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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Dec 20. 2023

네이버지도에 등록하다

네이버지도는 막강한 힘이 있다. 일단 검색이라고 하면 100이면 100 네이버를 떠올린다. 언제부턴가 네이버는 우리 일상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었다. 초록색의 표시만 보아도 네이버가 떠오른다. 초록검색창에 단어를 입력하고 우리가 찾는 모든 것들이 나온다. 블로그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궁금하거나 검색이 필요한 것이 있으면 '네이버 초록창'을 이용한다. 그 안에는 오만 것들이 들어있다. 검색하면 다 나온다.

나 역시 가고 싶은 장소나 리뷰가 궁금한 곳이 있을 때 네이버를 이용한다. 하물며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네이버 국어사전, 영어사전을 이용하고 있다. 올초 최고그림책방이란 상호명으로 사업자등록 신청을 했다 (이전글 참고). 사업자등록은 했지만, 사람들이 알아야 했다! 구래역에 방 한 칸이지만 최고그림책방 이란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한 달에 한 번씩 이루어지는 그림책모임에 불과했지만, 구래역에 책방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야만 했다. 그래서 네이버 초록창에 검색해 보았다. 우리가 흔히 네이버로 검색은 많이 하는데, 어떻게 하면? 등록을 할 수 있지? 실제로 오픈매장이 없는데도 (집주소로) 가게운영을 하는 곳도 더러 있었다.


아이가 2학년 무렵쯔음 수학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았다. 네이버지도에 구래동 수학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 보았다. 학원에서 많은 학생들과 이루어지는 수업보다는 선생님과 차분히 받을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알아보던 중, 초등학교 바로 앞 아파트단지에서 등록된 곳을 발견했다. 아주 짧은 기간이긴 했지만, 남자선생님과 연필 잡는 법부터 수학의 기초연산을 배우기도 했다. 그 당시의 기억이 떠올랐다.

실제 오픈매장이 없어도 네이버에 등록이 가능하구나!라는 사실을 말이다. 네이버에 '네이버지도 등록'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니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 홈페이지가 나왔다. 이렇게 쉽게 된다고? 순간 어안 벙벙하던 것도 잠시, 바로 클릭해서 들어가 보았다. 맞다. 그렇게 쉽게 되는 것이었다. 다만, 나는 사업자등록을 미리 해두었기에 가능했다. 첨부파일에 사업자등록증을 첨부하고, 나머지는 집주소지와 간략한 정보만 입력하면 완성되었다. 네이버는 특히 좋았던 게, 개인 핸드폰 번호를 표시하는 대신 '스마트콜'이라는 절차가 있어서 이후로도 도움을 받았다. 네이버 자체적으로 소비자와 사업자 간에 연결을 해주면서 '개인정보 보호'라는 기본적인 걸 지키게 해 주었다.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도 개인 핸드폰으로 연락하는 것보다 스마트콜로 전화하면 부담이 훨씬 줄어든다.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 에는 책방의 이름부터 소개를 포함한 운영시간 기재하는 부분이 있었다. 나는 당시 병원간호사로 평일과 토요일에 일하고 있어 운영시간을 적을 수가 없었다. 한 달에 한번 열리는(?) 책방도 아니고, 뭐라고 적기가 애매했다. 그래서 솔직하게 기재했다. 단순히 구래역에 '책방'이 존재한다는 사실, 그리고 전화는 가능하다는 사실 그 2가지만 지속하기로 했다. 언젠가 오프라인 매장을 열게 될 때까지는 집주소지로 나만의 책방을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그림책모임이 열리는 날, 찍어둔 그림책들의 사진으로 네이버지도 메인화면에 등록해 두었다. 그림책성교육 강의가 이루어지거나 그림책모임이 열리던 날, 책을 판매하기도 했다! 우연히 봄길책방 인스타를 통해 성교육강의를 제안받아 김포 월곶면에 위치한 봄길책방에서 성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토요일 병원근무를 마치고 봄길책방에 방문하기도 하고, 쉬는 날 온라인 강의가 열리는 날에는 봄길책방 공간을 빌리기도 했다 (대표님 감사합니다!). 그림책모임이 봄길책방에서 이루어지는 날에는 그림책을 바리바리 싸들고 갔다.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일하는 선생님과 맛있는 그림책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선생님은 맛있는 그림책을 정말 좋아하며 내가 바리바리 싸들고 간 그림책을 모두 사가기도 했다. 그렇게 사간 그림책사진을 찍어 네이버 방문리뷰에 올려주기도 했다. 아마 그때부터였을까? 아~ 내가 책방을 하는구나! 책방을 열어도 되는구나! 알게 된 순간이.


누군가는 우연이라 말할 수도 있을 값진 인연들이 곳곳에서 만남을 이어갔다. 봄길책방이 그랬고, 선생님이 그랬다. 그림책모임에 와준 한분 두 분의 회원님들이 그랬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 그림책이 나만의 책방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나는 그 속에 무엇을 느꼈을까? 그림책이 참 좋다는 느낌으로 시작한 김포그림책모임이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온기가 더해갔다. 세상에는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하는 사실도 깨달았다. 문득 생각나는 아기엄마가 있다. 아기띠를 하고 봄길책방에 찾아온 엄마였다. 김포에 살았지만, 위치상 봄길책방에 오기는 쉽지 않은 거리였는데 택시를 타고 왔다고 했다. (자차로 월곶 안쪽으로 들어오면 봄길책방이 있다) 그날 어떤 시간에 나 역시 봄길책방에 방문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기엄마와 같은 공간에 있었다. 책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 달려온 것이다. 같은 공간에서 책방 대표님도 함께 있었다.

그림책에 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누면서, 나의 책 <하루 10분 그림책 읽기의 힘> 이야기도 나왔다. 김포그림책모임을 진행한다는 정보를 알리고 그렇게 인연이 되었다. 어둑해지는 저녁시간, 책방대표님이 손수 아기엄마의 배웅을 도와주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에게도 대표님의 사람에 대한 배려가 느껴진 것 같다. 나도 이런 마음으로 책방을 운영해야겠다는 묘한 감정과 다짐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누군가 이렇게 저렇게 해라 말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느껴지는 온전한 순간이었다.


몇 개월 후 나는 책방을 열었고 오늘도 책방을 열었다. 눈길을 헤치고 와준 다혜 님과의 담소가 마냥 즐거웠다. 최고그림책방은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책방을 운영하고 책임지는 나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가면 좋을까? 눈 오는 날 아침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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