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아침 글을 보았다. 출판업계 관련 카페인데, 필요에 의해서 내가 가입한 곳이다. 창업하기 전부터 지금까지 운영하는 과정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담아내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이전 창업을 준비할 때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겹치는 부분을 있을 것이다. (참고해서 봐주시면 좋겠다) 나 역시 간호사로 일하면서 창업을 준비했고 부동산을 알아보고 계약하면서 겪은 일련의 과정들을 여과 없이 보여주려고 한다. 오늘은 창업할 당시의 마인드와 추진력에 대해서 말해보려고 한다.
창업마인드, 창업준비, 창업조언 이 모든 것은 사실 혼재된 개념이다. '창업'이라는 걸 꿈꾸는 사람은 많지만(아마 대부분의 직장인의 경우 한 번쯤은 꿈꾸지 않을까?) 실제 어떤 행동에 옮기는 사람은 지극히 드물다. 온라인 강의정도는 무료수강으로 가능하니 찾아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실제로 부동산에 간다던지 창업하기 위해 다른 매장에 조언을 구한다던지 하는 일련의 활동은 '누구나 쉽게' 액션을 취하기 어렵다. 사실 나만해도 그랬다.
간호사로 평일 내내 일하고 시간도 없었지만, 창업조언을 꿈꿀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왠지 그런 생각도 있었다. 내가 책방을 하려고 하는데, 섣불리 창업에 관한 조언을 구해도 되나? 약간의 죄책감도 들었던 것 같다. 내가 일하는 주변에 책방을 낸다고? (물론 구래역 마산역인근에는 책방이 하나도 없었지만)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한다는 건, 돈으로 살 수 없는 지혜를 깨달음을 구하는 일이기도 하다. 어떤 매장을 운영하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나만이 알게 된 깨달음, 운영 노하우들이 있을 텐데 말 한마디로 구한다는 게 내 성격상 내키지 않았다. 차라리 돈을 지불해서 정정당당하게 얻는 것이라면 모를까.
오늘 아침에도 출판카페에 창업에 관한 조언을 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그 글을 보고 나 역시 생각에 잠겼다. 책이 너무너무 좋아서 출판업계에서 오랜 기간 일해왔는데, 실제로 출판사를 차리고 싶다는 글이었다. 내가 아는 1인출판사대표님은 출판계에서 오랜 기간 편집일을 하다가 아이육아와 일과가정의 양림이라는 목표로 출판사를 직접 차리신 분이다. 최근에도 조만간 출간될 <그림책으로 시작하는 성교육> 관해 집에 놀러 가기도 했었다. 대표님은 출판사를 차린 지 벌써 10년이 되어간다. 곁에서 요리조리 살펴보고, 가끔의 안부인사 만이라도 얼마나 바쁘게 일상을 지내고 계신지 감으로 알 수 있었다.
책을 좋아하는 것과 책방을 운영하는 일은 다르다.
이제 막 100일을 넘긴 초짜 중에 초짜 책방지기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책을 정말 좋아해서 책과 관련한 일을 하는 사람도 있고, 반면에 책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책이랑 오랜 기간 일하는 사람들도 있다. 책방에서 일하면 책에 치인다 라는 느낌을 받는다. 책이 많기도 하고 책의 바코드를 일일이 검수하고 찍는 일조차 버거운 나에게는 그저 책이 좋아서 책을 추천하고 책을 판다. 일일이 다 신경 쓰기에는 (특히 바코드를 다 찍어내기에는) 내 안의 여유도 없을뿐더러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창업을 준비할 때도 마찬가지다. 일일이 사람들의 조언을 신경 쓰고, 책방을 창업하기 이전부터 너무나 많은 것들을 준비하려고 하다 보면 오히려 창업이라는 기에 눌려버린다. 적당히 내선에서 커트할 건 커트하고,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 다잡고 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 용기중에는 돈과 재정에 관한 것도 있을 것이다. (실제 창업하면 돈을 쏟아붓는다! 인테리어는 물론 1~2천만 원이 오롯이 매장오픈하는 데에만 기본적으로 들어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다른 책방에 가지 않았다. 다만 책방에 관한 책을 여러 권 보았다. 커피를 팔지 않는 책방, 맥주를 판매하고 심야에 운영하는 책방, 책방창업에 관한 책, 강아지와 함께 운영하는 한적한 곳의 책방. 내가 실제로 책방을 운영한다면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구상해보기도 하고 실제 매장을 알아볼 때도 책방관련한 책을 참고하기도 했다. 나는 그림책방이기에 "유모차를 가지고 오는" 부모님들이 많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월세의 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무조건 일층매장을 고수했다.
나만의 원칙 한두지만 정하고 가되 나머지는 살아가면서, 책방을 오픈하고 운영해 가면서 조금씩 나에게 맞춰가면 될 것이다. 여담이지만, 부부생활도 그렇지 않은가? 나의 배우자가 10가지 100가지 다 마음에 들겠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내가 바라는 배우자상 10개 중에 1~2가지라도 (내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장점을 부각하면서 나머지는 서로 맞추어가면서 살아가면 될 일이다.
창업조언을 구한 그분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일단 해봐야 안다고. 조언을 구하는 건 좋지만, 이미 이런저런 정보와 지식은 충분히 알아보았을 테고 '내가 출판사를 차린다면 실제로 먹고살만할까?'를 걱정하는 부분이 제일 클 것이다. 그 마음을 왜 모르겠는가. 나 역시 그랬고 지금도 그런 과정을 거쳐가고 있으니 말이다.
아무리 조그만 매장이라도 무시할게 아니다. A부터 Z까지 손수 나의 땀, 노력, 발품, 검색, 돈, 투자 가 모두 들어간 것이다. 창업을 준비하고 책방을 운영하면서 나는 어떤 사람이고 왜 책방을 열고 싶은지 알아가는 것 같다. 일종의 테스트인 셈이다. 너 정말 책방 하고 싶어? 이래도 할래? 만만하지 않다는 거 알겠지? 그래도 해볼래?
나에게 수없이 질문을 던져본다. 내가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뭐지? 나는 왜 책방을 하고 싶지? 할게 이렇게나 많은데, 돈도 생각보다 그 이상으로 들어가는데 이대로 가도 좋아?라고. 아이들이 그림책과 성장하고 나의 책방으로 인해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책을 읽는 방법을 알아가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면서 감동받고 기뻐하는 그분들의 미소를 볼 때마다 나는 참 책방하길 잘했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책방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 느껴보지 못했을 감정들이다.
창업한다는 건, 책방을 운영한다는 건 용기, 노력, 나에 대한 믿음, 사랑, 책에 대한 관심, 돈, 투자, 게으름, 실수, 실패, 고민, 땀 이런 모든 것들이 복합적으로 들어간다는 걸 의미한다. 그럼에도 시작하고 시도해 보는 일은 중요하다. 내가 알아보고 내가 알아가면서 내린 결정이기에 그 책임도 나에게 있다. 섣불리 창업조언을 하지 마라. 단순히 한 면만 보고서 누군가에게 건네는 창업조언이 그대가 아는 전부가 아니다. 모든 면에는 빛과 어두움이 있듯이 창업에도 장점과 단점이 있다. 이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을 때, 나를 믿고 시도하고 시작해 보는 용기로 창업이라는 길도 나에게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