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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Dec 26. 2023

바셀린이 2000원 입니다

어린시절부터 엄마의 발 뒷꿈치를 바라보았다. 엄마의 발 뒷꿈치는 늘 갈라져있었다. 각질을 벗겨내는 기구로 빡빡 문지르기도 하고 엄마나름의 연고를 발라왔던 거 같다. 약국에 파는 크림연고를 사다준 적도 있었다. 나 역시 건조한 겨울철이 되면 늘 발뒤꿈치가 신경쓰이고 아파오기 시작했다. 건조한 요즘, 내가 잊지않고 바르는 게 있다. 바로 바셀린이다.


시중에 파는 다양한 크림이나 연고가 있다. 다양한 크림도 발라보고 신는 양말도 착용해보았다. 평소 다한증이 있어서 손발에 땀이 자주나는 편인데, 건조한 날씨가 되면 오히려 바짝 말라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발 뒤꿈치가 더 아파온다. 그럴때면 집안에 사다둔 크림연고를 발라두는데, 크게 효과가 없는거다. 어느 날은 뒤꿈치가 쩍쩍 갈라져 틈새가 벌어져있고 피까지 살짝 맺히는 게 아닌가! 나름 신경쓴다고 쓰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우리 곁에 늘상 있지만 관심두지 않은 것들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셀린이었다.


바셀린은 생각해보면 늘 우리곁에 있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필요하기도 하고 입술이 트거나 하면 바르면 좋은 제품이기도 하다. 약구에서 팔기도 하고 올리브영 같은 매장에서 팔기도 한다. 주변에 찾아보면 바셀린이 참 많다. 있어도 무관심했던 어느날부턴가 바셀린을 바르기 시작했다. 출근하는 날이면 바셀린을 뒤꿈치에 듬뿍 바르고 그상태로 양말을 신어보았다. 발뒤꿈치를 코팅해주면서 보습도 되는 느낌이었다. 내가 느끼기에 건조하다 싶은 날은 수시로 발랐다.

피부는 환경에 민감하다. 꽃가루가 날리는 계절에는 눈이나 코로 알러지를 일으키기도 한다. 첫째 아이가 그랬다. 올초 학교에 친구들을 만나고 근처 공원에 체험학습을 가기도 했는데 어느날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눈이 너무 아프다는 것이다. 알고봤더니 눈에는 보이지 않는 꽃가루 때문에 눈과 코에 심한 알러지증상이 나타났던 것이다. 아이는 악! 소리가 날 정도로 눈이 심각하게 부어있었고 눈을 뜰수가 없었다고 한다. 보건실에서 간단한 처치를 하고 함께 안과로 향했다. 그 이후로도 눈과 코에 알러즈증상이 나타난다.


의사는 말한다. 알러지라는 증상을 완전히 없앨수는 없지만, 일상생활 하면서 피할 것은 피해야 하고 조절관리하면서 지내야한다고 말이다. 나 역시 비염이 있어서 그 고통을 알 수 있었다. 아침마다 콧물이 주르륵 흐르고 코안에 염증도 자주 생긴다. 남들이 보기에도 늘 코를 달고 살거나 재채기를 한다.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다양한 병원에도 가보았지만, 완전히 비염을 없애는 건 불가능해보였다. 대신 나의 환경을 체크해가면서 내가 증상이 있을때마다 약을 복용하거나 가벼운 재질의 옷이나 스카프 등으로 목을 감싸보았다. 목을 감싸기만 해도 비염의 증상이 훨씬 좋아졌다. 나에게 맞는 약도 있는듯하다. 처방받은 약이라고 다 나에게 맞지않듯이 나에게 맞는 약도 있었다. 꽃가루 알러지로 눈까지 심하게 부었던 아이는 당시에 친구들이 한 말이 속상했던 모양이다. 갑작스런 통증과 눈물에 눈을 뜰 수가 없었는데, 아이의 증상을 잘 모르는 친구가 무심코 던진 말에 아이는 상처를 받았다. 알러지든 다한증이든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겉만 보고 판단하기에는 그여파가 어마어마하다. 증상만으로도 속상하고 힘든데, 아이는 오죽했을까?


사실 이런경우는 주변에 아주 많고 각자가 겪고있는 증상들도 다양하다. 생리통 하나만 해도 그렇다. 남자들은 그 통증을 모른다. 허리가 뒤가 끊어질거처럼 아파서 앉지도 일어나지도 못하는 통증이 오기도 한다. 그것도 지속적으로 말이다. 나 역시 생리통이 정말 심했었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하지만, 생리를 하는 날은 통증때문에 굉장히 힘들었다. 생리통도 각자가 느끼는 통증이 모두 다르다. 어떤 사람은 가볍게 지나가는 사람이 있고, 어떤사람은 나처럼 굉장히 아픈 통증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사람마다 개인마다 통증은 모두 다르다.

누군가 아프다고 했을 때 '꾀병'이라고 함부로 판단하지 말자. 물론 개중에는 실제 아프지않은데 수업을 빠지고 싶어서 '아픈 척 연기하는' 친구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짜 아픈 친구들도 있다. 대부분은 그럴 것이다. 통증을 느끼는 감각은 모두다르고 아픔을 표현하는 방법도 모두 다르다. 평소 나의 몸은 어떤 상태인지 잘 체크해보는 것도 좋겠다. 나는 어떨때 기분이 좋고 기분이 나쁜지, 나의 몸은 어떻게 생겼는지, 나는 어떨 때 알러지증상을 느끼고 만약 그럴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미리 생각해보는거다. 평상시의 몸을 잘 알고 있어야 내가 아프거나 불편함을 느낄 때 대처할 수 있을것이다.


평소 발뒷꿈치가 건조하고 심해지면 갈라지기도 하고 피까지 보인 적이 있어서 바셀린을 집에두고 바른다. 바셀린바른 채 양말을 신는다. 안쪽까지 촉촉해지는 느낌이다. 발라만 두면 이불이 닦이거나 날아가버린다. 양말이나 가벼운재질로 한번더 감싸면 좋다. 발뒤꿈치만큼 유독 갈라지는 곳이 있는데 바로 '입술'이다. 내가 일하는 책방에도 바셀린을 사두었다. 근처 새로 생긴 약국이 있어서 가보았다. 2000원 가격표시가 붙은 바셀린을 사왔다. 건조하거나 입술이 메마른 느낌이 들면 바셀린을 바른다. 입술주변을 바른다. 각질이 일어나는 부위이기도 하다. 한번 발라두면 오래간다. 올 겨울은 바셀린의 도움을 듬뿍 받아본다.


단돈 2000원에 바셀린의 효과는 참 크다. 갈라질 수 있는 발뒤꿈치도 보호해주고 립스틱으로 커버가 안되는 갈라진 입술도 보호해준다. 사실 바셀린의 용도가 굉장히 다양하다.


평소 알고지낸 바셀린을 검색해보니 새로운 것도 알게된다. 마스카라도 바셀린 덕분에 생겨난 거라고 한다. 석탄가루에 바셀린을 발라 여동생의 속눈썹을 멋지게 해준 것을 계기로, 톰 라일 윌리엄스가 메이블린을 창업하게 된 것이라니! 바셀린을 찾아보지 않았다면 평생 모르고 지나갈 뻔했다.

내가 건조한 계절에 굉장히 도움받는 것처럼, 군대에서 혹한기를 지낼 때에도 바셀린의 효과를 톡톡본다고 한다. 바셀린에 다양한 성분들이 추가되어 판매하기도 하는데, 나는 오리지널이 제일 좋은것 같다. 무색의 바셀린은 어디에나 바를수있고 편하게 바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집에도 하나 회사에도 하나씩 두면 내가 필요한때 언제든 바를 수 있다. 바셀린으로도 피부커버가 안되거나 효과가 없다고 느껴질 때에는 전문피부과를 가보는 것도 좋겠다.


2000원의 바셀린은 올겨울 우리가족과 함께한다. 평소 모르고 지나왔다면, 집에 있었지만 사용하지 않았다면 올 겨울 한번 제대로 사용해보는 건 어떨까? 발뒤꿈치로 고생하는 부모님에게 선물하는것도 좋겠다. 바셀린을 바르고 양말을 단시간이라도 착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올 겨울도 바셀린으로 촉촉하게 지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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