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로 내놓았지만 팔리지않아서 버티는 중입니다
차가운 겨울이다. 손끝부터 발끝까지 추위가 느껴지는 지금은 겨울이다. 경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실제로 책방을 운영하고 매일의 매출을 체크하면서 나는 이미 자영업이라는 위치에 대해, 그리고 경기상황에 대해서 실로 체감하고 있는 입장이다. 책으로 수입을 내기에는 (이미 책방을 내면서 생각하긴 했었다) 어려움이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책방지기님들이 쓴 책에서도 일러두기를, 다양한 모임과 수업, 지역주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라고 했다. 수입적인 부분에서도 그렇지만, 꾸준히 책방이라는 입지를 다지기위해서는 이런 다양한 모임과 수업, 나만의 책방이 가질수 있는 매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다. 최고그림책방이 지역주민들에게 선사하고 함께할 수 있는 매력이 무엇일까?어떤 입지로 단단해질 수 있을까? 어떤 메리트와 향기로 사람들을 끌어당길 수 있을까? 매일을 치열하고 고민하고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런 과정에서 나는 다양한 인연을 만나고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기도 했다. 그중에 특별히 기억나는 선생님이 있다.
아이들의 책과 관련한 기관을 운영하는 L 양은 우연히 나의 책방과 블로그수업을 알고 연락을 취해왔다. 마침 구래역에서 가까운 거리에 학원을 운영하고 있던터라, 노트북을 지참하고 블로그수업을 들으러오게 되었다. 첫 만남에서 블로그수업 관한 이야기 외에도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중 하나가 중학생친구들의 시 수업, 그리고 출간이었다. 나역시 책방을 운영하면서 출판사업무를 함께 병행하고 있기에, 시집 출간에 대해 문의를 한것이다. 책이나 시집 출간에 대해서도 방법을 구상하고, 실제 추친을 하게 되는데 <시집>에 관해서는 좀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당시 나와 인연의 끈이 연결되었던 작가가 있었는데, 시집 <안녕, 나의 상처에게>를 쓴 우주 작가님이었다. 내가 활동하는 네이버카페는 내가 운영하는 <최고그림책방> 네이버카페를 포함하여 2,3개 정도 되는데, 그 중 하나가 출판관련 사람들이 모인 카페였다. 그곳에서 알게된 연유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우주 작가님이 나에게 친히 메일을 보내주면서 우리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안녕, 나의 상처에게> 시집은 가방에도 쏘옥 들어가는 사이즈로 부드러운 색감과 잔잔히 글이 인상적인 시집이었다. 처음, 우주 작가님이 나에게 똑똑 문을 두드려주면서 내 책방에도 작가님의 시집 몇권을 진열하기 시작했다. 책방에 방문 온 선생님에게 선물하기도 하고, 판매하기도 했다. 독서학원을 운영하는 L양의 시집출간 문의에 번뜩 우주 작가님이 생각이 났고, 평소 시에 관심이 많고 서스럼없이 자신만의 시를 거침없이 써내려가고 있던 중학생 친구들에게 더없이 반가운 기회가 될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우주작가님에게 메일을 보냈다. 학생 친구들에게 시의 세계로 잘 이끌어 줄 수 있는 분, 친구들의 시를 모아 시집으로 출간할 수 있는 분, 우주 작가님이 적임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성스럽게 메일을 작성하고 답변을 기다렸다. 본업이 있고, 글쓰기 출간기획에 바쁜 일정이라면 나의 메일이 반갑지 않을수도 있을터. 기대반 설렘반으로 작가님의 메일을 기다렸고, 작가님은 흔쾌히 나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주었다. 그렇게 (독서선생님을 통해 요청되었던) 친구들과의 수업이 지난 주 목요일부터 시작되었다!
오고가는 시간과 일정상황으로 온라인줌수업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비대면으로 처음 보는 우주작가님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말투로 중학생 친구들에게 인사를 나누어주었다. 이전에 이런 수업을 진행한걸까? 믿어의심치 않을 정도로 우주작가님의 시수업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차분하면서 시 수업에 필요한 내용을 조목조목 설명해주고, 중학생 친구들 4명이 각자 쓴 시를 서로가 서로에게 읽어주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쓴 시를 다른 친구들이 공감하고 호응해준다는 사실에 아이들은 감동받기도 하고 기뻐했다. 내가 의도한 바를 느끼는 부분도 있었고, 내가 의도치않았던 숨은 의도까지 알아채주는 친구들의 모습에서 나는 속으로 놀라고 말았다. 한 명 한명, 각자가 나누는 시를 바라보면서 뭉클하기도 했고 이 친구들이 전하는 시의 언어가 나를 시의 세계를 흠뻑 이끌어주었다. 눈사람에 대한 시, 겨울과 봄에 관한 시, 오늘과 내일에 대한 시, 그리고 불꽃놀이에 관한 시. 친구들의 시를 보면서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시를 적고 시의 매력을 끌어내준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사실 이 수업을 진행하기 전날까지 잠을 설쳤던 게 사실이다. 함께 시를 쓰고 출간한다는 의미가 좋은 계기가 되어 잘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내가 주체자가 되어 일을 진행한다는 건, 추진력과 결단력, 욕을 먹을 각오까지 무장되어있어야 한다. 다수로 진행하는 일에서 소외감을 느끼거나 불편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사람의 입장까지 생각해야 하는 위치인 것이다. 내가 하고자하는 바가 명확하다면 그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거쳐가야하는 수많은 관문과 고민들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책방 운영도, 수업모임도, 이번 시수업도 추진하고 진행했다. 내가 열정을 가지고 책임을 가지는 또 한가지 이유는 '친구들이 처음으로 엮어 내는 시집'이기에 단순한 인쇄물이 아니라, 제대로 된 시집을 내게 도와주고 싶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우주작가님에게 강의요청을 했고, 지금의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시를 잘 알고 시집을 출간한 경험이 있는 우주 작가님이라면 충분히 가능할거라고 판단했다.
나에게 처음 시집출간 문의한 독서선생님 L양과의 블로그수업도 매주 서로의 공간에서 만남을 가지면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매주 블로그수업을 진행하면서 선생님의 관심사를 파악했다. 선생님은 자녀가 이미 성장했지만, 최근 실바니안 에 푹 빠져서 지내고 있었다. 내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시기별로 지나쳐갔던 코코밍, 티니핑 처럼 선생님에게는 실바니안 인형친구들이 큰 위안이 되고 삶의 활력소가 되고 있음을 알았다.
블로그에서 정말 중요한 건, '나의 관심사'다. 내가 맛집이나 카페 탐방을 좋아한다면 맛집 이야기를 쓰면 된다. 내가 책에 관심있고 좋아한다면 책에 관한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리면 된다. 내가 실바니안 인형을 좋아하고 깊이 빠져들고 있다면 그 이야기를 쓰면 된다! 그렇게 우리는 실바니안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이 가는줄 모르고 수다를 떨기도 했다. 실바니안 친구들 이야기를 나누는 선생님이 참 예뻐보이고, 행복해 보였다. 그런 이야기를 선생님의 블로그 내용 중 일상에 올리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운영하는 독서학원 공간옆에 3~4평 남짓의 작은 공간이 있었다. 선생님이 나에게 의뢰한 것 중하나가 바로 이 공간에 대해 이야기였다. 나 역시 현재 위치의 책방이 계약이 만료되기전 이전하고 싶어 이미 책방을 매물로 내놓은 상태였고, 선생님이 미리 언지한 독서학원 옆 빈공간을 방문해서 보니 이곳으로 옮기는 것도 좋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위치도 아파트과 초등학교, 중학교 바로 앞이라 더없이 좋았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건 지금의 책방에서는 주문한 책택배를 받을 때 집에서 받고 책방으로 옮겨와야했지만, (일층상가에 비바람이 몹시 들이닥치는 환경이라) 선생님의 독서공간은 상가안에 위치한 곳이라 책이 비에 젖을 우려가 전혀 없었다. 한마디로 책방으로 바로 택배를 받을 수 있었다! 책을 옮기는 일이 만만치않음을 매일같이 느끼고 있기에 나는 선생님의 제안이 무척 마음에 들었고, 현재의 책방자리가 다른분에게 인계되는 대로 바로 옮기기로 했다.
책방을 운영하면서 힘들고 외로웠던 순간도 많았지만, 지금의 소중한 인연과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되어서 참 감사하고 기쁘다. 지난 한해를 돌아보니 매일매일은 전투적으로, 24시간 책방을 생각하면서 지내온 것 같다. 책방이 쉬는 날에도 나는 책을 옮겼고, 강의를 다녔다. 수입이 제로인 날도 많았고, 내가 만든 책수입이 들어온 날도 있었다. 신기한 일도 많았고 소중한 일도 많았다.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는 곳
최고그림책방을 단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바로 이거다.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는 곳. 그런 곳이 되어가고 있고 앞으로 그럴 것이다. 최고그림책방 네이버카페에는 매일같이 영어필사를 하고 인증을 올리는 회원들이 함께해주고 있다. 그래서 나는 더이상 외롭지않다. 그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혼자였다면 불가능했을 일들이 함께이기에 이루어낼 수 있음을 깨닫고 느끼고 있다. 책방을 운영하지않았다면 몰랐을 일들이 나에게 놀라울만큼 하나둘 일어나고 있다. 나에게 와닿는 기회와 기쁨의 메시지가 당신에게도 소복히 와닿았으면 좋겠다.
어떤 계기로 나의 책방을 찾아오든, 잠시나마 머물러가는 공간에 기쁨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p.s.
아이의 학교로 몇달전 이사를 하기로 했고, 여러가지 이유로 책방이전을 계획하면서 지금의 책방은 매물로 내놓은 상태입니다. 네일샵을 운영하든 미용실이나 공방, 가게를 운영하기에도 나름 괜찮은 공간입니다. 파스텔 톤의 부드러운 느낌으로 칼라가 공간을 차지하고, 정갈하게 장이 짜여져있어서 물건이나 상품을 보관, 진열하기에도 안성맞춤입니다. 제가 색깔하나 전등하나 손수 결정하고 선택한 곳이랍니다.
권리금은 없습니다. ^^
지금의 매물에 관심있는 분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첫 발자국을 찍은 이곳을 저는 여전히 사랑할 겁니다. 단지 책방이라는 자리가 다른곳으로 옮겨지긴 하겠지만, 최고그림책방은 앞으로도 지역에서 책의 재미를 알리고 글쓰기를 하면서 성장하는 지역에서 유일무이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