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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Dec 18. 2023

예비간판을 만들다

보기에는 굉장히 엉뚱하지만 예비간판을 만들었다. 누군가 보면 정말 "책방 열기를 작정하고" 이거저거 다 해본거 같다. 사실 맞는 말이다. 2023년 1월 30일 내생일을 기념으로 사업자등록신청을 했다. 막연히 가지고 있던 나만의 미래책방이 '현실화'되는 기분이었다. 실제로 사업자등록을 해두면 (실제 가게운영을 하기전까지) 여러모로 도움되는 부분이 있다. 사업자라는 위치에 서면 무한책임감이 따라온다. 집주소지로 등록을 해두고 이후 매장을 오픈하게 되면 주소정정을 하면 된다. 2023년 초반에도 김포그림책모임을 운영하고 있었다.


단 한명에서 시작하다

사업자등록을 하기 훨씬 전부터 그림책모임을 시작했고, 일하면서도 한달에 한번은 꼭 그림책모임을 열고 있었다. 또 그 훨씬 이전에는 다양한 모임을 참석하기도 했고 (영어와 관련된 모임이 많았다) 내가 직접 모임을 주도하기도 했다. 나의 집에서 원어민선생님을 모시고 모임을 열기도 했는데, 그때도 아이들과 엄마들의 인기가 대단했다. 영어에 관한 관심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많은것 같다. 영어를 잘하고 싶은 마음, 언젠가 한번쯤 꿈꾸는 (실제로 이루어내기도 하는) 해외여행, 세계여행을 준비하고 싶은 마음, 그게 아니라도 일단 영어라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있어서 넘사벽은 맞는 것 같다. 영어를 평소 사용하지 않으니, 이렇게라도 영어를 사용하고 영어와 친해지고 싶어서 영어모임을 만들고 영어스터디에 참여했던것 같다.


나의 작은 그림책모임도 그랬다. 처음에는 한명에서 시작했다. 이전에 영어모임을 주도하고 사람들을 모집하는 일이 익숙해진 나는 지역커뮤니티카페에 그림책모임 (회비없이) 회원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반응이 있는 날도 있었고, 반응이 없는 날도 많았다. 그래도 묵묵히 한달에 한두번씩 그림책 소개를 하기도 하고 그림책 모임이 열리니 관심있는 분들은 참석해보세요! 라며 외쳤다.

아이를 키우고 있거나 아이들이 많이 성장한 이후에 엄마들이 관심을 보였다. 그림책이 좋지만 어떤 그림책이 좋은지 실제 모임에 와서 놀라는 경우도 많았다. 세상에 이렇게 예쁜 그림책이 있었다니! 이런 그림책이 있다는 게 놀라워! 아이에게 이 그림책을 읽어주었더니 정말 좋아하더라. 등등의 모임후기도 줄을 이었다.

뿌듯했다. 내가 아는 선에서 그림책을 나누고 보여주었을 뿐인데 사람들이 좋아하고 그 영향이 아이들에게까지 전해지는 것 같아 '그림책모임 시작하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달 그림책을 고르고 선별하는 일을 내몫이었다. 그당시 나의 집에서 모임을 하기도 했는데, 6자리가 만석이 될 정도로 인기가 뜨거웠다. 그림책을 함께 나누고 있으며 각자의 인생스토리를 들어보기도 했는데, 눈시울이 뜨거워질때도 있었다. 책을 본다는 건, 그림책을 함께 읽는다는 건 이런 의미다. 사람을 읽고 그사람의 살아온 환경을 들어보는 시간도 중요하다. 그림책에 담긴 메시지가 전하는 울림이 배가 된다. 우리는 매일 각자의 바쁜 일상에 치어 나의 감정을 보살피는 일에 인색하다. 그럴 여력이 없다. 하지만 이런 모임을 통해서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나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었는지, 그때의 감정을 표현할 줄 몰랐는데 이런 그림책 모임을 통해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서 아, 내가 그때 느낀 감정이 이런거구나 라는 것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나는 이 그림책모임이 참 좋았다.


예비간판 뿐만 아니라 나의 명함도 만들어보았다. 사실 명함만드는 일이 정말 쉽다! 방법만 알고 프로그램만 간단히 사용할 줄 알면 명함을 뚝딱뚝딱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낼 수 있다. 미리캔버스 라는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왕관표시의 유료콘텐츠 대신, 무료콘텐츠만 이용해서 꽤나 쓸모있는 작품이 만들어진다. 네이버에 '미리캔버스'를 검색해서 들어가보자.

나는 사실 블로그를 시작하기 위해서 미리캔버스를 배웠다.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는데, 이렇게 쉽고 간단하게 만들수 있다고? 우리가 흔히 블로그나 인스타를 보면 이런건 어떻게 만들었나? 하면서 전문적으로만 생각하는데 사실 그렇게 어렵지 않다. 정해진 툴에서 필요없는 부분을 삭제하고 내가 필요한 이미지를 집어넣고 쓰고싶은 문구를 적으면 끝이다. 그렇게 나는 미리캔버스와 서서히 친해졌고, 카드뉴스 에서 만든 이미지를 블로그에 하나씩 넣기시작했다. 지금의 블로그 모습이 처음 배울 당시의 분홍바탕화면에 글자만 넣은 굉장히 단순한 형식 그대로다.

쉽다고 생각하면 쉬울 것이요, 어렵다고 생각하면 어려울 것이다. 내가 필요해서 수업이나 강의, 과정을 듣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면 안된다. 내가 실제 해봐야 실력이 늘고 재미도 붙는다. 나 역시 블로그수업이나 유투브과정을 들은적이 있는데, 그당시에는 아. 돈아깝다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이후 내가 직접 찾아가면서 '실제 해보면서' 나에게 필요한 부분을 내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지나왔다. 이런 건 어떻게 하지? 다른 좋은 영상을 보면서 따라해보고, 다른 블로그를 보면서 따라해보았다. 가장 기본적인 것만 세팅하고 시작한다면 그 이후에는 각자의 몫이다. 조금더 배우고 싶고, 알고싶다면 내가 실제로 해보아야 한다.

미리캔버스도 그랬다. 블로그에 사용할 카드뉴스를 만들면서 시작했는데 거기에서 끝이었다면 지금의 전단지나 스티커나 예비간판은 없었을거다. 아주 단순히 어떻게 사용하는 지 방법정도만 배우더라도, 거기에서 내가 만들고 싶은 작품을 구상하고 명함을 실제로 만들어보고 인쇄물제작 주문을 하면 굉장히 단순한 방법으로 이루어진다는 걸 알수있다. 예비간판에 들어가는 이미지는 첫째아이가 아이패드로 그린 이미지인데, 동의를 구하고 나의 간판에 이미지를 넣었다. 다소 우스꽝스러운 이미지이긴 하지만, 나는 참 마음에 든다.


아이가 그려주었고, 나의 가장 처음으로 만난 예비간판이기에 마음이 더 애틋하다. 예비간판이 있었기에 지금의 간판설치도 이루어낼 수 있었겠지? 실제 간판제작은 보통 50만원에서 200만원사이를 오간다. 다양한 곳에서 견적을 받기도 했지만 중요한 건 '나만의 간판'이 있다는 사실이다. 내 이름이 있듯이 내 사업장의 이름도 그렇게 탄생되었다. 어느 회사, 무슨 직장이 아니라 나만의 사업을 꾸려나간다면 여러분은 어떤 이름으로 하고 싶은가? 어떤 간판으로 내 가게를 꾸미고 싶은가? 한번 생각해보자. 그리고 미리캔버스로 상상의 간판을 한번 만들어보자. 혹시 아나? 그 예비간판이 실제간판이 되는 날이 오게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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