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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Jan 03. 2024

안먹는 약을 모두 버렸습니다

약에도 유통기한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관심을 두는 장소나 위치가 아니라면 그장소는 잡다한 쓰레기들로 도배되기 마련이다. 이를 테면, 서랍장이라든가 전자레인지 위쪽 선반이라든가, 문을 닫으면 보이지 않는 그런곳들 말이다. 혹시나 모를, 언젠가를 위해 우리는 늘 다람쥐처럼 무언가를 쟁여놓는다. 정말 무심코, 놓아둔 약봉투가 하나 둘 늘어가는 걸 모르고 지냈다. 최근 정말 많이 아팠다. 독감이었나? 싶을 정도로 (올 겨울 되기전 우리가족 모두 독감주사를 맞지않았다. 간호사라서 독감예방주사의 필요성을 알고 있음에도..) 정말 심하게 앓았다. 그동안 사두었던 약들도 참 많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도 추가되었다. 한 며칠은 꼬박꼬박 잘 챙겨먹는다. 내 몸이 약을 원하기에 밥을 먹고 하루 3번정도를 잘 챙겨먹었다. 그러고 나면 2~3일치가 꼭 남아버린다. 그 약은 어떻게 할까? 혹시 모르니 (나중에 또 비슷한 증상으로 아플 수 있기에) 전자레인지 위 선반에 차곡차곡 모셔다 둔다.


3~4개월에 한번씩은 집안정리를 하거나 모아둔 잡동사니를 버린다. '지금 현재'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정리하면서 공간을 비워나갔다. 마침내 약봉투 차례가 온거다. 기다란 플라스틱형의 수납 바구니에는 온가족의 약들이 즐비했다. 락티케어, 마데카솔, 이런저런 연고를 비롯해 사놓고 뜯어보지도 않은 절체불명의 약들까지. 바구니 안은 나름 정리한다고 했는데도 약들의 포화상태를 이루었다. 더이상은 안되겠다! 결단을 내린 순간 바구니에서 모든 약과 연고들을 꺼내었다.

짜다만 연고도 있었고, 똑같은 연고도 있었다! 아이들이 아플 때 먹는 약도 있었고 멀미약, 가루약, 알약, 마시는 소화제 까지. 약이 종류별로 골고루 있었다. 특히 영양제도 그중 하나였다. 통안에 들어있던 정제는 습기를 머금었는지 이미 색깔도 변해있었다.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 지 모를 약도 있었다. 통 안에 있던 영양제를 모두 쓰레기통에 비워냈다. 콸콸 흘러들어가는 영양제를 보면서, 시원하다못해 후련했다. 분명 아이들이나 나를 위해 사둔 영양제인데, 매일 챙겨먹는일이 사실 쉽지않았다. 더욱이 나는 알약을 싫어했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동안 감기도 자주 걸리기도 하지만 면역에 도움이 되라고 이런저런 영양제를 사두기도 한다. 조금 덜 아플 수 있다면, 면역이 생겨서 가볍게 지나갈 수 있다면, 감기에 덜 걸릴 수 있다면 하는 바람으로 영양제 수집에 나서기도 했다.


이 약국 저 약국을 다니며 진열해둔 아이들 영양제를 살펴보기도 하고, 필요하거나 아이들이 먹으면 좋겠다싶은 것들은 주저않고 사던 때도 있었다. 수시로 아프거나 심하게 아프면 바로 입원해야하는 상황이 자주 생기던 시기에는 그렇게라도 아이들의 면역을 챙겨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사둔 정제 영양제들을 아이가 다 먹는것도 아니었다. 하나먹고 우웩 뱉어내기도 하고, 아예 입도 뻥긋하지 않기도 했다. 젤리나 초코, 사탕에 익숙해진 터라 달달한 맛을 지닌 정제영양제가 눈에 들어올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꾸준히 복용할 수 있도록 조금더 타일러보거나 먹여보아야 했을까? 그렇게 사둔 영양제는 그대로 창고속에 보관되버리기 일쑤였다.


하기야 나도 그런데 아이들을 탓할수만은 없었다. 비타민이든 아연이든 몸에 도움이 될거라는 걸 알면서도 쉽사리 챙겨먹지 못했다. 코로나시기가 지났지만, 여전히 아주 많은 가정에서 이미 이전에 사둔 비상약들이 아주 많이 보관되어 있을거다. 한번 보시라. 생각지도 못하게 아주 많은 약들이 보관함에서 쏟아져나올 것이다. 나 역시 친정부모님댁에 가면 이런저런 약들이 보관되어있는 공간을 자주 본다. 친정아버지는 혈압에 통풍약까지 다양한 약을 매일같이 복용하기에 약이 보관된 곳만 보아도 한가득이다. 요리하다가 자주 베이거나, 피부가 약한 친정엄마도 연고나 테이프 등 다양한 약들이 늘 서랍칸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말그대로 비상약은 언제나 필요한 법이니까. 기본적으로 필요한 약들을 제외하고는 (나의 경우는 타이레놀 진통제계열, 마데카솔 후시딘 연고계열, 거즈와 테이프 등) 지금 필요없는, 안먹는 약을 모두 버렸다.

내가 요며칠 약바구니를 정리하면서 버린 약들은 다음과 같다.


1. 처방받은 약

일년전부터 아마 최근까지 처방받은 약들이었다. 무엇때문에 먹었는지 기억도 안나는 오래된 약들은 모두 정리했다. 증상은 매순간 변하기마련이고, 혹시나 또 아프게 될경우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는 것이 제일 좋다.

2. 비타민과 영양제

비타민, 아연을 포함한 통안에 든 영양제를 모두 버렸다. 이틀에 한번 챙겨먹는 비타민d는 따로 약국에서 구입해서 일하는 책방컴퓨터에 두었다. 자주 보여야 챙겨먹는다는 걸 알기에, 눈에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3. 아이가 처방받은 시럽과 가루약들

최근까지 온 가족이 모두 아팠다. 아이도 일주일가까이 정말 많이 아팠다. 열이 40도 가까이치솟더니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는데, 다행히 이제 모두 편안해졌다. 그간 처방받은 약 중 시럽과 가루약이 남아서 모두 정리했다.

4. 안약과 인공눈물

알러지로 몇달간 고생하면서 아이는 자주 눈을 아파하고 불편해했다. 꽃가루 알러지로 시작한 눈의 통증으로 우리는 안과를 자주 다니고 약처방도 받아왔다. 인공눈물도 굉장히 많아졌다. 아이의 방에도 약보관함에도 안약과 인공눈물액이 여기저기에 보관되어 있었다. 사용하다가 만 안약을 모두 정리했다. 인공눈물도 필요한 일정수량을 남겨두고 미련없이 버렸다.

약국에서 한두개씩 챙겨주신 비타민들도 보관만 하고 있었는데 이참에 모두 버렸다. (다음부터는 안받아도 좋을것 같다) 약보관하는 곳에서 김자반도 같이 나와서 함께 버렸다.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위에서 언급한 이외에도 우리의 다크호스지, 냉장고안에도 각종 다양한 건강식품과 홍삼, 음료들이 즐비할 것이다. 구석구석 숨겨진 버려야할것들을 찾아 정리해보자. 일단은 꺼내어보자. (다시 넣지는 말기를) 혹시, 언젠가 아플(?) 그날을 기다리는건 아니지만, 한두달정도 보관하다가 미련없이 정리해보자. 약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아이들 약에도 내가 처방받은 약에도. 필요한 때에 바로 그때 제대로 진료받고 처방받아 먹는 약이 효과또한 좋을 것이다. 약에는 미련을 두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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