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책방을 운영하면서 꼭 하고싶었던 일 중에 하나는 바로 글쓰기수업이었다. 오늘도 책방에서 책을 쓰다듬다가 우연히 발견한 문구는 바로 이것이었다. 어른도 아이도 글쓰기에 관해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특별한 일'이 있을 때에만 글을 써야한다는 일종의 편견때문이다. 글을 쓴다는 건 자유롭게 생각을 표현한다는 것이고, 우리는 누구나 글을 자유롭게 적고 공유할 수 있다. 특히 요즘처럼, 다양한 플랫폼이 있다면 이런 장소를 마음껏 활용해봐도 좋지 않을까?
"중학생인데, 아이가 글을 적는걸 좋아해서요. 수업을 받고 싶어요"
오늘도 한 어머니로부터 상담전화가 왔다. 중학생이 된 아이는 평소 글 쓰는 걸 좋아한다는 어머니의 말에 내심 무척 반가웠다. 책방에서 다양한 책을 만나게되는 것은 물론,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나가는 글쓰기수업을 하는 시간동안 아이는 자기만의 세상을 글을 통해 열어갈 것이다. 평소 책을 두루두루 접해왔다면 글쓰기 생산성은 빠른 속도로 따라올 것이다. 글쓰기라는 생산적인 활동은 우리의 일상의 경험과 에피소드, 주변의 일상이야기들 뿐만 아니라 책이나 잡지, 기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인풋이 들어올 때 '나의 생각'과 결합되어 또 다른 새로운 생각과 의견으로 생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책만 파고드는 독서활동은 오히려 글쓰기라는 생산을 방해하기도 한다. 책을 좋아하지만, 글을 제대로 적어본 적 없는 사람역시 우리주변에는 꽤나 많다. 어디가든 책을 옆에 꼬옥 끼고 가지만, 정작 나만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인풋과 아웃풋이 핑퐁핑퐁 주고받으면서 상호작용을 할 때 독서와 글쓰기라는 효과가 빛을 발하게 된다.
책방 이야기를 써야하는데, 글쓰기라는 주제로 글을 적다보니 '글쓰기'에 관한 원고를 적고있는 듯하다. 요점은 내가 운영하는 책방에서 글쓰기수업을 한다는 것인데, 성인 뿐 아니라 초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의 손님들이 글쓰기를 배우러 방문한다. 사실 글쓰기수업은 한두달 안이면 (간절하고 절실한 사람이라면) 글쓰기의 기본과 10년동안 글쓰면서 알게된 다양한 노하우와 방법을 전수받게 된다. 글쓰기의 기초를 탄탄하게 배우게 되면, 그 이후에는 매일의 일상에서 글쓸거리를 찾는 것이 글쓰기의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매주 글쓰기수업을 오고 원고피드백을 받으면서 서로의 일상과 일과이야기를 물어보는 게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글쓰기 수업을 한다는 건, 서로의 일상을 주고받는 소통이다. 나 이번주에 이렇게 지냈어요. 주말에는 어디로 갔고 어떤 일이 있었어요.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서로의 일상이야기는 들어보면 절대 평범하지 않다.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이야기가 오히려 우리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상이기에, 독자들은 더욱 공감하고 귀를 기울이게 된다.
성인을 위한 글쓰기수업 시간에는 책방에 비치된 소장용 도서를 꺼내어놓는다. 자기계발, 에세이, 돈에 관한 도서 등 다양한 책들을 테이블위에 올려둔다. 책을 쓰기위한 책보기 시간이다. 평소 독서를 많이 했던 사람도 글쓰기를 위한 책읽기를 하는데에는 노력과 연습이 필요한 듯하다. 단순히 책의 줄거리나 내용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본격적으로 어떤식으로 '나의 글'을 써야할지 분석적으로 파고들게 되는 것이다. 책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면서 '아, 나도 이렇게 쓰면 되겠구나!' 를 느끼고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게 된다.
15분 동안 글쓰기시간을 가지면서 오롯이 나만의 글쓰기시간에 빠져든다.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어떤 주제로 어떤 글을 써야할지 대략의 꼭지가 정해졌다면 15분 글쓰기시간을 통해 가지고온 노트북으로 타닥타닥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짧다고 짧고 길다면 긴 15분이라는 시간은 한정된 시간의 압박감과 묘한 글쓰기라는 긴장감을 불러일으켜 한순간에 글쓰기에 몰입하도록 만들어준다. 실제 15분 글쓰는 시간동안에는 노트북을 뚫어져라보며 초집중해서 글을 쓰는 분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초등학생을 위한 그림책글쓰기 수업
매주 화요일마다 진행한 초등(고학년) 그림책글쓰기 수업시간에는 3개의 파트로 나누어 수업과정이 진행된다. 매주 선정된 그림책을 펼쳗두고 함께 그림책을 읽는다. 여름, 가을, 친구 등에 관한 그림책과 관련된 주제를 두고 자유글쓰기를 진행한다. 마찬가지 15분이라는 시간이 주어지지만, 아이는 초집중해서 글쓰기를 마치면 다 썼다고 손을 번쩍 들어보인다. 처음 글쓰기수업 시간에 지우개를 찾던 아이는 한달이 가고 두달이 가면서 자유글쓰기 시간에 지우개를 찾지 않고, 자신만의 글쓰기시간에 몰두하게 되었다.
또 다른 내가 선정한 그림책으로 좋은 구절을 필사하고, 인상깊었던 그림책 속 장면을 스케치북에 따라 그리기도 하며 글쓰기수업 동안에 그림책과 함께 어우러지는 글쓰기를 병행한다. 단순히 글쓰기수업에서 그치지않고, 그림책과 함께 병행하는 건 (성인글쓰기 시간에 책을 병행하는건) 좋은 그림책을 함께 보고 서로의 느낌을 공유하며, 이미 훌륭한 예술작품인 그림책을 바라보는 경험을 선사해주기 위함이다.
오늘 상담문의가 왔던 글쓰기수업 역시 앞으로 책과 그림책은 물론, 글쓰기라는 자유로운 생각을 표현하는 가치있는 시간을 가지게 될 것이다. 최근 김포의 한 고등학교에서 그림책 수업을 하고 온날 느낀바가 참 많았다. 학업과 과제등에 치인 아이들에게 잠시나마 그림책으로 미소를 주고, 잠시나마 웃음으로 핵폭탄을 안겨주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단 10분이라도 자신만의 생각을 적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날 자유글쓰기 시간을 가지지 못해 참 많이 아쉬웠다!) 아이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
통통 튀는 우리 친구들의 생각이 궁금했고, 실제 글쓰기시간에 어쩜? 이런생각을 했을까?놀라게했던 K군을 보면서 더 많은 아이들이 글쓰기의 재미를 알고, 실제 글을 무럭무럭 적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글 쫌 쓰는 10대 들은 앞으로도 우리 책방에서 많아질 것이다. 책도 자유롭게 보고, 글쓰기의 재미도 알아가며 서로의 일상을 공유해나가는 오늘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