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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May 08. 2020

차는 내 얼굴이다

엄마가 다시 일을 시작할 때

나는 차에서 일한다. 차에서 주로 운전을 하며 가정집을 방문한다. 차에서 가끔 간식도 먹는다. 차에서 볼일을 볼 수 없을 뿐이지, 대기하는 시간이 길 때는 차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편이다. 가끔 부러웠다. 예전에 드라마를 볼 때 "가득 넣어주세요~!" 라고 말하는 모습이 부러웠다. 가득 넣으면 얼마나 나올까? 한 번도 가득 넣어본 적이 없어서 더욱 궁금했다.

차를 바꾼 지는 일년이 되어간다. 그 전에는 레이 경차를 타고 다녔다. 차가 작은대신 기름이 빨리 소모되었다. 지금은 소형차를 몰고 다니는데 경유를 넣어야 한다. 경유가 휘발유보다는 저렴하고 배기량이 커서인 지 한 번 기름을 넣으면 한 참을 사용하는 것 같다.

지난 주에 한번 시도해보았다. 매번 기름을 넣을 때, 3만원, 4만원 이렇게 조금씩 채워넣었었다. 퇴근하는 길, self 주유소에 들렀다. 차를 세우고 연료뚜껑을 열었다. 가만 보자. 가득 주유 라는 버튼이 있다. 옳거니! 눌러보자. 가득 주유를 누르고 신용카드를 넣었다. 가득 주유 시 결제하는 금액은 14만원 가까이 되었다. 헉. 이렇게나 많이 결제가 되나? 살짝 후회하면서 연료 주입구에 경유 주유를 시작했다. 2만원, 3만원,,, 쭉쭉쭉. 계속 기름이 들어갔다. 어느 순간 탈칵. 하고 멈추었다. 가득 주유가 끝난 것이다.

일반 차량을 기준으로 계산이 된 것인지 지금의 내 차는 가득 주유를 했을 때 5만원 조금 넘게 찍혔다. 휴우. 가슴을 살짝 쓸어내린다. 그럼 그렇지. 그렇게 많이 들어갈리가 없는데. 그리고 경유를 넣는 차이기도 하고. 그렇게 가득 주유를 마쳤다. 이미 결제 된 14만원은 자동으로 결제 취소가 되고 5만원으로 다시 결제가 되었다.


지난 주에 간도 크게 만원짜리 세차를 받은 적이 있다. 차에 먼지가 뽀얗게 앉을 정도로 지저분했다. 차를 타고 다니는 일을 해서인지 차가 깨끗했으면 좋겠다. 내부는 물론이고 외부에 비춰지는 모습이 깔끔하고 깨끗했으면 좋겠다. 하얀색 차량인 데 거뭇거뭇한 먼지가 묻거나 새똥이 묻으면 보기에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 날도 서울 여의도로 방문을 가는 중이었는데, 시간이 30분 여분이 남았다. 가는 길에 주유소가 보인다. 세차도 하는 것 같다. 차를 살살 몰아 세차장 앞에서 대기를 했다. 저 쪽에서 남자 한 분이 성큼성큼 걸어오신다. 세차장 입구에 적혀있는 걸 보니 오.. 가격이 만만치 않다. 서울의 중앙통에 있어서 그런지 세차값도 비쌌다. 만약 주유를 하고 세차를 하면 1~2천원을 저렴하게 할인한다고 해도 7000~8000원 선이었다. 나의 경우는 주유는 하지 않고 (1~2칸 정도 채울 수는 있었다) 세차만 하는 목적이었기 때문에 주유소 직원에게 세차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만원이에요. " 한다. 주유를 하면 8000원이고 세차만 할 경우에는 10000원 이라고 한다. 비싸다.

"기름을 1~2만원이라도 넣을 걸 그랬어요~" 하며 말했다. 그러기에는 다시 주유하는 곳으로 이동해야 하고 그 사이 또 세차를 하는 다른 차량이 올 지도 몰라서 그대로 세차만 하기로 했다.

난생 처음 만원짜리 세차를 다 해본다. 깨끗하게 씻겨나가는 땟국물을 보니 마음이 시원했다. 만원짜리 세차를 하는 기분을 가만히 느껴보았다. 거품이 퐁퐁퐁 일어나고 시원하게 물줄기를 차 외부를 쏴아~ 쏴아~ 씻어준다.

세차를 끝내고 바깥으로 나오니 3~4명의 직원분들이 나의 차 앞으로 몰려들었다. 다들 걸레 하나 씩을 가지고 있었다. 나보고 차에서 내리라고 했다. 그러더니 일렬종대로 순서에 맞추어 서더니 나의 차 앞, 뒤를 박박 닦아주었다. 차 문을 열더니 나의 지저분했던 운전선 바닥을 진공 청소기로 모든 먼지를 빨아 들였다.

우와~ 이런건 몰랐는데?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매번 실내 청소는 해야지 해야지 마음만 먹고 있었는데 세차하면서 이렇게 안 에까지 말끔히 청소해 주시니 덤으로 청소한 기분이다. 이제서야 이해가 되었다. 이 모든 비용이 포함되어서 세차 기본비용이 비쌌던 거구나.

그래. 이 정도면 만족한다. 다만 양압기 짐들도 있고, 차의 앞 뒤에 짐들이 많아서 바닥을 제대로 청소할 수 없었던 부분이 아쉬웠다. 하지만 이것으로 충분하다. 내 눈에 자꾸 신경쓰였던 차의 먼지들이 말끔히 없어지고 차가 몰라보게 깨끗해져서 만족스러웠다.


차는 내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아침마다 세수를 하고 썬크림을 바른다. 얼굴에 톡톡톡 파운데이션을 발라 거무튀튀한 잡튀를 감춘다. 나의 얼굴을 깨끗히 정돈하고 외출을 하고 사람을 만나듯 차도 그런것 같다. 나는 차로 일을 하기 때문에 차를 깨끗이 정돈하고 방문을 다닐 필요가 있다.

오늘도 해는 유난히 밝고 나의 차도 깨끗하다. 말끔하고 단정한 모습으로 또 사람을 만나고 인사를 해야겠다. 나의 차야, 나와 함께 해 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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