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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Oct 31. 2024

안녕하세요? 책을 팔고 책을 쓰는 책방지기입니다.

그림책방을 운영합니다

책방의 본연의 업무는 무엇일까? 책방지기가 된 이후 나는 매일 손수 책을 고르고 택배상자로 포장된 책을 풀어내고, 책을 책방 구석구석에 안성맞춤이다 싶은 자리에 진열한다. 김포의 한 아파트단지 내 작은 도서관에서 상반기, 하반기  올해만 2번 주문요청이 들어왔다. 지역동네서점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도서주문이다. 동네서점이 하나 생긴다면, 자동적으로 지역도서관과 서점이 연계되는 시스템이 확립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거의 매일같이 하고 있다. 각 지자체별로, 상황별로 다를 수 있겠지만 아직은 이런 연계시스템이 구축되고 있지는 못한 듯하다. 나에게 소중한 이러한 주문은 가뭄에 콩 나듯 한 번씩 다가온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김포의 아파트 내 작은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민들레(내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이름도 참 예쁘다) 선생님은 작년 8월 책방을 오픈하고 이런저런 강좌를 기획하고 있을 때 그림책강의에서  만난 선생님이다. 도서관 순회 사서선생님과 함께 방문한 선생님은 나의 강의에 열정과 관심을 가지고 임해주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알고 보니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선생님이었고 그런 인연으로 지금까지 줄곧 그림책에 관련한 다양한 도움을 주고받고 있다.


선생님은 이번 주 초에 메일로 희망도서를 요청했다. 나는 도서목록들을 살펴보고 책방에 비치된 도서들, 그리고 새로 주문해야 하는 도서들을 전체적으로 확인하고 작업을 시작했다. 주문을 받자마자 견적서를 작성하고 도서관으로 하였다. 작은 도서관이지만, 절대 작은 도서관이 아니다. 실제 내가 방문한 도서관도 그러했고, 민들레선생님이 근무하는 도서관 역시 성인, 아이 할 것 없이 다양하고 읽고 싶은 새로운 도서들이 줄기차게 입고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도서목록을 쭈욱 훑어보며 '아, 이 도서관에 이렇게나 재미있는 책들이 입고되다니.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참 좋겠다!' 싶은 생각을 하는 것이다.


부모님이나 아이들이 신간도서, 신문잡지, 매체를 통해 읽고 싶은 읽어보고 싶었던 책들을 희망도서로 신청하면 된다. 책 읽는 문화를 권장하기 위해 전국에 도서관은 이러한 희망도서신청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보지만, 이러한 권리를 아는 사람은 극히 적다. 실제 내가 거주하는 김포만 해도 그렇다. 나라에서 아기들을 위해 무료로 전달해 주는 북스타트는 물론 도서관마다 비치되어 있는 '희망도서신청서'를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책을 신청하고 새로운 책들을 볼 수 있다는 건 우리가 가진 귀하고 가치 있는 권리라고 생각한다. 평소 구입하기 어려웠던 (고가의) 책은 물론, 아이들을 위해 구입하고 싶지만 부담스러웠던 책은 물론이고 내가 읽고 싶은, 평소 관심분야의 책들을 포함해 다양하게 신청할 수 있다. 단, 한 달 혹은 일 년에 희망도서신청권수가 정해져 있기에 이를 확인하고 신청하면 좋겠다.


도서목록만 봐도 군침을 흘리는 나다. 아, 이 책들을 내 책방에도 다 들이고 싶다는 생각을 또 해본다. 팔릴 책, 안 팔릴 책을 보는 눈을 가지는 안목을 가질 수 있을까? 책방에 꽂힌 책들이 어느 순간 새로운 주인을 찾아갈 때 더없이 기쁘다. 책을 살 때가 좋고, 이 책이 요긴하게 쓰임을 다한다면 더없이 기쁘다. 법에 관심이 생기는 아이에게 <법 쫌 아는 10대> 책을 권하고 싶고, 티니핑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티니핑 캐릭터도감>을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필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팝송필사, 영어필사, 빨간 머리 앤 필사, 한 달 필사 등 다양한 필사책을 주르륵 나열해 놓고 선택하라고 말하고 싶다.

책을 고르고 책을 추천하는 일 역시 책방지기의 역할이자 귀한 업무라고 생각한다. 하루이틀 만에 이런 안목이 생기는 건 아니다. 그림책을 아이에게 매일같이 읽어주면서 그림책과 친해졌고,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한 달에 한번 그림책모임을 열고 엄마들과 함께 그림책으로 공감하면서 그림책과 더욱 친해졌다. 나만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당신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지원자를 만난 것처럼 기쁘고 설레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다양한 상황들을 접하고 예상치 않은 순간들을 대할 때면 느끼는 여러 복합적인 감정들도 그림책을 통해 '그때의 감정'을 새로이 발견하기도 하고, 추억하기도 한다.


책방의 저녁을 지켜준 희정 님을 통해 '또 하나의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내가 없는 시간 동안 나를 대신해 책방의 업무를 맡아주고 있는데, 드문드문 불 켜진 책방에 방문해 주는 책방손님들의 소식을 듣게 된다. 한 달째 책방의 메인테이블 위에 자리만 지키고 있던 책이 오늘 새로운 주인을 만나 떠나기도 하고, 깜깜한 저녁 그림책을 보러 책방을 방문하기도 했다. 책방과 책방손님과의 밀당일까? 지칠만 할 때 나를 찾아와 주는 손님들, 책꽂이에 꽂아둬야지 생각하려 할 때 그 책을 선택해 주는 손님. 책방에는 책을 보고 책을 사가는 손님, 책 쓰기를 배우러 오는 손님, 블로그수업을 들으러 오는 손님 등 다양한 인연이 매일같이 찾아온다.



누군가 보기에 숨 쉴 틈 없이 바빠 보이는 일상이지만, 나는 이때껏 살면서 가장 큰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있는 요즘이다. 길을 걸어가는 사이 가을풍경을 사진 찍고 책방카페에 올린다. 하늘을 보며 그림책을 떠올린다. 초록색 옷을 입은 날은 <포도방방> 그림책이 떠오르고, 파란색 옷을 입은 날은 <달꽃밥상> 그림책이 떠올라 유튜브를 찍기도 했다. 비가 오는 날은 <구름을 키우는 방법>이 떠오르고 빵집에 가는 날이면 <빵도둑>이나 <평범한 식빵> 등의 빵그림책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렇게 떠오른 그림책친구들을 김포 구래동 근처 빵집과 카페에 진열해두고 있다. 아이들은 새로 바뀐 빵 그림책을 보면서 신나서 다가온다. 책을 전한다는 건 이런 게 아닐까?


우리 일상에 책이 늘 함께하기를 바란다. 내가 그림책을 진열한 구래동 카페 <벙커제이> 사장님의 이야기는 나의 이런 마음을 대변해 주는 듯하다. 내가 고르고 진열한 그림책을 아이들이 좋아하고 자주 본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 주변에 그림책이 서서히 물들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오늘도 나는 책을 고르고 책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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