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엄마 간호사의 성장일기
어버이날이라 고민했다. 생각했다. 무엇을 해드리지? 매년 찾아오는 어버이날마다 멀리 사는 우리는 가끔 용돈을 보내드리기도 하고 생신 날에는 꽃 바구니를 보내드리기도 했다. 코로나로 친정과 시댁을 안 간지 꽤 오래되었다. 5월 8일은 어버이날이다. 며칠을 쿠팡에서 검색도 해보고 장바구니에 이것저것 담아놓기도 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버이날' 검색하면 카네이션도 나오고 특히 요즘 유행하는 현금 말아 넣는 선물상자도 눈에 띄었다. 만원 혹은 오만 원을 동글게 말아서 비누 조화 카네이션 꽃과 함께 부모님께 보내드리는 아이디어 상품이다. 매년 보기도 했으나 '이런 건 젊은 사람들, 친구들이 하는 걸 텐데 뭐..' 하며 한쪽으로 치워두웠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 눈에 자꾸 밟힌다. 어쩌면 부모님이 이런 걸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란 생각이 들었다.
시댁인 강원도, 친정인 구미 각자의 거리는 다르지만 부모님을 생각하며 주문한다. 그리고 선물세트로 보내드리기에 적당한 유과 한과도 함께 주문을 했다. 나이가 들어 잇몸과 이가 많이 약해진 시댁 시부모님을 생각하며, 요즘에도 치통으로 잠을 못 주무실 정도로 아파하는 친정아버지를 생각하며 적당한 간식으로 드실 수 있게 함께 주문한 것이다.
며칠 뒤 주문한 상품들이 도착했다. 비누 조화 카네이션이 다소곳이 담겼고 그 옆에 현금을 말아 넣을 수 있는 빈 통이 자리했다. 방문간호를 다니면서 이틀에 한 번은 우체국을 방문한다. 환자들의 서류를 취합해서 본사에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날도 우체국에 방문했다. 환자들의 서류를 챙겨 먼저 등기우편을 보냈다. 그리고 해야 할 일, 부모님에게 보낼 선물을 포장하는 일이었다.
차 안에 앉아서 의자를 뒤로 최대한 밀고 카네이션 선물상자에 만 원짜리 현금을 돌돌 말아 넣기 작업을 시작했다. 이럴 줄 알고 전 날에 미리 현금을 뽑아두길 잘했다. 어머님 아버님을 생각하며, 한 장 한 장 동그랗게 정성을 들여 말고 동그란 통 안에 밀어 넣었다. 많은 액수의 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받으면 좋아하실 모습을 떠올리니 흐뭇했다. 그렇게 택배 상자 속에 가지런히 카네이션 박스를 넣고 테이프로 감았다. 강원도와 경상도 친정 주소지를 적고 택배를 보냈다.
며칠 뒤 엄마에게 카톡이 왔다. 우체국 택배 박스와 함께 찍힌 카네이션 선물상자 사진이 보였다. 가지런히 놓인 만 원짜리와 카네이션 꽃이 보인다. 오메나~ 하면서 나의 이름을 부르는 엄마. 감동입니다. 고마워~ 말하는 엄마. 나는 카톡으로 전했다.
"우리 어머니 아버지 사랑하고 건강하세요~"
고마우이 흑흑. 하며 감동을 받아 눈물 흘리는 이모티콘을 보낸 우리 엄마.
함께 붙인 한과도 도착을 했나 보다.
"한과도 붙였네 고맙고 잘 먹을게. 아그들 바라지도 힘들 텐데 땡큐~" 하며 말하는 엄마.
쿨하면서도 재미있는 나의 부모님. 시댁에서도 전화가 왔다. 둘째 아이가 5월 12일 두 돌 생일이고 어린이날도 있어 시댁인 강원도에 내려왔으면 하고 전하셨던 어머님은 이번 연휴에 (아무래도 아직 코로나로 안정을 취해야 하는 시기라) 안 내려갔더니 많이 서운하셨던 것 같다. 그런 마음에 선물을 받으시니 감동하셨다고 조금은 서운했던 마음이 가라앉으신 것 같았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부모님을 생각하며 골랐고 예쁘게 포장도 했다. 그런 정성이 들어간 것을 아는지 부모님은 감동을 받으셨고 또 그 감사한 마음을 나에게 전하니 고마웠다. 내가 더 고마웠다. 그렇게 좋아하실 걸 알았으면 진작 붙여드릴 걸 했다. 부모님도 현금이 든 카네이션 선물이 마음에 쏙 드신 것 같다.
어제는 딸아이가 묻는다.
"엄마, 내일 어버이날인데 카네이션을 못 만들었어요. 엄마 아빠 줄 선물이 없는데 어떡하죠? "
하며 엄마의 표정을 살핀다.
"그건 내일 만들면 되지~ 내일 학교에서 만들 거야. 걱정하지 마~"
속으로 생각한다. 그런 건 필요 없고 단지 나의 곁에서 건강히 자라주고 늘 웃음을 주는 너희들이 엄마 아빠에게 가장 큰 선물이라고.
부모의 마음도 그렇지 않을까? 아무리 주어도 모자란 사랑. 그들의 사랑에 우리는 컸고 우리는 자랐다. 부모의 마음을 한 번 더 생각해보는 어버이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엄마의 반찬이 그립듯이 늘 부모의 사랑이 그립다.
어머니, 아버지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