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육아의 8할은 OOO이다.

우리집에는 장난감이 별로 없다.

by 정희정

첫 아이 키울 때는 준비된 것이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조그만 빌라 한칸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고 으리으리한 가구나 준비물들은 우리의 공간에 들어올 자리도 없었다. 들어올 자리도 없었고 돈도 없었다. 대신 튼튼한 다리와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열정이 가득했다. 신혼을 즐길 사이도 없이 육아를 시작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준비할 것들이 상당히 많았다.

아이가 태어나고 엄마가 종일 아이를 돌보아야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을 씻겨야 하고 똥을 치워야 하고 기저귀발진 생길까 연고나 파우더를 발라야 한다. 모유를 먹으면 굉장히 자주 변이 나오기 때문에 옷도 자주 더러워진다. 자주 빨아야 하고 옷도 생각보다 많이 필요했다. 트림 시키다가도 분유를 게워내기도 해서 상하의 할 것없이( 위아래 붙은 옷이 제일 편하긴 하다) 자주 갈아입히고 자주 빨아야 한다.

아기 손에 쥐어주어야 하는 딸랑이 등의 장난감도 한 땀 한 땀 새것으로 준비하거나 물려받아야 하고, 누울 자리가 편해야 해서 이불이나 담요 등 아기를 지키기 위한 모든 것이 필요했다. 유모차나 카시트, 아기띠 이 삼총사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육아동지들이다. 물려받으면 제일 좋지만, 안전을 생각해서 내 아이가 오랜 기간 사용할 것을 생각하면 새 것으로 가성비 좋은 좋은 품질의 것으로 장만하는 것이 좋다. 여력이 된다면.


첫 아이와 둘째 아이 사이에는 연결고리가 있었다. 둘째 아이는 태어나면서 첫 아이때는 자주 접할 수 없었던 책에 둘러싸여 있었다. 첫 아이와 한 개, 두 개 사다모으던 책들이 둘째 아이 곁에 있었다. 잠자는 시간 첫째가 읽을 책을 가지고 오면 (혹은 침대 구석구석에 진열되어 있는 책 중 하나를 집어들면) 둘째도 이런 저런 책들을 잡는다. 첫째가 좋아하는 ‘안녕 자두야’라는 책이 있는데, 작은 만화책 형태로 나온 것을 몇 권 구입했다. 둘째도 책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던 시기라 만져보라하며 그대로 두었는데 이빨로 잘근잘근 모서리부분을 깨물었다.

첫째는 속상한 마음에 울고 나는 속상한 첫째의 마음을 다독여주었다. 이가 나던 시기라서 간질거려서 깨물었던 것이다. 애지중지 하던 자신의 책을 동생이 찢기도 하고, 낙서도 한다. 지금은 말을 알아듣는 시기라서 예전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언니의 책을 좋아하고 아무 사심없이 그리고 낙서를 한다.

크레파스

한 쪽 벽면에 책들이 꽂혀있다면 그 중앙에는 크레파스가 있다. 책과 함께 하는 친구다. 첫째가 유치원을 다니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크레파스를 준비했다. 둘째 아이 어린이집에서 생일선물로 받은 조그만 크레파스도 있었다. 손가락에 끼워서 색을 칠하는 형태의(고깔모양의) 유아용 크레파스도 있다.

둘째는 이 크레파스만 있으면 종합장이나 스케치북에, 혹은 바닥에 색칠을 한다. 한 손으로 크레파스를 움켜쥐는 것이 아니라, 정말 연필이나 펜을 잡듯이 크레파스를 제대로 잡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언니를 보고 따라서 했나? 어떻게 잡으라고 알려준 것도 아닌데 보고 배운 것인지 어릴 때부터 곧잘 크레파스나 펜을 잡고 그리기를 했다.

특히 자신의 팔이나 다리에도 싸인펜이나 펜으로 슥슥 칠한다. 볼펜 자국은 씻겨도 잘 씻어지지 않는다. 목욕물에 한참을 담구어도 비누로 문질러도 몇일이 지나 지워졌다. 그럼에도 아이가 스스럼없이 필기도구를 대하고 장난감처럼 재미나게 그리는 모습을 보면서 하지말라고 제제를 가하지는 않는다.

가방스티커

내 아이의 육아를 차지하는 또 한가지는 스티커다. 특히 아기상어 가방스티커를 굉장히 좋아한다. 옆에서 내가 지켜보든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든 아이는 한 곳에 오롯이 집중을 한다. 가방스티커 하나만 있으면 진득하니 한 자리에서 집중을 한다. 가방모양으로 생긴 스티커판에는 아기상어, 엄마상어, 아빠상어가 있고 차례대로 엄마~ 아빠~ 하며 말을 흉내낸다. 이 스티커는 떼었다 붙였다해도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유용하다. 보통의 스티커는 한번 붙이면 다시 떼어내기가 어려운데, 요즘 나오는 몰랑한 재질의 스티커는 아이들이 가져놀고 거울에도 붙였다 떼어낼 수 있어서 위대한 발명 중 하나인 것 같다. 냉장고에도 잘 붙어서 교육용으로 좋다. 펜을 잡고 자신의 몸에 칠했듯이 스티커도 자신의 몸에 붙여본다. 엄마 몸에도 붙이고 아빠 몸에도 붙인다. 잠자기 전 졸려할 때 스티커나 데일밴드(데일밴드도 스티커처럼 떼었다 붙였다하며 사용하기도 한다.)를 주면 자신의 몸에 붙이면서 놀다가 스르르 잠이 들기도 한다.

클레이

세 번째 내 아이에게 친근한 육아도구는 클레이다. 사실 첫째는 슬라임을 굉장히 좋아한다. 1학년 때부터 사들이고 버린 슬라임도 아마 굉장할거다. 슬라임을 진득하고 손이나 옷에도 잘 묻어서 사실 좋아하지는 않는다. 만지는 질감이 좋고 풍선처럼 부풀어오르는 모습이 신기하다고 좋아해서 가끔 사주는 편이다. 첫째가 슬라임을 만지면 둘째도 달라고 조른다.

입에 무엇이든 넣는 시기는 지나서 지켜보면서 슬라임을 조금 떼어주었다. 언니를 따라보면서 자기도 조물락 거리고 슥슥 문지르고 폈다한다. 뒤처리가 힘들고 인체에 무해하다고 해도 너무 오랜기간 사용하는 것은 좋지않다. 반면 클레이는 슬라임처럼 죽죽 늘어나고 만지는 감촉도 좋았다. 아이를 위한 장난감용으로 클레이는 늘 준비해두었다. 언니가 슬라임을 만지고 있을 때 자기도 놀고 싶다고 할 때 클레이를 건넨다. 둘째 아이가 사용하기에도 큰 거부감이 없고 만지는 느낌도 좋다. 슬라임과는 다르게 옷에 붙어도 쉽게 떼어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촉감놀이에 탁월한 것이 클레이라고 생각한다. 만지면서, 조물거리면서 아이도 재미있어 하고 한참을 혼자서 집중하면서 놀기도 한다. 손의 감각을 키워주는 영향도 크다. 바깥 날씨가 추워진 요즘, 그리고 바깥 외출이 쉽지 않은 요즘 클레이 하나면 함께 조물조물거리면서 재미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손의 감각과 발달은 뇌와 인지기능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


그 외 풍선, 물감놀이, 자석알파벳, 냄비 등등

풍선은 어디에나 있다. 문방구에도 팔고, 근처 빵집에도 (oo바게트) 뽀로로 풍선이 판다. 대형마트는 말할 것도 없다. 굳이 헬륨가스를 넣어 공기중으로 올라가지 않아도 풍선 하나면 아이들은 좋아한다. 후후 불어서 묶어주면 통통 튀기면서 놀기도 한다. 아빠와도 풍선을 던지면서 받는 아이는 좋아라 깔깔 웃는다. 특히 뽀로로 풍선은 잘 터지지 않아서 좋다. (oo바게트에서 구입하는 뽀로로 풍선의 경우) 둘째는 특히 풍선을 후후 크게 불어놓으면 그 위에 자신의 엉덩이를 대고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한다. 풍선이 터지는건 나는 몰라요~ 라는 표정으로 아주 해맑게 통통 튀기듯이 가지고 논다.

옆에서 보는 우리는 풍선이 터질까봐 (엉덩이에 깔려서) 양쪽 귀에 손을 갖다대고 터질까봐 조마조마 한데, 둘째는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풍선을 깔고 눌러앉으니 엉덩이 무게를 못 이기고 팡팡 터진 적도 여러번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째는 풍선에 앉아서 가지고 노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뽀로로 풍선은 캐릭터를 보는 재미도 있다. 포비, 에디, 뽀로로, 루피, 패티 이제는 각 캐릭터를 있어 혼자서 종알종알 캐릭터에 대고 말을 걸어본다.


언니의 영향으로 제법 일찍 물감놀이를 접한 둘째. 우리 집 베란다는 물감 수채화들로 알록달록하다. 노란색의 물감통에 물만 받아주면 첫째와 둘째는 거침없이 물감놀이를 시작한다. 새하얀 벽지는 온데간데 없고 베란다는 형형색색의 알록달록한 물감들로 색을 채운다. 자신의 몸을 사랑하고 아낌없이 그리는 둘째는 물감을 묻힌 붓으로 자신의 손에 슥슥 색을 칠한다. 물감색이 손바닥 한가득 묻으면 벽에 손도장을 찍는다. 부드러운 붓의 물감의 감촉이 좋다. 아이들은 색을 좋아하고 만지는 걸 좋아하고 이런 부드러운 감촉을 신기하게 알아낸다. 붓으로 한참을 색칠하고 자신의 몸에도 문지른다.

첫째 때와는 다르게 우리집에는 장난감이 별로 없다. 대신 첫째와 다양한 장소로 데이트를 하면서 한 권 두 권 사다모은 다양한 책들이 있고, 크레파스가 있고 스티커와 물감이 있다. 2~3만원 짜리의 장난감을 사는 것이 그 당시에는 좋았다. 첫째와 함께 놀기에 장난감이 필요했고 장난감을 참 많이도 샀다. 하지만 이후 시들해진 관심은 곧 나눔을 하거나 버려야 했다. 장난감을 사게되면 둘 공간이 필요했다. 아이가 정말 좋아하는 3가지 정도만 남기고 나머지는 공간등의 이유로 정리를 싹 했다. 장난감이나 교구, 블록도 필요하지만 어느정도만 있으면 된다.


의외의 물건, 크레파스, 스티커, 클레이 삼총사만 있으면 언제어디서든 꺼내어 놀 수 있고 하얀색 종이에 색칠을 하고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무엇보다 장난감에 비해 가성비가 굉장히 좋다. 2~3만원 짜리 장난감 하나를 사는 비용으로 크레파스, 클레이, 스티커를 사서 오랜기간 가지고 놀 수 있을 것이다. 아이도 그리고 나도 그리고, 아이도 만지고 나도 만지고. 그렇게 오늘도 나는 아이와 추억을 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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