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주식투자? 코인? 부동산? 대부분의 사람은 투자를 이렇게 생각한다. (아니면 말고) 나처럼 금융지식이 전무하거나 (자랑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어떤 식으로든 투자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해보려고 하는 사람들은 꾸준히 투자하려고 한다.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투기와 투자는 의미 역시 다르다.
투자: 이익을 얻기 위하여 어떤 일이나 사업에 자본을 대거나 시간이나 정성을 쏟음
투기: 기회를 틈타 큰 이익을 보려고 함. 시세 변동을 예상하여 차익을 얻기 위하여 하는 매매거래. (유의어: 도박, 모험)
네이버에 투자와 투기를 검색해 보면 이와 같은 의미를 확인해 볼 수 있다. 투자는 어떤 이익을 얻기 위하여 (보통은 금전적인) 사업자본을 대거나 시간이나 정성을 쏟는 것을 말한다. 투자와 투기 혼용해서 사용하기도 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차이점은 투기에는 '시간과 정성을 쏟는' 의미가 약한 것 같다. 부동산 투기 역시 시간과 정성을 쏟겠지만, 실제로 내가 살고 싶은 땅을 사기 위해 혹은 제대로 사업을 하기 위해 투자를 하는 것과는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나 역시 조그만 책방을 운영하면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듣게 되는 이야기들이 있다. 상가에 끼인 매장이라는 이유로 덜컥 계약을 했다는 것이다. 아마 그 당시 수많은 상가를 거래시키기 위해서 당연히 장점만을 이야기했을 테고, 지하철역이 가까이 있으니 당연히 사람들의 수요가 많을 것이라 예상했을 거다. 중간에서 중개하는 입장에서도 실제 운영해 본 것은 아니지만, 건물주의 입장과 실제 매장을 운영하는 구매자 사이에서 조율하고 매매거래를 성사시키는 것이 목표인 만큼 열과 성을 다해 홍보하고 선전했을 것이다.
와, 어떻게 가보지도 않고 계약을 하지? 싶지만 실제로 우리 주변에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고 한다. 투기가 타이밍이나 상황이 잘 맞으면 '운이 좋게' 좋은 수익을 창출해 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실제로 발품팔아가며, 휴일과 휴식을 반납해 가면서 찾아보고 검색해 보고 공부하고 배워가며 익힌 나만의 기술과 무기는 이후 투자를 하거나 사업을 계획하는데 확률적으로도 승률이 높을 것이다. 한 우물을 파라는 이야기도 있다. 나 역시 처음 책을 도서관에서 아주 많이 읽어보고 책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을 때 주말 휴일을 반납하고 (아이가 어렸음에도 불구하고) 강의를 듣기 위해 4시간 왕복의 거리를 다녔다. 둘째가 엄마를 애타게 찾았지만 남편에게 부탁하고 주말퇴근시간임에도 부랴부랴 차를 운전해서 다녔던 기억이 난다. 아이가 잠든 새벽에 깜깜한 창고 안에서 포스트잇을 붙여놓은 벽면을 보며 원고를 써 내려갔다. 아이가 깰까 봐 조마조마하던 시간들도 있었다.
그렇게 나의 첫 번째 책 <책 먹는 아이로 키우는 법>이 탄생했다. 강의를 듣고 실제 나의 원고를 적어 내려 가면서 또 다른 글을 쓰고 싶어졌다. 방문간호사로 일하면서 아침 방문하기 전 30분이라도 시간이 있으면 근처 스타벅스에 가서 노트북을 켰다. 방문간호사로 일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들이 흘러넘쳤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경험한 것들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방문하는 택배기사님이나 정수기회사 직원이나 방문하는 업종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일들도 (특히 화장실을 가야 하거나, 혼자만의 점심을 해결할 때) 책에 담아내고 싶었다. 원고를 엮어 출판사에 투고를 하고 정말 좋은 대표님을 만나 (지금 예약판매가 시작된 그림책으로 시작하는 성교육을 만들어주신 더블엔 출판사이다) 계약하기에 이르렀다. 계약을 했지만 실제 책으로는 내지 못했다. 내가 방문간호사로 일하면서 담아낸 이야기들이지만, 회사업무와 연결되어있다 보니 실제 책으로 출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후 아이를 키우면서 근처 종합병원에 다니는 시간 동안에는 그림책 관련 이야기들을 엮어 <엄마책가방 속 그림책>을 펴내고, 연이어 <엄마생활>도 pod 출판으로 출간진행을 했다. 아마 그쯔음 이었을까? 정인이 사건을 매스컴에서 접하고 그림책과 성교육 관련 도서들을 닥치는 대로 사모으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에서 시작한 고민은 성과 성교육에 관련된 배움과 갈증으로 이어졌고, 그림책으로 육아를 하고 있다면 '성교육 그림책'을 포함시키면 되겠다!라는 생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림책 읽기 원고를 적어 내려 가면서 '그림책성교육' 꼭지 부분을 함께 적었고, 이와 관련된 원고내용을 브런치에 올렸더니 도서관 사서가 연락을 해왔다. 강의요청이 들어온 것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고 책을 읽으면서 독서교육 자녀독서에 관한 책을 만나면서 아이에게 '그림책 읽어주기'가 얼마나 중요하고 위대한 일인지 알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책사랑, 그림책 사랑이 책 쓰기 열망에 불을 지펴주었고, 그 당시 내가 투자할 수 있는 모든 돈을 모아서 강의를 들으러 다녔다. 절박함과 간절함이 있었다. 단돈 100원 200원에 연연할 정도로 벌벌 떨었던 내가 일생 살면서 가장 크게 한 투자일 것이다.
한 권의 책을 시작으로 <엄마책가방 속 그림책> <엄마생활> <하루 10분 그림책 읽기의 힘> 지금 예약판매에 들어간 최신작인 <그림책으로 시작하는 성교육>에 이르기까지 총 5권의 저서를 출간하게 되었다. 카드빚을 많이 지고 현금서비스까지 받아가면서까지 '내가 나에게 한 투자'는 나에 대한 믿음과 정성과 시간, 노력을 통해 나만의 자산으로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지 생각하게 되었고 행동으로 하나씩 옮겨보았다. 재미있는 책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모았던 나를 칭찬하고 싶다. 책에 관한 투자도 내가 한 큰 투자일 것이다. 그 당시 사모았던 책들을 중고도서로 책방에서 팔고 있다. 투자한 만큼 일정 부분은 나에게 다시 돌아오는 과정일 것이다.
나 역시 글쓰기를 모르던 사람이었고 단지 글을 써보고 싶었던 사람이었다. 최근에 방문한 미용실에서 글쓰기 책 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맞춤법 이야기가 나왔다. 솔직히 말했다. 나도 모른다고. 국어국문학과도 아니고 문예창작과도 아니고 맞춤법 띄어쓰기 정말 많이 틀리는데 글 쓰는데 지장 없다고 말이다. (여담으로 브런치스토리는 맞춤법 검사기가 정말 좋다! 제대로 수정해 준다.) 내가 배운 지식과 경험은 이제 또 다른 이들에게 전달될 것이다. 깜깜한 창고에서 포스트잇을 마주하고 원고를 써 내려간 시간들이, 어떻게 책 쓰는지 형식과 방법을 배우러 다녔던 시간과 비용들이, 아침 출근시간 전 스타벅스에 들러 원고를 써 내려갔던 그 정성들이 모이고 모여 나만의 글쓰기 무기가 되었고 나만의 자산이 되었다. 솔직히 나라고 앉는다고 그저 써 내려가는 건 아니다. 일상에서 키워드를 찾고 메모하고 일상의 순간순간들을 글로 스케치하려고 지금도 노력한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나는 어떤 삶을 살아보고 싶은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시간이다. 나는 글 쓰면서 살고 싶고 아이들과 그림책을 나누면서 살고 싶다. 책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책의 재미를 알려주고 좋은 그림책을 선별하는 안목을 키워나가며 살아가고 싶다. 그런 좋은 그림책을 이웃들과 함께 나누고 함께 읽어나가는 삶도 살고 싶다. 나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나의 꿈을 노트북 바탕화면에 적어둔 적이 있었는데, 첫째 아이가 보고 울었던 경험이 있다. 그대목은 바로 이거였다. 그 꿈을 향해 나는 지금도 정성과 시간과 노력을 들여 나에게 투자하고 있다.
웃음이 예쁜 그림책 읽어주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