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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Nov 12. 2023

재미없지만 지난한 과정을 견뎌야 하는 이유

올라가다 떨어지고 잘되다가 실패하고 삐긋거리고 

커피 한잔을 하고 있는 이시간, 오늘은 주말이고 일요일이고 2023년 11월 12일입니다. 그리고 밤 9시가 넘었죠. 목욕을 마친 둘째아이는 티비도 보고 밥도 먹고 종알종알 이야기하다가 어느새 잠이 들었네요. 우리는 이 시간을 육퇴 (육아퇴근)했다고 말합니다. 사실 아이를 키우다보면 늘상 아이곁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엄마의 손이 가기 마련입니다. 나만 그럴까? 아니요. 아이가 어릴 때는 한시도 떨어질 수가 없고,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 동안에는 스스로 잘 할수 있을때까지 곁에서 도와주고 살펴봐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아프면서 큰다고 하지요. 다섯살이 넘어가면서 부터는 제법 면역이 생겨서 감기를 앓아도 잘싸워이겨내지만, 그 이전까지는 한번 아프면 아이도 고생 부모도 고생을 하게 됩니다. 열이 펄펄 끓는것은 물론이고 밤새 간호를 하기도 하고, 수액이라도 맞거나 입원이 필요한 경우에는 이병원 저병원 찾아다니기 일쑤니까요.


육아라는 과정처럼 우리가 하는 일이 그런것 같습니다. 아이가 언제 이렇게 컸지? 싶을 정도로 깜짝 놀랄 때가 있는데요. 우리는 육아가 일상이고 아이들과 늘 함께여서 차이를 잘 모르는거겠지요. 매일의 울음과 달램과 훈육과 단호함으로 아이를 키우는 일은 나에게 인내를 시험하는 것 같고 끝나지 않을것 같은 여정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언제클래? 라는 말이 나오기도 하지요. 에휴 에휴 라는 곡소리가 나기도 하고요. 


아이는 매일 조금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아이들은 안크는것 처럼 보여도, 아주조금씩 조금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하루이틀 보이는 성장이 아니라, 하루이틀 한달 두달, 몇개월이 지나고 일년이년이 지나면서 아이는 몸도 마음도 성장하게 됩니다. 최근 제가 운영하는 김포에 위치한 최고그림책방에서 김포그림책모임이 열렸는데요. 그림책모임에서 제가 소개한 책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모임을 핑계삼아 늘 한자리에 두었던 그림책을 펼쳐보았는데요. 아이의 마음과 사람들의 고민, 그리고 그 해결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바라볼 수 있었던 그림책이었어요. 


<젤리할머니> 그림책은 말하지 못한 아이만의 고민에 대해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를 풀어나갑니다. 그 속에서 마음치료는 시간이 필요하다 라는 문구를 발견합니다. 맨 뒷페이지에 보면 소아정신의학전문의가 남겨준 글귀에서 마음치료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에 저도 마음깊이 공감하고 아이의 입장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재촉하지 말고 곁에서 기다려주는 것, 부모가 할수있는 매일의 일을 하고 아이가 자신만의 씨앗을 발견하고 키울수 있게 되기까지 기다려주는 것 그게 부모라는 역할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육아도 그렇지만, 우리도 일상도 일도 그런것 같습니다. 언제 나는 저렇게 크지? 성과를 내지? 부터 '나도 팔로워가 많았으면 좋겠다' '내 블로그도 이웃이 많아지면 좋겠다' 등등. 사소한 일들부터 커리어에 관한 일들까지 나와 남을 비교하게 됩니다. 크게 성장한 사람도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겠죠. 신입직원도 블로그초보도 브런치신입작가도 모두 처음은 초보였습니다. 저도 그랬구요. 

어떻게 해야할지 방법도 몰랐고, 그저 잘하고싶은 마음만 앞서나갔던 적도 있습니다. 꿈과 목표를 가지고 나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매일의 조금씩 나를 성장시키는 일은 사실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정신차릴 수 없을 정도의 과분한 업무와 일, 잡동사니들, 모임과 관계들까지 나를 지치고 피곤하게 하니까요. 일도 단순하게 정리하는 일이 제일 어렵습니다. 단순해질 때까지 과감히 버리고 정리하고 결단하고 선택하는 일들이 많으니까요. 미니멀리즘도 그렇죠. 짐을 아예없애는게 아니라, 생활에 필요한 많은 물건과 짐들 중에서 '나와 내 가족에게' 지금 현재 꼭 필요한 짐을 선택하고 남겨두는 일은 '수많은 짐들중에 선택하고 결단하고 버리고 정리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친이후에 얻어지는 값진 결과입니다.


조급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내 페이스대로 가면 됩니다. 어제보다 조금더 성장한 나를 위로하면서 오늘도 한걸음을 걸어갑니다. 누군가 옆에서 뛰고있나요? 다른사람은 이것도 저것도 하고 부러워만 보이나요? 큰 파워블로그도 처음엔 작은 씨앗이었을 겁니다. 부정적인 댓글이나 안좋은 메시지를 받았을 가능성도 그만큼 큽니다. 크게 성장하기위해서는 이런저런 사소한 말이나 부정적인 기운에 휘둘리지않는 강인함 마음도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지금 내가 서있는 자리에서부터 강인해지는 연습을 해나가면 됩니다. 제가 운영하는 <최고그림책방> 네이버카페도 회원수가 한사람에서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조금씩 커지고 성장해나가는 과정인데요. 지난한 과정이지만 '그림책메시지를 전한다'는 가치있는 일에 '지금 내가할 수 있는' 조그만 일을 묵묵히 견디어가며 해나갑니다. 아이들이 아주 조금씩 성장해나가듯, 당신에게 이 말을 꼭 전해주세요. 당신의 나날을 응원합니다.

나는 날마다 모든면에서 좋아지고 있습니다
나는 날마다 모든면에서 나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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