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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매일 사고 싶고 돈은 없고

오늘도 알라딘 장바구니에 책을 담는다

by 정희정

오늘도 알라딘을 연다. 신간 코너에 들어간다. 오늘도 장바구니에 책을 담는다. 새로 나온 그림책, 보고 싶은 책, 아이를 떠올리며 사주고 싶은 책, 예쁜 그림책, 귀여운 그림책, 아기자기한 책들.. 이 모든 것이 담겨있다. 온라인 어플 안에. 사고 싶은 책은 하나, 둘,, 늘어만 가는데 통장 잔액이 없다. 매달 들어가는 관리비, 임대료, 분유, 기저귀 값. 그리고 생활에 필요한 것들, 먹고 자고 생활하는 데 필요한 것들이 매일매일 사도 늘어만 간다. 그래도 매일 알라딘 온라인 어플에 올라오는 신간을 보면 또 사고 싶다. 저번 달에도 십 만원이 넘게 책을 샀다.


솔직한 엄마의 책사랑 이야기

돈이 없다. 책을 사고 싶은데. 서점에서 실물로 보고 만지면 1~2권 쯤은 사올 수 있다. 온라인에서 보는 책들은 장바구니에 넣어둔다. 조금만 참아보자. 월급이 들어오면 구매하자 하는 생각으로 하나, 둘.. 장바구니에 넣는다. 생필품을 살 때도, 아이들 용품을 살 때도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다. 하지만 책에 필이 딱 꽃히면 나는 그대로 사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 달은 정말 그 마저도 돈이 없다. 솔직한데 창피는 하다. 책 살 돈이 없다니. 나에게 책은 우선순위 1번이다. 아이를 떠올리고 책을 사고, 또 내가 사고싶어서 책을 산다. 저번 달에 너무 많이 샀나? 책을 한꺼번에 많이 살 때가 있다. 지난 달에도 10만원 넘게 아니 훌쩍 넘게 책을 산 것 같다.

책이란 건 신줏단지 모시듯이 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도서관에서 많이 빌릴 때가 있었다. 10~20권까지 빌릴 수 있었다. 둘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도 터덜터덜 책바구니(카트: 화장품을 사면 사은품으로 주었던 장바구니를 책바구니로 활용했다)를 끌고 근처 작은 도서관을 매일같이 출근했었다. 장바구니( 책바구니)에 책을 열 몇 권씩 쟁여놓고 빌리고 또 반납하러 갔다. 한아름 책을 빌려올 때가 좋았다. 읽은 책을 반납할 때가 좋았다.

지금은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이리 책굴, 저리 책굴이다. 침대에도 책이 뒹글거린다. 화장실 앞에는 회전 책장이 있다. 화장실을 오갈때 책 한권씩 들여다보고 챙겨갈 수 있게 마련해 두었다. (사실 회전 책장을 살 때도 몇 개월간 고민을 많이 했었다. 넉넉하진 않았지만, 부족한 살림에 결국 회전책장을 마련했다)

거실 한 켠에는 북웨건이 있다. 첫째가 커나갈 무렵 알게 되었는데, 둘째가 걸음마하고 아장아장 걸어다니고 뛰어다닐 때 지금이야! 하며 북웨건을 주문했다. 필요한 곳에 이리저리 이동할 수 있어서 편하다. 북웨건은. 그렇게 책을 보관할 장소를 늘려나가고 책과 친해질 계기를 하나, 둘 만들어주었다. 책장은 너무 높으면 오히려 아이들이 불편할 수 있어서 거실에는 3칸 짜리로 벽 한 면을 진열해두었다. 총 9칸 짜리의 책장은 안정감이 있고 책을 꺼내보기도 좋고 어떤 책이 있는 지 들추어보기도 좋은 책장이었다.

비워진 책장에 또 차곡 차곡 채워지면

책을 싸악 팔았던 적이 있다. 사실 책쓰기 과정을 들은 적이 있는데, 내가 보고 싶었던 책은 아니었다. '내가 원하는' 책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필요에 의해 다른사람의 추천을 통해 사게 된 책은 사실 내 것이 아니었다. 미련없이 정리하고 팔았다. 새 것 처럼 깨끗한 책이 많았다. 그 책은 '나의 책'이 아니었기에, 큰 미련이 없었다. 책은 나 만의 것이어야 하고, 내 것이기에 쓰고 싶은 말도 적고, 하고 싶은 말도 하고 싶었다. 그렇게 밀물과 썰물처럼 책들이 내 곁을 오고 간 적이 있었다.


이렇게 크게 비워진 책장에 다시금, 내가 좋아하는, 아이가 좋아하는 책들로 다시 한 칸, 한 칸 채워지기 시작했다. 언제가 될 지 읽을 지도 모르는 책들부터 지금 당장 읽고 싶은, 만지고 싶은 책들로 채워져 나갔다. 서점에 가면 아이가 떠오르고 이 책을 좋아하겠지? 생각을 한다. 주로 들여다보니 어플에도 매일 새로 나오는 신간 코너에 들어가면 아이가 좋아하는 책이 두둥실 떠오르면 기분이 좋다. 그럴 때는 큰 고민없이 구매버튼을 누른다.


책 사서 뭐할래?

그래. 책 사서 뭐할래? 책 사서 뭐할건데? 책을 사면 인생을 달라지나? 책 사면 돈이 되나? 책 사면 뭐가 남나? 그래. 책을 사는 것 만으로 지금 당장 달라지는 것은 없다. 인생을 확 바꾸고 싶어도 당장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책쓰기, 글쓰기가 그렇듯이 어떤 일이든 하루, 이틀 당장 일어나는 일은 아니기에. 책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책이든, 내가 '선택'한 책이고 내가 읽어보고 싶은 책이 내 곁으로 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물론 서점의 MD가 이미 '선택'하고 홍보한 책들이겠지만, 그래도 좋다. 그대로 좋다.


어떤 경유로 내가 그 책을 선택하였든, 내가 보고 싶으면 됐고 만져봤으면 된 것이다. 책을 사기 위해 일을 하고 책을 사기 위해 책을 쓰기도 한다. <책 먹는 여우>는 돈이 없어서 책을 사고 싶어도 사지 못했다. 그래서 도서관에 가서 책을 먹기에 이르렀다. 마침내 책이 너무너무 좋은 여우는 책을 쓰기에 이른다. 책을 읽기 위해 자신이 직접 책을 쓴 것이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양의 책을. 책을 살 때마다, 책을 고를 때마다 가끔 '책 먹는 여우'가 생각난다. 책을 사고 싶은데 수중에 여유있게 돈이 없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그래도 또 다시 책이다. 또 다시 온라인 서점을 기웃거린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너희들 거기 꼭 있어! 내가 사줄게. 말한다. 월급이 들어오는 날, 나는 또 충동 책구매를 할 것이다. 한 달에 몇 번씩 나는 책을 산다. 어떨 땐 많이 산다. 어떤 땐 서점에서 1~2권만 사오는 날도 있다. 어느 날은 아이 책만 사올 때도 있고, 또 어느 날은 내 책을 사올 때가 있다. 함께 서점에 가는 날이면 좋아하는 아이. 서점에 가면 아이 생각을 한다.

책을 보면 네가 생각이 나.

그래서 책을 사는 건지도 모른다. 책을 사면 좋아할 아이를 생각하며 오늘도 온라인 서점을 들락날락한다. 아이보다 어쩌면 내가 더 좋아하는 그림책을 고른다. 이 책도 보고 싶고, 저 책도 보고 싶다. 그림책은 더욱 그렇다. 책장을 열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어떤 그림이 나올 지, 어떤 색감이 나올지,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다. 결국 열어봐야 알 수 있다. 장바구니에 담긴 책들. 한 권에 13000~ 15000 원. 티셔츠 하나를 살 때보다 책 하나 결정하는 것이 더 쉬운 나라는 사람. 옷보다는 책을 사는 게 더 좋은 나라는 사람. 그런 책을 사기 위해, 만나기 위해 매일 책을 본다. 더욱 정확히 말하면 책을 사기 위해 책 표지를 본다는 표현이 맞을 거다.


돈이 없어도 책을 살거다. 단 돈 1~2만원이 내 손에 주어진다면 장바구니에 고이 담겨있는 책 한 권을 살 것이다. 구매 버튼을 꾸욱 누를거다. 언박싱의 기쁨도 즐길거다. 아이에게 선물하는 책 선물, 언박싱의 기쁨으로 설레게 할 것이다. 책 산다고 당장 인생이 변하는 것도 아니고 지적수준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라는 걸 안다. 단지 책 그 자체가 좋고 책을 펼쳐볼 때의 느낌이 좋다. 그러다 문득, 내 마음을 터치하는 글을 만나기도 하고, 지금 이 순간 고민거리를 살짝 튕기듯이 풀어주는 한 줄의 글을 만나기도 한다. 책 속에서 줄다리기를 하듯 책과 함께 뒹굴거리는 시간이 좋다. 어떤 책을 살까? 고민하는 시간도 좋다. 책과 함께하는 시간이 내 시간을 엮어가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시간을 채워갈 것이다. 문득 뒤돌아보면 '이 만큼이나 와 있어!' 놀라워 할 순간도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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