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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May 06. 2020

매일 한 잔, 라떼 효과

매일 한 잔, 라떼효과

언제부터일까? 내가 커피를 좋아하게 된 게.. 아마도 둘째 아이를 임신한 무렵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매일 한 잔, 라떼를 시작했던 것 같다. 임신하고 초기라 전혀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았다. 오로지 아이스아메리카노 !

보통 아메리카노는 투샷이 들어가지만 나는 임신한 몸이기에 원샷으로 약하게 주문을 하고는 했다. 그 시절 편의점에 파는 오징어 다리나 질겅 씹어대거나 새콤달콤으로 입맛을 달래기도 했는데 시원한 커피 한잔이면 니글니글 거리던 속이 시원하게 달래지는 느낌이었다.

아메리카노 한 잔과 마카롱

커피란 무엇일까? 헛헛한 내속을 달래주는 그 무엇. 밥도 안 넘어가던 시절 나에겐 달콤한 끼니였다.

솔티카라멜과 약간 쓴 카페라떼

마음이 공허하던 시기. 나를 이곳으로 이끈 건 다름 아닌 커피였다. 나의 안식처였다.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커피만 보고 나는 책을 보았다.

달콤쌉싸름하던 그 커피의 감촉

유난히 뜨겁던 한여름날, 갓난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간 그곳은 시원은 커피가 있었고 나에게는 안식처였고 힐링 그 자체였다. 그곳에서 나는 책도 보고 커피도 마셨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딸아이를 기다리기도 했고 잠자는 아이를 바라보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휴식 끝에 나의 첫 책이 탄생했다. 지금도 도도한 빵쟁이 카페에는 나의 첫 책이 자리한다.

힐링카페에는 나의 소중한 보물이 자리한다.

집 근처에는 내가 주로 가는 3~4군데의 카페가 자리한다. 나의 기분과 행동반경에 따라 나의 발걸음을 옮긴다.

한참 책을 쓰던 무렵 들렀던 카페와 좋아하는 치즈케익

나의 버킷리스트와 함께 하던 애정 하는 카페들. 카페마다 분위기와 색감이 다르다. 그날그날 카페 성격에 따라 느끼는 기분도 다르다.

이디야 커피와 나의 버킷리스트

딸아이가 좋아하는 김포 도시철도 지하철을 타고 30분쯤 가면 닿는 김포공항 롯데몰 내 영풍문고 서점이다. 이 곳에 자리한 카페에서 아이와 책도 보고 커피도 마셨다. 김포에는 갈 만한 대형서점이 없다. 발길 닿는 유일한 곳이다.

김포공항 롯데몰 내 영풍문고서점

책에 쓸 내용을 구상하면서 머리를 식힌다. 자주 들르는 빵카페에선 서비스로 차 한잔을 즐긴다.

원고를 마무리하면서 들렀던 카페와 차 한잔

아이의 학교 앞에서 아이를 기다리며 책을 본다. 시원한 커피 한 잔이면 충분하다.

따끈한 와플과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의 조합

어느 날은 달콤한 초코 디저트 케이크와 쌉싸름한 아메리카노가  어울린다.

톨 사이즈의 아메리카노와 초코디저트 케익

집에서 큰 사거리 횡단보도를 건너편 나타나는 호호 브레드 빵집 그리고 카페. 빵이 즐비하게 준비되는 시간 오전 8시. 매일 그 시간에 나는 그곳에 출근도장을 찍었다. 책도 쓰고 원고도 마무리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2층  구석진 자리에서 노트북을 켜고 책을 펼쳤다.

시원한 아이스라떼와 디저트

새로운 도전은 언제나 설렌다. 새로운 빵에 시도하고 또 먹어본다. 책 한 권과 볼펜만 있으면 충분하다.

헤이즐넛 라떼와 새로나온 먹물 크로아상

하얀색 도화지 위에 그려나가는 나의 색감들 그리고 색채들. 하나의 점을 찍고 연결하는 우리 인생의 시간들.

새로운 빵의 맛은 어떨까? 무궁무진한 맛의 세계

어디를 가든 늘 앉는 자리가 있다. 편안한 나의 곳. 그리고 늘 나를 반겨주며 맞이해주는 카페 주인.

얼음이 시원하게 동동 띄워진 아이스 카페라떼

빵 하나를 사면서도 아이를 생각하고 가족을 떠올린다. 카페라테에 시럽 두 번이면 달달한 나의 입맛을 충족시킨다.

달달한 초코크루아상과 아이스라떼 한 모금

내가 공허하고 헛헛한 시절, 커피 한잔은 휴식이었고 위안이었다. 엉킨 매듭을 풀 길 없을 때 시원한 아이스라떼 한 잔의 한 모금이 잠시 생각을 잊게도 해주었다.

지친 나를 생기있게 끌어올리고 졸린 나를 잠깨워 준 것도 시원한 한 모금의 라떼였다. 아침 30분의 글쓰기가 나를 활력 있게도 만들어주고 모처럼의 설렘을 선사한 것처럼 카페라떼도 나에게 그런 의미였다. 어쩌면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이 정도는 사치 부려도 괜찮아"라고 말하며 건네는 선물 같았다.


오늘 한 잔의 라떼는 누군가 보기에는 큰 사치로 비추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겐 그 한잔의 라떼가 홍삼이나 비타민처럼 나에게는 활력이 되고 에너지의 효과가 있다. 이제 뭘 하지? 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느낄지"를 선택할 수 있게 만드는 가치를 선사한다.



매일 한 잔의 라떼는 언제나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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