰는 이유

옷걸이 잡초 솎아내기

스피치강의할 때 양말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우리는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한다. 양말이 그렇다. 신다가 마음에 안 들어서 버리려고 마음먹었다가도 그냥 으레 그런 듯 세탁기에 집어넣고 돌린다. 세탁이 되어 건조되면 으레 그런 듯 또 양말바구니에 넣어둔다. 그러고 나선 양말을 집을 때 왠지 신기 싫은 불편한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또 그 양말을 신고 후회한다. 마치 도돌이표와 같다.

스피치강사는 중간에 양말을 정리하라는 나의 말을 그대로 실천했다.


매번 반복하는 흐름을 중간에 커트! 하는 일, 쉬워 보이지만 쉽지 않다. 우리는 익숙한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거나 새로운 습관을 들이는 일 또한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는 일인 만큼 용기를 필요로 한다.

양말정리가 그렇고 옷걸이 정리가 그렇다.


드라이를 맡기거나 어느 순간 보면 내 옷장에 이 흰색 얇은 옷걸이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가 가장 흔히 사용하는 옷걸이다. 흰색의 얇은 구조로 되어 있는 이 옷걸이는 우리 주변에서 굉장히 자주 흔히 볼 수 있다. 그리고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이 옷걸이를 아무렇지 않은 듯 사용하고 있다. 옷걸이야 거기서 거기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다. 나의 부모님만 보더라도 늘 그런 듯 옷걸이에 이 흰색 옷걸이가 늘 자리한다. 새로운 옷걸이를 사도 함께 뒤죽박죽 섞여있는 모습이 된다.


아주 사소한 차이지만, 옷걸이 하나를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옷을 대할 때 느낌이 달라진다. 옷걸이 하나에 무슨 철학이냐? 하는 분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이러는 내가 못 미더워하는 분도 분명 있을 거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내가 당연하듯 생각하고 하던 행동에 한번 의문을 제기해 보는 거다. 그리고 한번 다른 옷걸이를 찾아보고 한번 시도해 보는 거다. 사용해 보면 다르다는 걸 느끼는 것만으로 큰 소득이 아닐까?


며칠 전 이전에 드라이하고 딸려온 이 옷걸이가 나의 코트와 함께 있는 걸 발견했다. 매일 입던 옷만 입어서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추워진 날씨에 코트를 꺼내려고 보니 옷걸이가 눈에 들어왔다. 아이 방 옷장에 있던 검은색과 연둣빛이 어우러진 애정하는 옷걸이를 꺼내어 코트를 걸어두었다. 약간 축 쳐 저 있던 코트가 단단한 옷걸이를 만나 옷의 맵시가 살아나는 것 같았다.


옷걸이라는 잡초는 알게 모르게 슥슥 자라난다. 집안에 잔짐들이 알게 모르게 하나둘 늘어나는 것과 같다. 나는 왜 이렇게 짐 정리가 안될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잔짐이 하나둘 늘어나는 주기가 있다. 한두 달 정도만 생활해도 주방이나 방구석구석에 잔짐이 늘어난다. 아이가 학교나 유치원에서 만들어온 것들, 받아온 안내문들, 묶다만 고무줄, 종이서류 등등.

하지만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짐정리에 관해 고민하던 시점에 읽은 하나의 책에서 '주기적으로 잡초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가 먹고 생활하고 잠자는 거주공간에서 잔짐이 늘어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그래서 3개월에 한 번이든 주기를 정해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었다. 집안에 가구나 생활하는 가족수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아이가 유치원이나 학교에 다니면 만들어오는 것들도 꽤 있을 테다. 창고나 보관장소를 정해두고 한 번씩 비워주는 게 필요하다. 그래서 나도 큰 수납바구니를 만들어두고 잠시 '보관용'으로 두는 장소를 마련했다. 당장 버리기에는 아까운(?) 종류의 것도 있고 아이가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옷걸이를 포함해 짐이라는 잡초가 내 공간에 들어온다. 무성하게 자라는 풀들 사이로 잡초도 자라듯이, 그래서 잔디도 주기적으로 정리하고 잘라주듯이 우리의 짐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공간에 짐이라는 잡초가 순식간에 뒤덮어버리기 전에 1개월이 되었든 3개월이 되었든 6개월이 되었든 일상의 짐을 버리고 나누고 정리해 보자.


정리정돈이라는 말은 정리 (버리고) 정돈(제자리를 찾아주는) 하는 일을 말한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나 짐은 버리거나 나누고 물건의 제자리를 찾아주는 일, 정리정돈 습관의 주기를 정해보자. 우선 책상부터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옷장에 옷걸이도 좋다. 내가 만졌을 때 감촉이 좋은 옷을 고르듯이, 사소한 옷걸이 하나지만 만졌을 때 옷을 걸었을 때 기분 좋은 옷걸이를 골라보자. 사소한 차이가 변화의 물결을 이루어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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