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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May 27. 2020

일곱살 터울을 키운다는 것

엄마 이전에, 나라는 사람

일곱살 터울을 키운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어떤 의미일까? 둘째에 관한 고민을 많이 했었다. 둘째 고민은 낳아야만 끝난다는 말이 있다. 정말 그랬다. 첫째 아이가 5살이 되고 6살이 되어가면서 둘째에 대한 미련이 남았다. 지금의 형편상, 나의 사정상, 집안 경제적인 이유로 둘째를 갖는다는 건 나에게 사치였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또 생각을 했다. 그러다 나의 아이가 일곱살이 되는 무렵, 나는 둘째를 임신했다.


7년 동안 동생없이 외동으로 지내왔다. 아이와 나는 늘 함께 였고, 육아에 무관심한 남편이었기에 늘상 둘이서 다녔다. 아이 이쁜 줄 모르던 남편이었다. 인상을 쓰면서 다니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랬기에 우리는 더욱 붙어다니고 함께 지냈다. 그러던 와중에 둘째를 임신하면서 소홀히 안 대하려 노력했다. 아이가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관심을 주려고 신경썼다. 하지만 둘째가 태어나면서 상황이 반전되었다.


일곱살 터울을 키운다는 건 나에게 이런 의미이다.


하나, 끝난 줄 알았던 뽀로로가 다시 시작되었다.

뽀로로를 근 5년 동안이나 좋아했다. 뽀로로 키즈카페에도 자주 놀러갔다. 뽀로로를 틀어주고 함께 노래를 불렀다.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티브이 채널로 변하기 마련이다. 시크릿 쥬쥬에 폭 빠지더니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신비아파트를 열창했다. 그랬던 딸아이가 지금은 도티 잠뜰, 채캐빈(?) 누구인지도 모르는.(죄송) 인기 크리에이터들을 자주 보았다. 요즘 나오는 인기스타나 아이돌은 다 꿰뚫고 있었다. 더욱이 티브이를 거의 안 보는 나에게는 생소하리 만큼 많이 컸다고 느껴진다. 그러던 딸아이의 성장에, 둘째 아이의 탄생과 다시금 뽀로로 채널이 시작되었다!

첫째 아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나오는 티브이나(아는 형님) 선을 넘는 녀석을, 책을 읽어드립니다 등 다양한 채널을 보고싶어하는 아이인데, 그 옆에 있는 둘째 꼬맹이에게 채널 우선권을 넘겨줘야 한다.

울며 떼쓰기 시작하는 세 살의 시기가 왔기 때문이다. 달래기 위해서 뽀로로~ 뽀로로~를 외쳤으며, 늘 동생에게 채널 우선권이 넘겨졌다. 그러는 동안, 핸드폰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영상을 보며 첫째 아이는 자기 나름의 시간을 형성해 나가기 시작했다.


다시 시작된 기저귀와의 동거

두울, 문구류를 준비하면서 기저귀도 다시 시작되었다.

첫째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면서 준비물이 많아졌다. 연필과 지우개, 아이가 소소하게 써야하는 학용품들이 많았다. 문구점에서 필요한 물품을 준비하고 서점에 가서도 아이에게 필요한 학용품이 무엇인 지 늘 눈여겨 보게 된다. 그러는 동시에 둘째 아이에게 꼭 필요한 기저귀가 다시 시작되었다. 어린이집에도 보내야 하기에 늘 구비해두어야 한다. 팬티형, 밴드형 두 가지 종류를 번갈아 준비했고 잠을 잘 때 요즘 소변량이 부쩍 늘어서 잠자기 용 기저귀를 따로 준비해 두어야 했다. 조만간 기저귀에서 독립할 날도 머지않았음을 느낀다.

아이의 동선에 맞추어 유치원을 등하원하고 아이와 늘 함께였던 시절이 있었다.

셋, 엄마와의 시간이 훨~~~~씬 줄어들었다.

갓난아기부터 어린이집에 보내온 시간 동안, 그 외의 시간들은 거의 내 몫이었다. 아이를 데려다주고 등하원을 시켰다. 그러던 아이가 세 살, 네 살,,, 아홉 살이 되었다. 동생이 태어나 아기의 탄생을 느끼기도 전에 언니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엄마가 나만 바라보았는데, 이젠 동생 위주다. 안전을 신경쓰고 24시간 육아를 맡은 엄마라는 사람은 첫째 아이가 학교에 갔다오는 시간 잠시 잠깐도 동생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둘이 짜장면을 먹으러 데이트하는 일, 집 근처에 차를 타고 작은 분수대에서 물을 만지면서 놀았던 일, 엄마와 웃고 즐기며 솜사탕 먹었던 일,, 이 소소한 일상들이 지금은 매우 귀한 시간이 되었다. 드물긴 하지만, 잠시잠깐 주말에 틈을 내 첫째 아이와 데이트를 하려고 하지만, 아이는 부족하다.


넷, 병원진료와 약봉투가 다시 늘어버렸다! (다시 시작된 예방접종!!!)

첫째 아이는 백일무렵부터 일찍 어린이집에 가면서 폐렴이 자주 왔었고 입원도 6번 정도 했을 정도로 자주 수액을 맞았다. 그러던 아이가 다섯 살 무렵부터 한약도 챙겨먹고 자신의 면역력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이전보다 아픈 횟수와 경도가 줄어들었다. 이젠 건강해졌구나~ 다행이다! 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둘째 아기인 동생의 예방접종 시즌이 시작되고, 환절기에 철마다 걸릴 수 있는 감기도 다시 시작되었다.

정말 급작스럽게 대상포진 이라는 질병에 걸리기도 했는데, 한달 가량을 약을 먹이고 매일 매일을 아이를 다독이며 지냈던 지난 시간이 떠오른다. 그렇게 엄마 마음을 졸이며 아이는 분유도 잘 먹고, 유산균, 초유파우더, 한약을 거쳐 건강하게 잘 성장하고 있다.



다섯,  엄마의 주름살이 늘었다.

어느 날 저녁, 딸이 말했다. 딸이 말한다. 엄마, 동생이 태어나고 주름살이 늘었어!!

그래. 엄마 주름살만 늘었겠냐.. 밤에 잠을 다시 못 자고 깨는 순간이 많아졌다. 엄마가 되면 왜 자주 깨나.. 했더니 정말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바이오리듬 구조를 갖추게 되었다. 아이가 자다가 침대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아이가 열이 날 때는 어떤가? 아이가 열이 나면 해열제를 먹이고 미온수 마사지를 해야 한다. 열이 잘 안떨어지기라도 하면 정말 꼬박 밤을 새우기도 했다. 업고 달래기도 하고, 아기띠를 다시 꺼내야만 했다.

무엇보다 일을 하면서 아이들을 돌보니 체력이 정말 바닥이 났다. 밤에 잠을 못 자서 다크써클이 이 만큼 내려왔다. 얼굴은 점점 푸석해졌으며 아이를 돌보다가 내가 먼저 졸았던 적도 한 두번이 아니다.


여섯, 고급어휘와 짱구만화책을 살 때, 보행기를 준비해야 한다.

아이에게 그림책을 참 많이도 읽어주었다. 다섯 살 되던 무렵 본격적으로 읽어준 듯 하다. 그래서 나의 첫 번째 책이 탄생하게 된 것이지만.. 매일 매일 읽어주다가 동생을 돌보며 모유수유를 해야 해서 그 때부터 아이혼자 읽기 독립을 했다. 스스로 읽게 된 것이다. 그림책에서 만화책으로 넘어가면서 많은 그림과 많은 대화를 읽어내기 시작했다. 짱구를 좋아하고 쿠키런, 카카오 프렌즈 등의 시리즈물을 좋아했다.

많은 책을 사주었는데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교재가 내가 보기에도 어려워졌다. 그러는 동안, 둘째 아기는 보행기가 필요했다. 그렇게 일곱살 터울의 자매는 각자 필요한 물건들을 때에 맞추어 준비해주었다. 물론 경제적인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육아용품을 싹 정리했는데 모두 제자리에 스텐바이 하는 것처럼,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시 준비해야 했다.

일곱, 엄마와의시간이 줄어들었듯이, 엄마의 시간도 반토막이 났다!

그림책을 매일 읽어주었던 엄마가, 이제는 동생 아기와 함께 있다. 얼마나 서러웠을까. 옆에서 읽어주려고도 많이 노력했지만, 생각보다 잘 되지 않았다. 대신 좋아하는 책을 사주고 이제 어느덧 두 돌이 넘은 동생과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는 건 다행이라 생각한다.

아이에게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나, 엄마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정말 프리~~하게 지내온 시간들이 있었는데.... 아기와 늘 함께였다. 밥을 먹을때도,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볼 때도. 그러는 동안 어린이집에 가고 주말에는 남편에게 잠시 한 ~두시간정도 아기를 돌봐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라도 나의 시간을 조금씩이라도 챙겨야 했다.


일곱살 터울을 키운다는 건, 육아가 끝난줄 알았는데 다시 시작됨을 의미하며,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며 정리했던 짐들이, 다시 늘어남을 의미한다. 짐을 정리하면서 또 다른 짐을 들여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아이를 키운다는 건 내 생애 가장 빛나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준 두 보물이 내 곁에 있음을 의미하고,

엄마가 살아가는 이유이자, 살아가는 존재 그 자체임을 문득문득 깨우쳐 주는 너희들이 있어 엄마는 오늘도 참 고맙다. 살아있음이 기적이고, 걸어다닐 수 있음이 기적임을, 너희를 볼 수 있고 함께 웃을 수 있음에 늘 감사해.

엄마의 주름살이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고, 힘이 부친것도 사실이야. 도저히 끝날 것 같지 않은 날도 있고 피곤에 쩌는 날도 상당히 많지. 정신적인 부분과 안전과 먹거리에 신경써야 하는 매일매일의 하루가. 힘이 안 든다면 그건 거짓말이지. 솔직히 체력은 달리고 힘은 들지만, 내 앞에서 엉덩이 춤 추고 이상하고 괴이한 흉내를 내는 너희를 보면 또 꺄르륵 웃기도 해.


10살 아이에게는 정신적인 부분, 정서적인 부분 그리고 학습적인 부분을 많이 도와줘야 하고,

3살 아이에게는 안전과 먹거리에 관한 부분, 그리고 애정과 신뢰의 부분이 많이 필요하고 지원해주어야 하지.


시소를 타는 것처럼 두 아이 사이에서 오늘도 엄마는 분주하지. 머릿 속은 할 일들도, 사도 사도 필요한 물건은 또 왜이렇게 많은지, 매일 돈 쓰고 또 필요한 걸 생각해내는 엄마지만, 매일의 소용돌이 같은 일상 속에서 팽팽 튀어오르는 생각들을 하나 두 개씩 잡아올려 너희들과의 추억을 기록해내지.

너희의 순간순간이 소중하고, 또 엄마의 가장 젊고 푸른 지금의 시간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나의딸들~ 엄마를 선택해 주어서 고맙고, 엄마의 딸로 잘 자라주어서 이쁘다. 사랑한다. 꼬맹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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