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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Nov 24. 2023

45000원 쓰고 벌어도 놀이돌봄 쓰는 이유

혼자서 아이를 온종일 볼 수 없으니까

평생 간호사로 일해왔다 (최근까지는).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내다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간호사 국가고시를 보고 아주 자연스럽게 간호사가 되었다! (간호사 되는 방법이다. 잘 보시라) 간호학과가 있는 대학/대학교를 입학해서 간호사 국가고시를 보면 '간호사 면허증'이 발급된다. 그때부터 사실 병원에서 일하든 일하지 않든 간호사란 얘기다. 간호사로 시작했고 임상/비임상을 퐁당퐁당 널뛰기하듯 거쳐 이때까지 '간호사'라는 틀 안에서 움직여왔다. 매년 납부하는 간호사회비를 내면서 매년 비슷하게 반복되는 간호사보수교육을 받았다.


첫째 아이를 낳고 돌 무렵 경기도 김포로 이사 왔다. 집 근처에 종합병원이 있었는데, 어린이집 종일반에 아이를 맡겨가며 다양한 부서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쯤 아이가 병원에 가야 하거나, 혹은 잠시 잠깐 (1~2시간만이라도) 돌봐줄 사람이 필요했다!! 아빠들은, 아이를 키워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 고작 한두 시간이 얼마나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지 알 수 없을 것이다. 퇴근하고 나서 아이를 돌봐줄 곳이 필요하거나, 병원에 가야 하거나, 혹은 어린이집에서 픽업해와야 하는 상황 등등. 아이를 양육하는 주보호자에게는 (엄마든 아빠든 남자든 여자든) 든든한 돌봄백이 필요했다.

아이가 4~5살 무렵이었을까? 혼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어찌어찌 독박육아를 해오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더 이상은! 하는 시점을 만나게 된다. 김포의 커뮤니티카페에 글을 올렸다. 아이를 돌봐줄 이모님을 구한다는 내용이었다. 처음으로 연락이 닿은 이모님은 말투에서부터 조용하지만 우아함이 풍겨 나왔다. 느낌이라는 게 있는 걸까? 전화너머로 느껴지는 이모님의 따듯함은 이후 아이를 돌 봐주시는 내내 아이와 나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B이모님은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 아이에게 집중했고 내가 일하는 동안에 아이의 모습에 대해 알려주고 사진도 찍어주기도 했다. 이모님은 자녀들을 다 독립시키고 최근 김포로 이사 오면서 남편과 강아지와 함께 살고 있었는데 나의 요청글을 본 것이다. 우연이 닿았을까 타이밍이 맞았을까. 아이와 맥도널드 햄버거집에서 감자튀김을 먹는 사진을 보내주기도 하고 아이의 등하원 길을 가끔 사진으로 찍어주기도 했다. 아이의 표정에서 편안함과 즐거움이 느껴져서 참 좋았다.

강아지와 함께한 사진도 있었다. 우리 가족은 강아지를 키워본 적이 없지만, 아이와 가끔 만나는 하늘이(강아지 이름)는 우리의 일상 속에 서서히 스며들었다. 아이는 강아지를 좋아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달려들 때 무서워하기도 했다. 이모님은 강아지와 아이사이의 관계를 조율해 가면서 아이가 강아지와 친해질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시점까지 우리의 돌봄백은 B이모님이었다. 남편은 뭐 하냐요? 물을 수도 있는데 김포에 살면서 서울까지 출퇴근하는 시간은 왕복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일반 직장인이다 보니 (주말에도 일나 가기도 했다) 남편에게 아이의 등하원을 부탁한다던가 육아시간을 배분하는 것을 사실 꿈꿀 수도 없었다. 계획할 수도 없었다. 정말 말 그대로 나 혼자 '독박'육아를 감내해 왔다.

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건 수없이 많은 선택과 시간을 들임과 정성과 노력, 그리고 끈기인 것 같다. 무엇보다 나 이외의 보호자가 한두 명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꼭 있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친정이 되었든 시댁이 되었든 고모이모 삼촌이 되었든 이모님이 되었든 국가에서 지원하는 아이돌보미가 되었든 말이다. 나는 일단 시댁과 친정이 모두 멀었고 (강원도와 경상도) 가끔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나의 동생들이 있었다 (아이에게는 이모와 삼촌). 내가 일을 계속해왔기에 돌봄은 필수였다. 아이가 아플 때는 또 어떤가!


돌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내 커리어와 경력을 유지하기 위해서기도 하지만, 일을 하든 안 하든 돌봄 선생님이 필요한 순간들이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더욱 돌봄의 필요성이 절실해지기도 했다. 첫째와 병원을 간다든지, 외출이 필요한 순간들이 많았다. 둘째를 케어해 줄 사람이 필요했고 토요일인 주말에는 아이돌보미(국가에서 지원하는 아이돌보미)가 온다. 토요일에도 책방운영을 해야 하기에 돌봄은 더욱 필요했다.


나라에서 지원하는 아이돌보미 이외에 대학을 졸업 전이거나 (대학생) 졸업을 한, 혹은 놀이선생님으로 활동하고 있는 어플도 있었다. 자란다 어플은 아이에게 2~3시간 정도 놀이가 필요할 때, 돌봄이 필요할 때 신청하는 어플이다. 내 집에 한 달에 한 번씩은 방문해 주는 놀이선생님이 있다. 보호자인 나 이외에 대학생 언니가 아이와 놀아주고 함께 게임을 하다니! 아이는 부모와 함께한 시간과는 또 다른 재미를 느끼기도 하고, 맞장구 쳐주고 함께 게임을 즐기는 모습에 나 역시 위안을 받는다.


지역마다 선생님마다 경력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겠지만, 3시간 놀이 돌봄 요청에 45000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토요일에 예정된 수업으로 내가 얻는 수입은 45000원이다. (물론 한시간과 3시간의 차이가 있지만) 나는 내일을 하면서 아이는 놀이선생님과 시간을 보낸다. 키즈카페를 함께 가달라고 요청하기도 하고 추운 날은 실내인 집에서 놀기도 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활동을 미리 알려주고 (TV시청은 한~2시간 정도만 보도록 사전에 요청해도 된다) 함께 놀이할 수 있도록 신청해 둔다.


온전히 내 삶을 책임진다는 건 아이를 돌보는 순간들도 모두 책임지는 걸 말한다. 아이가 성장하는 동안 그 곁에서 돌봐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 또한 중요한다. 내가 일하는 동안 돌봄의 공백을 믿고 맡길 수 있는가? 내 지저분하고 어질러진 집안꼴을 보여줄 수 있는가? 마음을 편하게 먹고 돌봄을 맡길 수 있는가? 아이가 선생님을 좋아하는가? 아이가 만나는, 그리고 선생님도 아이를 만나는 순간에 우리는 다양한 것들을 보고 느낀다.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아이의 생각이 자라고 인격이 자라고 몸과 마음이 자라나는 시간 동안 충분한 돌봄과 시간과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 같다. 아이 한 명을 키우려면 엄마도 아빠도 할머니할아버지도 필요하고 이모삼촌도 필요하고 아이돌보미선생님, 놀이선생님도 필요하다. 아파트에 살더라도 급한 경우는 게시글에 도움을 요청하면 도움의 손길을 받기도 한다.


우리네 모습은 다 다르다. 나처럼 현재 남편과 따로 지내는 가정, 함께 사는 가정, 아이를 홀로 키우는 가정, 할머니와 함께 가정. 모습은 다 다르지만 아이 곁에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같다. 내가 버티고 견디어온 시간이 보인다. 유모차를 끌고 가는, 곁에 첫째 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엄마의 모습이 그리고 그 마음이 보인다. 종종걸음 치며 따라가는 아이의 마음도 언뜻 보인다. 없어질 것 같지만 그 시간들은 켜켜이 쌓여있다. 내 안에 아이의 마음속에. 그리고 그 마음은 아이가 잘 알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시간을 들이고 정성을 들인다는 것은 이런 뜻이다.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돌봐주신 , 나의 가정을 거쳐간 많은 선생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P.S 아이돌보미 깨알 팁!

1. 정부지원 아이돌보미 이용

정부지원을 받기위해 먼저 해당지역 주민센터를 방문해 신청서를 작성한다. (소득판정에 따라 지원금액이 달라진다) > 아이돌보미 이용자홈페이지에 로그인 후 돌봄받고자 하는 일정을 미리 등록신청한다 > 돌보미가 배정되면 방문한다. 

참고로 주민센터 서류제출이후라던지, 가족센터에서 아이돌봄선생님을 처음 연계가 상당시일이 소요될 수 있으므로 미리미리 신청하자!


시간제 돌봄, 영아 종일 돌봄이 있으며 돌봄선생님 면접도 가능하다는 사실! 이용자홈페이지에서 면접요청할 수 있고 (면접비 1만원) 돌봄연계가 되면 그대로 쭈욱 가는 경우도 많다. 돌봄선생님 변경이 필요한 경우 센터에 연락하면 된다.


2. 놀이선생님 (자란다 어플)

대학생이거나 놀이선생님으로 활동하는 젊은층의 선생님들이 많다. 아이들과 하기어려운 보드게임이나 자전거타기, 놀이 등 원하는 분야를 미리 신청할 수 있어서 좋다. 비용은 지원받는게 아니라 100프로 본인부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시간정도의 내 휴식이나 급한 놀이돌봄이 필요할때 이용해보면 좋겠다.


3. 개인적으로 커뮤니티 구인

내가 원하는 상세내역을 파악하고 돌봄선생님 요청사항을 올린다. 가능하면 시급도 함께 명시해두는게 좋다. (시급 10000원~ 15000원 정도) 아이가 활달한 편인지, 성향은 어떤지 관심사등을 기재하고 나이와 성별도 알려주면 좋다. 한번 인연을 만들어두면 돌봄공백이 생길 때 급한경우 요청할 수 있고, 오랜기간 한사람과의 돌봄이 지속될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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