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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Dec 02. 2024

똑똑똑 책 배달 왔어요.

오늘도 책 배달 다녀왔습니다. 구래동 마을의 서점

강의를 다니다보면 으레 각 기관에서 책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일년 전쯤 경기도 광명에 성교육 강의를 초대받아 간 곳에서도 '육아에 관심있는' 참석자들을 위한 책 선물을 원하여, 내 나름대로 의미가 담근 그림책을 준비해간적이 있었다. 이번 주 수요일에 예정된 김포의 한 유치원에서 강의요청은 물론, 성교육 그림책을 준비한다고 하여 내가 직접 추천하고 강의에서 소개하는 좋은 그림책을 선정했다. 오늘은 바로 그림책 배달가는 날이었다. 강의 당일에는 옷매무새도 신경써야 하고, 강의하기 전에 자료도 미리 점검해보아야 하기에 그림책 배달을 미리 가보기로 했다. 한 번의 경험이 있으니 이번에도 잘 하게 될거라는 여유도 살짝 기대해보았다.


내가 김포에 문을 연 최고그림책방은 다양한 사람이 방문하기를 바랐고, 특히 임신을 하고있거나 출산한지 얼마 안된 엄마들을 위해 '책 배달' 프로그램도 생각해내기도 했었다. 내가 실제로 둘째아이를 임신하고 막달이 되어갈 무렵 도서관을 찾아가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도서관 시스템 중 하나가 원하는 책을 클릭하고 주문하면 집으로 배달되는 시스템이었는데, 나는 그 시스템 덕분에 '아이 출산 이후' 집에서만 있던 상태에서 다양하고 원하는 종류의 책을 집으로 배달받아 볼 수 있었다! 임산부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은 각 지역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하고 책의 기회를 마음껏 누려보았으면 좋겠다.


첫째 아이가 다섯 살무렵부터 읽어주기 시작한 <도토리마을의 서점>은 지금의 책방을 꿈꾸게 한 장본인이다. <도토리 마을의 서점>에는 서점의 주인 점장님, 책 배달을 하는 고나로, 그리고 일요일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누리 까지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책을 주문하고 책을 만나는 일에 힘을 쓰는 점장님은 손님들이 찾고 원하는 책을 용케 발견하고 추천해준다. 특히 이들이 나누는 대화에서 평생의 두고두고 알고 있으면 좋을 명대사가 나온다.


"저도 나중에 점장님처럼 대단한 서점 직원이 되고 싶어요."

고나로의 말에 점장님이 이렇게 답한다.

"아니지, 내가 대단한 게 아니라 책이 대단한 거란다."


그랬다. 책에 대해 잘 알고 사람들에게 소개해주는 점장님의 책의 진가에 대해 그대로 말해주고 있었다. 나 역시 그런 책의 만남과 진가, 의미에 대해 아주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책을 주문하고 책을 만나고, 사람들에게 책의 재미를 선사해주는 일을 나는 지금 하고 있는 것이다. 책의 재미를 몰랐던 친구들에게 책의 재미를 알려주고, 우연히 책방을 방문한 손님들에게 '내가 준비한 멋진 책들이' 진가를 보이는 일들을 종종 만나고 실제로 실감하고 있다. 오늘도 그랬다.


책방 휴무일은 일요일과 월요일로 정했는데, 종종 온라인스토어 주문건을 처리하거나 책방에 해야할 일이 있으면 출근하기도 한다. 오늘도 온라인 주문건을 택배보내고 오는 길에, 지나가다 책방을 발견하고 마침 오늘! 방문해준 손님이 책방 구석구석을 살피고 있었다. (문을 열어두길 잘했다!) 평소에도 구래역 뒤쪽 길을 지나가다가 보았는데, 매번 문이 닫혀있어 아쉬웠다는 마음을 전하면서 어쩜 이렇게 읽고 싶은 좋은 책들을 진열해두었는지 연신 감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손님이 지나다니는 길에 매번 열리지 않아서 아쉬웠을 마음과 평소 단 한명이라도 책의 진가를 발견하길 원하는 마음이 합쳐져 손님과 나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책을 보고 싶은 마음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만났다고 생각한다. 그 손님은 명함을 건네받고 (혹시라도 문이 닫혀있을지도 모르니) 꼭 방문하기 전 연락을 주시라 당부를 더했다. 강의를 가거나 혹은 무인책방으로 열거나, 혹은 다른 일정이 있어 문을 열지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책방을 오픈하면서 서점에 대해 책에 대해 조금씩 알아간다. 책의 시스템에 대해서도 그렇지만, 문화누리카드나 지역별 행사 등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소식통을 듣게된다. 책방을 하면서 이제껏 시킨 것만 해왔던 일을 넘어서, 내가 실제로 해보고 부딪혀야 하는 일들이 많아짐을 느낀다. 아주 많이. 문화누리카드 도 혜택의 적용범위에 들어간다면 신청하고 볼 일이다. 지역서점 으로 인증받는 것도 매한가지다. 2년 마다 경기도지역서점 인증을 받기위해 제출해야 하는 서류도 참 많았다. 사진을 찍은 것들을 들추어보고 매달 어떤 품목과 도서들을 주문하고 판매량을 어느정도 되었는지 세세하게 기록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이제껏 해보지 않은 일이었다. (물론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면서 병원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상사가 시킨 서류작업을 하고 보고는 꽤 많이 해보았다) 온전히 내가 확인하고 내 눈으로 보고, 내가 제출해야 하는 나만의 책방 사업이었다. 그렇게 경기도인증서점으로 인정받았을 때 참 기쁘고 뿌듯했다.


문화누리카드 역시 약간의 수고로움과 신청절차를 거치고 나면 '문화누리카드' 사용처라는 일종의 딱지를 받게 된다. (정확한 용어가 기억나지 않는다) 책방 문에 하나 붙여두고, 책방 카운터 계산하는 곳 언저리에 또 하나를 붙여둔다. 손님들이 지나다니면서 문화누리카드 사용처라는 걸 인지하고, 계산할 때도 문화누리카드로 결제하기도 한다. 만들어두니 용케 쓰이더라!


책방에서 책을 사는 경우에도 택배배송을 선뜻 하는 이유는?


책방 손님과의 이런저런 이야기에 시간이 훌쩍 흘러갔다. 이렇게 좋은 책방이 있었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모습에 나역시 덩달아 기뻤다. 책에 담은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 책에 담긴 진심을 알아주는 것 같아서 내심 흐뭇하고 참 고마웠다. 다음 방문에 아이가 좋아하는 책에 대해 상담을 받고 싶다는 말을 전하며 손님이 자리를 뜨기 전 나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5만원 이상 구매하시면 책 택배도 보내드려요~"


마침 온라인 택배주문을 보내고 왔다는 말에 관심을 보인 손님에게 나는 이렇게 전했다. 책을 여러권, 많이 사는 경우 책의 무게도 꽤 묵직하다. 자신이 직접 손수 고른 책을 (가져가는 수고로움을 덜어주는) 택배발송해준다는 한마디에 손님의 발걸음이 더없이 가벼워짐을 느꼈다. 한꺼번에 책을 구매했을 때 나역시 지하철에서 무거움을 잔뜩 느끼며 돌아온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손님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라. 그리고 한번 시도해보라. 안되면 말고.


수업클래스도 그렇고, 책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도 그렇다. 이런 저런 생각들이 떠오르면 한번 시도해보고 시작해본다. 손님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물론 모든 요구사항과 조건을 만족시킬 순 없겠지만,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불필요한 부분은 없애고 필요한 부분은 개선해나가면서 조금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거라 기대한다. 실제로도 일단 시작하고 다듬어나가면서 필요한 부분은 조언도 받으며 한반짝씩 나아가고 있는 프로젝트도 있었다.

오늘 오후에 책 배달을 하러 간 유치원에서 선생님들의 안내를 받으며 준비해간 단말기와 랜선, 전원선을 겨우겨우 연결하고 이제 카드결제만 남은상태인데, 아뿔싸!


'서명패드 를 확인합니다' 라는 메시지가 뜨는 게 아닌가. 순간 아차! 싶었다. 지난 광명에서 외부강의를 하면서 결제할 때에도 서명패드까지 챙겨가야 그 다음단계로 넘어가는 것을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어쩌겠는가! 순간 선생님의 응대에 식은땀이 주륵 흐른 나는 잠시 차에좀 다녀올게요. 라는 말을 남기고 책방으로 컴백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맞이하기도 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카드결제까지 완료하고, 임무를 완수한 단말기 본체와 랜선, 전원선, 서명패드까지 살뜰이 챙겨 차로 돌아왔다.

그럼에도 책 배달이 좋다


책방은 쉬는 날이었지만, 나는 쉬지 않았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책방 휴무일에도 책방을 쉬지 않는다. <최고그림책방> 네이버카페는 24시간 365일 항시 돌아가고 있으며 함께 필사하는 회원들도 늘 움직이고 있다. 책방 휴무일에도 우연히 책방에 손님이 찾아오는 것처럼, 책방 인스타에도 블로그에도 사람들이 찾아오고 또 나간다. 자전거를 타고 책 배달을 다니는 고나로처럼, 필요한 사람들에게 안성맞춤 책이 전달되기를 바란다. 조카에게 선물한 도토리마을 시리즈가 벌써 10번 이상 읽어줄 정도로 좋아한다는 말을 들을 때 <나의 책방 일지>는 빛이 난다. 성교육을 반복하면서 또 듣고 싶다는 말을 전해들었을 때 <나의 성교육일지>가 빛이 난다. 책의 재미를 훤히 알리고 전하는 등대지기 같은 책방이 되고 싶다. 오늘도 나는 그런 책방이 되기를 꿈꾸고, 한발짝 내딛는다.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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