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을 이기지 못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by 정희정

"누가 훔쳐가면 어떡해요?"


흔히 물었던 질문이다. 내가 지금의 책방을 운영하기 훨씬 이전부터 "무인그림책방"을 도입했다. 다른 책방을 벤치마킹 한 것도 아니었고 순전히 나의 자발책이었다. 지금으로부터 2~3년 전부터 김포그림책모임이 단 한 명에서 시작되었다. 모임인데 한 명에서 가능한가? 그래도 여러 명이 와야 좋은 거 아닌가? 두 세명 모이면 그때 해볼까? 처음 모임을 운영할 때는 그런 생각도 의구심도 들었다. 순전히 그림책을 좋아했기에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혼자서 경험하고 고민했을 시간들을 또한 함께 나누고 싶었다. 우리는 생각보다 사회와 단절된 시간을 오랜 시간 보낸다. 특히 엄마들은 아이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과정에서 (보통 돌 이후까지는) 바깥 외출이 어렵고 집안에서 오롯이 혼자 아이를 돌보는 일이 많다. 그래서 잠시잠깐 외출이 그립기도 하고, 하늘을 바라보면 눈물이 흘러내리기도 한다.


아이를 돌본다는 건 무한책임을 제공한다는 거다. 돌아오는 대가 없이도 아이를 돌보고 키운다. 엄마아빠라는 이름이 불리어지고 OO 엄마로 호명되는 순간, 우리는 부모라는 역할로 자연스럽게 들어온다. 준비가 되었든 되지 않았든 말이다. 아이의 부모가 된다는 건, 먹고 재우고 입히는 일 외에 아이의 대변인이 되어준다는 의미다. 친구와의 다툼이 생겼을 때, 놀다가 누군가를 다치게 했을 때, 오해받을 만한 상황에 처하거나 속상한 일이 벌어졌을 때 등등. 아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아이의 입장에서 그리고 주변의 상황을 함께 살펴볼 줄 알아야 한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동안, 그림책과 책에 관심이 없던 내가 그림책에 관심이 생기고 아이와 함께 도서관이나 서점을 여행하듯 다녔다. 책 속에 글이 나를 이끌었다. 나는 마치 뭔가에 홀린 듯 추운 겨울 벤치에 앉아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반납하는 날이라) 빠르게 읽어 내려가거나 사진을 찍었다. 작은 도서관에 다닐 때는 바퀴 달린 장바구니 (보통 화장품 등을 사면 사은품으로 주는 천으로 된 장바구니)를 끌고 다니며 그 공간에 장 볼거리 대신 빌린 책을 켜켜이 담아서 다니곤 했다. 추운 겨울 빙판길에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책바구니(책이 들어있으니 책바구니)를 끌고 가다가 보도블록 모서리에 닿으면서 바퀴가 깨져버리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날 매서운 찬바람에 깨진 바퀴가 얼마나 속상하던지. 지금도 그때의 기억이 난다. 돌아오는 길 재활용품 수거함에 장바구니를 두고 오면서 아쉬움을 달래었다. 그 뒤로 비슷한 류의 장바구니 대신, 그림책도 들어가는 큰 사이즈 숄더백을 구매하기도 했는데, 내가 책과 함께 오롯이 시간을 보낸 그 장바구니가 이따금씩 차가운 겨울이 되면 생각이 난다. 책과 겨울, 그리고 나를 온전히 느낀 시간이었다.


두려워하는 대신 행동으로 옮겨라.

나는 사실 모임에 한 명도 좋고, 내가 모임을 추진하고 사람을 모으는 것도 거리낌이 없었다. 이전 영어회화모임에 참여할 때도 그랬고, 내가 직접 모임회원을 모집할 때도 그랬다. 나? 영어발음 안 좋은데?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닌데 참여해도 되나? 생각보다 영어 관련 모임에서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영어라는 것이 특출 나게 잘하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사실 거기서 거기다. (핵심을 간파했다) 우리가 배운 것이 거기서 거기고, 영어교과서를 통해 배운 것이 다 비슷하기 때문이다. 토익 시험을 치른다고 해서 영어회화를 잘하는 게 아니라는 건 짐작할 것이다. 점수와 회화랑은 크게 상관이 없다.

그리고 생활 속에서 자꾸자꾸 말해봐야 발음도 익숙해지고 적응할 텐데,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매일 한국말만 하는데 영어가 느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우리의 버킷 중에 하나인) 영어를 말해보자. 그거면 충분하다.라는 생각으로 모임에 참여했다. 우리는 늘 영어를 잘하고 싶고 외국에 나가는 날을 위해서라도 영어는 언젠가는 배우고 써먹어야 하는 필수언어다. 그런 모임을 만들어보고 추진해 본다는 건 이후 책방을 열고 모임을 지속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당신이 두려워하는 게 무엇이든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부동산에 관심이 있다면 부동산에 한번 들어가서 중개사를 만나보고, 매물을 확인도 해보고 알게 모르게 들려오는 팁들도 실제 만나야 알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영어에 관심이 있다면 <최고그림책방> 네이버카페에서 진행하는 영어필사 먼저 시작해 보고 서점이나 책방에 가서 필사책을 한번 들추면서 시작하는 계기가 만들어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 말은 내가 좋아하는 말이다. 생각을 했다면 아주 작은 행동, 액션이라도 취해야 한다. 생각만 하고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으면 그냥 생각만 하는 거다. 브런치를 켰다면 되든 안 되는 몇 줄이라도 적어보고 (한글파일이라도) 되든 안 돼 든 작가지원을 한번 시도해 보는 거다. 보는 사람만 될 것이 아니라, 이제는 쓰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거절당할까 봐 두려워서, 두려운 마음에 쓰기를 주저하는가? 지금 안 쓰면 나중에는 쓰게 될 것 같은가?

글쓰기모임에 오는 분들에게 이야기한다. 안 써봐서 모른다고, 일단 써봐야 글이 써지는지 알 수 있다고. 무슨 내용을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쓸 말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일단 노트에 첫 문장을 쓰고 그다음 문장을 쓰고 또 그다음 문장을 쓰다 보면 어느새 글이 3줄, 4줄, 5줄 늘어나있는 경험을 한다. 노트북에 타이핑을 하든, 노트에 볼펜으로 끼적거리든 일단 쓰는 습관을 '시작'해보자.


거절도 많이 당해보고 거절도 많이 해봤으면 좋겠다.

거절이라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거절하는 것도 용기다. 나에게 필요한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오늘 마무리해야 하는 일이 있고, 저녁식사를 함께해야 하는 가족이 있으면 '누군가 당장 시급하지 않은 요청을 했을 때' 거절할 줄 알아야 한다. 미안하지만 다음에 할게요. 오늘 선약이 있어요. 특히 글쓰기나 독서도 그렇다. 우선순위에서 늘 뒤로 밀려나지만, 독서와 글쓰기는 긴 인생을 내다보았을 때 나와의 가장 중요한 약속이다. 이 시간만큼은 지키려고 노력한다. 아침 단 30분이 되었든, 잠들기 전 30분이 되었든 잠시잠깐이지만 독서를 하고, 글을 쓰는 이유다.


당장의 시급한 일도 많지만 (지금 주방설거지통에 설거지거리들이 한가득 쌓여있다!) 우선순위인 글쓰기를 먼저 챙긴다.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 동안 닌텐도게임을 하거나, 식사를 하거나 함께 목욕을 하고, 그 외의 시간은 나를 위해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진다. 우리 집에는 티브이가 있지만, 나는 티브이를 보지 않는다. 보더라도 대표채널 1번으로 정해두고 '음소거'로 해둔다. 정말 유용한 방법이다.

마치 병원의 대기실처럼 화면만 나오는 장면과도 같다. 소리를 꺼두면 '내가 할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소리가 들리면 내가 자꾸 그쪽을 돌아보게 된다. 특히 뉴스나 사건사고들이 매일같이 일어나는데, 그런 소식을 듣고 있으면 사람들은 무력감을 느낀다고 한다. 핸드폰으로도 충분히 뉴스기사를 접할 수 있다. 내가 인생을 주도적이고 능동적으로 살지, 수동적으로 살아갈지는 '나의 선택'과 환경에 달려있다.


첫 문장에서 언급한 "누가 훔쳐가면 어떡해요?"는 나의 무인책방에 들어온 누군가가 책을 훔쳐가기라도 하면 어떡하냐는 걱정스러움에서 나온 말이다. 책이 빼곡히 채워진 공간에 (이제는 제법 책들이 많은 자리를 차지한다) 찾아온 사람들이 책을 구경하다가 가기도 하고, 필요한 책은 구매목록에 적고 계좌이체 후 사가기도 한다. 나 역시 누군가 책을 훔쳐갈까 봐 두렵고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볼일을 보는 사이 혹시라도 책방을 방문하게 되는 손님을 놓친다는 게 나는 더 불편했다. 내가 책방 문을 열기 훨씬 이전부터 간이 무인책방을 (그 당시 약국 한쪽벽면에 그림책을 진열하고 무인으로 운영해 보았다) 시도해 보았다. 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보고 원하면 사갈 수 있도록 말이다. 평일 간호사로 일해야 했기에, 좋은 그림책을 구래동 한쪽 작은 공간에서라도 판매해보고 싶었다. 약사님에게 동의를 구하고 시작했던 무인책방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두려움을 이기는 순간 우리는 내 안에 힘이 강해짐을 느낀다. 그리고 책을 훔쳐간들 어떤가? 그 책을 가져간 사람의 마음은 다시 돌려주는 순간까지 계속 남아있을 거라는 걸 안다. 내가 그랬으니까. 사실 나는 어린 시절 작은 백화점 한쪽공간에 책을 훔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늘 마음 한편이 불편했다. 그 마음을 지금의 책방에서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작고 어린 내가 잘 모르고 저질렀던 행동이 그 당시 책방사장님에게 용서받을 수는 없겠지만, 책을 통해 사회에 돌려주고 싶다. 혹여나 내 책방에서 책 한 권을 훔쳐갔다면, 그 미안하고 갚고 싶은 마음이 흐르고 흘러서 나의 자녀들에게까지 보답으로 미칠 거라고 생각한다.

나의 어린 시절 잘못을 고하는 것 또한 두려움을 이기고 용기를 냈기 때문에 가능하다. 두려워하는 것이 있는가? 말하고 꺼내어보자. 아주 작은 행동으로 시작해 보자. 못할 거 없지!라고 말해보자. 당신의 크나큰 성장 앞에 아주 작은 시작점은 바로 지금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