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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Nov 15. 2023

체중계를 집에 둔다는 건

소아과간호사로 일했습니다

체중계가 언제부터 우리집에 있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둘째가 어릴때 사두었다. 아이가 돌전후 어릴때는 몸무게 체크하는 일이 의외로 자주 있고 병원에 갈 때마다 번거로운 일이기도 했다. 이유식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아이의 몸무게체크에 예민해진다. 몸무게가 개월수에 따라 늘고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은 아이를 육아하는 데 있어 큰 관심사다.


소아과에서 오랜기간 간호사로 일했다. 처음 신규간호사로 일을 시작하면서 소아과병동을 발령받은것은 어쩌면 지금의 일과도 연관이 있는걸까? 사실 대학병원 입원실은 폐렴, 기관지염, 장염, 드물게는 가와사키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환의 환자들을 간호한다. 간호사가 해야할 다양한 업무 중에 아이들에게 정맥주사를 하는일이 가장 중요하고 예민한 업무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것이 조그만 아이들의 손과 발에 24게이지 주사바늘을 찌르는 것은 성인이 보았을 때 너무나 잔인할? 수도 있다.


아이들의 혈관은 성인처럼 잘 보이지않는다. 오로지 느낌과 손의 감각을 통해서 정맥주사를 시도할 수있다. 특히 신규간호사로 어벙벙하게 발령받고 시작할 때는 보호자로부터 컴플레인을 받는일이 일상중에 일상이다. 혈관이 너무나 잘보이는 성인남성의 혈관을 찾거나 정맥주사하는 일도 어려운 관문인데 조그만 아이의 팔이나 손에 주사를 놓는 일은 최상중에 상이라고 할수 있다.


소아과환자와 보호자는 특a급 VIP인 셈이다. 나 역시 신규간호사로 3년이 지나갈때까지 소아과에서 수많은 정맥주사와 시도와 실패과 성공을 경험했다. 처치실 한켠에 소아환자들의 정맥주사처치를 위한 자그마한 배드공간을 마련해두는데, 보호자가 곁에 보고있으면 실력이 좋은 의료진도 더 긴장되기마련이다. 그래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처치실문을 닫아둔다.


문 바깥에서 안쪽 사정을 모르는 보호자들은 울면서 아이의 비명소리를 듣는다. 어떤 보호자들은 혈관찾는 시간동안의 길어짐을 못기다리고 분노하고 화를 내기도 한다. 정맥주사라는 것이 보고 바로 찌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신체부위의 혈관을 찾아본 후 가장 확실한 (실패할 경우가 제일 적은) 곳을 찾아서 정맥주사를 시도한다. 그래서 의료진은 신중에 신중을 더하는데, 돌이전 특히 생후 100일무렵의 아기들은 살이 제법 통통하게 올라오는 시기라 혈관찾기 가장 어려운 시기이기도 하다.


가장 확실한 혈관을 찾을 때까지 제법 긴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여기저기 토니켓(노란색 고무줄: 혈관을 볼록하게 잘 보이도록 하는 재료)을 묶으면서 여러명의 의료진이 함께 혈관을 찾아보기도 한다. 이렇게 확실한 혈관을 찾더라도 24게이즈 바늘길이와 아기의 혈관이 살짝 어긋나기라도 라면 혈관이 터지거나 실패하는 경우가 생긴다.

간호사도 신이 아니고 의사도 신이 아니다. 정맥주사를 매번 최선을 다해 시도하지만 100프로는 아니다. 우리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을 늘 마음속에 묻어두었다. 대학병원에서 입원한 아이들의 섭취배설량을 듀티때마다 체크하고 입원하는 친구들에게 처치가 필요한 부분을 설명했다. 수액이 막히면 (아이들은 혈관이 작아서 중력에의해 떨어지는 수액의 높이가 안맞거나 하면 자주 막힌다) 다시 정맥주사해야 해서 잠든 시간에도 수시로 라운딩을 돌며 아이들의 곁을 지켰다.

밤새 고열이 나는 친구들은 열이 떨어지는 지 자주 체크해주어야 하고 복통이나 두통등 다양한 통증이 생길 때는 바로바로 의사에게 보고해서 필요한 투약이나 처치를 수행하기도 했다. 대학병원에서의 5년간의 임상생활은 소아전반의 질환 파악은 물론 보호자들과의 관계, 직장동료들과의 관계 그리고 간호사로서의 이후 방향을 고려하는데 값지고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경기도 김포에서 소아전문병원과 개인병원까지 다양한 소아과의 업무를 경험하기도 했다. 우리가 흔히 방문하는 소아과에서는 진료도 하지만, 예방접종업무와 국가에서 실시하는 영유아검진이 주가 된다. 생후 2,4,6개월마다 맞추는 예방접종도 많고 돌이후에 8가지 가까운 백신접종을 시행해야 한다. 그만큼 소아과병원에 갈일이 많은 것이다.

아이들의 체중을 측정하는 일도 일과중 하나다. 영유아검진을 하거나 진료를 볼 때도 수시로 체중이 변하는지 체크해주어야 한다. 특히 누워있는 아기들의 키를 재는 일도 처음접하면 쉽지가 않다. 아기들은 낯선공간에서 누워있는 걸 싫어한다. 거부한다. 그러다보니 키를 제대로 재야하는데 바둥거리는 아이를 보호자들이 붙잡으면 간신히 재는 것이다. 몸무게도 변화하는 시기라서 자주 측정해야 하는데, 신발을 벗기고 몸무게를 매번 측정하는 일이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당시 집에서 수시로 체크해볼 수 있는 체중계를 구입한것이다.


몸무게를 재는 일이 체중계를 집에 둔 이후부터 자연스러워졌다. 우리는 사실 건강검진할 때를 제외하고는 (목욕탕을 갈때도) 몸무게를 재는 일이 거의 없다. 내 남편도 체중계에 수시로 올라가본다.  먹는양은 비슷하고 운동도 거의안하지만 몸무게에 관심이 많다. 1~2키로 정도의 차이에 불과하지만 조금이라도 몸무게가 줄어들면 즐거워한다.

거울이 집에 자주 보이면 좋듯이 체중계도 그런듯하다. 내 몸에 관심이 있다는 증거니까. 10대 청소년인 아이도 하루에 몇번씩 체중계에 올라가본다. 이제 엄마의 몸무게와 키를 넘보고 있어서 그런지, 키와 몸무게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자주 재본다. 엄마를 넘어설까 걱정하는 눈치다. 그런모습조차 귀엽다.


부담이되지않는선에서 체중계를 사는것도 좋겠다. 사두면 몸무게를 재어보고 내몸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될것이다. 육아를 하는 경우라면 더욱 좋겠다. 병원갈때마다 재지 않아도 되고, 내 아이의 몸무게와 성장을 자주 체크해볼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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