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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Dec 11. 2023

책방 열기 전 매장투어를 해보았습니다

손님을 대하는 자세는 웃었으면 좋겠다

책방 이야기를 쓰면서 왠지 부동산이야기가 되는 느낌도 든다. 어떤 상가를 구하거나 매장을 계약할 때 가장 중요시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내가 발품을 파는 만큼 정보가 들어오고 매장위치를 가보고 실제 분위기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오늘은 내가 책방을 계약하기까지 거쳐온 다양한 매장 가게 사장님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평일 수간호사를 하면서 점심시간이나 쉬는 날이면 짬짬이 네이버부동산을 통해 상가매물을 검색했다. 시작점은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위치로 했다. 아이 둘을 케어하면서 책방이라는 일을 시작해야 했기에 무조건 살고 있는 집과 가까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부동산 매물을 짬짬이 알아보면서 온라인 강의로 (무료) 상관이나 입지분석에 관한 영상도 봤다. 지루한 영상은 패스하고 (어떤 동영상은 너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재미있게 강의하고 알려주는 영상을 택하고 재미있게 보며 상권과 입지에 관해 조금씩 알아갔다.


상권과 입지의 정확한 뜻을 네이버 지식백과로 찾아보면 아래와 같다.


상권은 상업상의 거래가 행해지고 있는 공간적인 범위를 말한다. 유동적이고 활동적인 개념으로 A, B가 같은 구역에 있어도 10대, 20대, 40~50대 수요층이 누구인가에 따라 그 지역상권도 달라진다. 이를테면 요즘처럼 배달이 늘어나거나 혼자 사는 가정이 늘어남에 따라 샐러드를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반면 여전히 집밥을 고수하고 연령층이 높은 지역이라면 샐러드보다는 다른 업종선택이 유리할 것이다.

입지는 상권보다는 정적인 의미를 가진다. 입지는 인간이 경제활동을 하기 위해 선택하는 장소를 말하는 것으로, 지역적으로 역과 가까운지, 실제 해당 매장위치가 도심가나 역 근처에 있다면 사람들 눈에 띄는 좋은 입지다. 아이들이 많은 곳인지 직장인이 많은 곳인지, 학교가 근처에 있는지에 따라서도 수요와 상권을 고려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항아리 상권이라고 불리는 지역은 학교나 대형교육시설 위주로 형성되기도 하는데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바로 태권도, 미술, 피아노 등 학원을 가기 좋은 위치에 있어 이런 경우는 항아리상권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반면 아이들의 교육, 먹거리와는 동떨어진 업종이 이 상권에 들어온다면 큰 월세를 부담하면서까지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거다.


배운 대로 실천해 보라고 했던가? 예전 같았으면 매장에 들어가서 개인적인 일상생활을 공유하거나 물어보는 일이 불편했을 텐데, 조금씩 자연스러워졌다. 방문간호사를 하고 다양한 장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아이를 키우면서 사소한 이야기들이 얼마나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지 알아갔다. 집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편의점에 가보았다. 평소 자주 가는 곳은 아니었지만, 이따금씩 음료를 사거나 아이들 간식을 사러 방문하곤 했다. 횡단보도를 건너면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곳인데 일층자리가 2,3 군데 임대를 놓고 있었다. 2층에는 스쿼시를 하는 장소라서 만약 내가 1층에 들어오면 소리를 어떨지 시끄럽지는 않을까 궁금했다. 편의점에 들어가 간식거리를 사고 사장님? 아르바이트생에게 물어보았다. 책방을 열고 싶은데 2층에서 소리가 나지는 않냐고, 겨울에는 춥지는 않냐고. 실제 운영하면서 느끼는 부분이 궁금했다. 아르바이트인 줄 알았는데, 편의점을 운영하는 사장님이었다. 친절히 답변해 주었는데, 2층은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고 말하며 추위에도 크게 (약간 컨테이너박스처럼 지어진 건물이었다) 춥지는 않다고 했다. 그리고 사장님이 들려준 이야기 중 건물주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는데 (사실 이 부분도 정말 중요하다) 지금은 자세히 기억이 안 나지만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


땅 위에 건물을 짓고 임대 놓은 여러 곳이 들어오고 건물주가 관리를 한다. 임대자리마다 다른 임대인이 있을 수도 있고 같은 임대인 일수도 있다. 내가 세 들어 장사를 하려면 건물주의 성향이나 특징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물론 들어갈 때와 나올 때와는 다르다는 걸 알지만, 최소한 매장을 알아보고 탐색할 때는 현재 운영하는 매장의 사장님들과의 소통도 중요하다. 건물주, 임대인과의 문제점은 있었는지 현재 운영하는데 관리는 잘되어 있는지, 기타 불편한 사항은 없는지 등등. 매장을 운영하는 사장 입장에서는 그냥 물어보는 것보다 음료라도 사던가 약이라도 사면서 이런저런 소통의 물꼬리를 틀 수 있을 거다.

그렇게 편의점을 시작으로 주변 상권을 두루두루 살펴보기 시작했다. 온라인 무료강의였지만 상관입지 관한 동영상은 여러 번 돌려볼 정도로 나에게 신선하고 알차게 다가왔다. 역 바로 앞이라고 해서 좋은 위치가 아니라 실제 사람들이 걸어 다니면서 마주할 수 있는 곳인지가 중요했다. 이를테면 역 바로 코앞에 있거나 엘리베이터 바로 옆에 붙어있거나, 큰 벽이 가로 쳐져 있는 경우는 아무리 역 코앞이라 해도 상권입지로 좋은 위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층과 이층도 마찬가지다. 먼발치에서 탁 트인 공간에서 2층 자리라도 간판이 훤히 잘 보이는 공간이 있는 반면에 좁은 골목길에서 위를 절대 쳐다보지 않는 매장위치가 있다는 말이다.


정말 공감이 갔던 게, 지금 집에 살면서 자주 드나드는 상가건물이 있었는데 차를 운전하며 매번 일층을 보거나 바로 코앞에 있는 주차장 입구에만 들어갔기 때문에 고개를 들어 올려 2층을 올려다볼 일이 없었다. 최근 방문한 미용실이 바로 그곳에 떡하니 있었다니. 심지어 그 자리에서 영업한 지 6년이나 되었다니. 정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내가 관심을 두지 않는 이상 새로운 고객유입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다른 매장을 들어간다는 건, 이곳에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고 내 이야기도 들어달라는 이야기다. 책방을 계약하기 전에도 그 이후에도 10곳이 넘는 매장을 방문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약국도 방문하고 도넛 가게도 방문했다. 책방을 계약하기 전에 사람들의 유동인구 파악을 위해서 매장에 문의해 볼 수도 있다. 나는 그림책방을 열기 위해 준비 중이었기에 아이들이 많은지, 아이들과 부모가 자주 다니는 거리인지도 궁금했다. 내가 스스럼없이 먼저 터놓고 이야기할 때 상대방도 이야기를 들어주고 관련정보를 주기도 한다.

사실 사소한 것들부터가 모두 궁금하다. 아무리 조그만 사업체라도 에어컨을 넣어야 하고 최소한의 인테리어는 해야 한다. CCTV도 달아야 하고 포스기도 설치해야 한다. 저 매장은 커튼을 달았네? 저렇게 매장 안에 벽이 있으면 개인공간이 있겠다는 생각도 그쯤 하기 시작했다. (사실 매장의 일부공간이라도 개인공간은 매우 중요하다. 잠시라도 안 보이는 곳에서 쉴 곳이 필요하다) 약국에 에어컨 설치에 대해 물어보기도 하고 도넛 가게에 인테리어 비용이 어느 정도 나왔는지 궁금해서 물어보기도 했다. 한 곳만 아니라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나의 책방 홍보도 하고 내가 궁금한 것을 물어보기도 했다.


아이 학교 앞에 있는 과일가게에 들러 과일을 하나 더 사면서 인테리어에 대해 물어보기도 했다.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인테리어가 되어있어서 평소에도 궁금했는데, 마침 물어볼 기회가 생겼다. 형과 함께 가게를 운영하는 데 셀프로 했다고 했다! 비용이 절감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나는 인테리어 전문가에게 맡기기로 했다. 큐플레이스란 플랫폼에서 3군데의 인테리어 견적을 받았고 일정과 비용이 알맞은 업체를 선정했다.

기존에 공실이었는지, 다른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는지, 나의 인테리어 경력은 어느 정도 되는지에 따라 인테리어도 정하면 될 거 같다. 나는 일단 인테리어에 평소 관심이 없었고 실제로 해보지도 않았으며, 셀프로 하면서 후회했다는 글도 종종 접하게 되면서 인테리어는 전문가에게 맡기자라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집안살림도 마찬가지다. 내가 집안살림에 관심이 많고 아기자기 무언가 만들고 구상하는 걸 즐기며, 재료를 사고 만들어가는 과정을 즐긴다면 인테리어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 다양한 매장을 방문하고 물어보고 둘러보면서 나는 이렇게 해볼까? 이런 방식도 좋은 거 같아. 다음번에 이렇게 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평소 잡지에서 봐두었던 색감이나 모양이 실제 인테리어할 때 도움이 되기도 했다. 인테리어 담당자는 늘 나에게 물었다. A가 좋은지 B가 좋은지, A부터 Z까지 중에 어떤 색감이 좋은지 등등. 다 알아서 해주세요 가 아니라 '나의 선택' 들어가는 인테리어 공동작업이었다. 내 선택과 내 결정이 인테리어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가게매장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표정을 본다. 어두운 표정, 밝은 표정, 웃는 표정, 무심한 표정, 손님을 반기는 표정, 그냥 그런 표정. 매장에는 사람의 발걸음이 더해지고 온기가 들어온다. 같은 건물에 내가 입점하게 될 거라면 같은 건물의 사장님들 표정을 보아라. 그분들의 표정과 대하는 관심이 어떤지 말이다. 우리는 모두의 손님이다. 내가 이매장의 손님이 되고 또 내가 사장이 된다. 서로 필요한 것을 구매해 주고, 또 팔기도 한다. 한 건물에서 자주 만나지는 못하겠지만, 작게라도 간식거리를 나누는 정성이 건물의 생기를 더하고 손님들의 발걸음을 끄는 것 같다.


자영업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지만 '내가 손님을 대하는 자세는' 웃었으면 좋겠다. 어떤 이유로 어떤 계기로 들어오든 나의 매장에 들어온 손님이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노력도 나의 매장에 오기 위해 걸어오는 노력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발품을 판만큼 많은 사장님도 대하고 아르바이트직원도 만나고 사람들도 만났다. 내가 손님의 입장이었을 때 웃는 사장님이 좋다.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웃는 얼굴은 손님을 끌고 돈을 끌어들인다고 생각한다. 초보 책방지기가 감히 말하고 싶다. 지금 마주하는 손님이 평생고객이 될 수도 있으니 매 순간 나의 매장에 들어오는 '수고'를 해준 손님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말이다. 책방 매장을 알아보고 건물을 찾아가 보고 주변 유동인구를 파악하고 그런 순간들과 시간들이 '이후 나의 책방에도'  서서히 스며들 것이다. 알게 모르게 접하고 만나고 보았던 사람들과 인테리어가 그 순간에 멈추어 있는 게 아니라 앞으로도 현재진행형이 될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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