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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이게 우리의 임무인걸

맛있는 숲의 레몬

by 정희정

오늘은 상큼상큼한 그림책을 준비했다. 이름도 상큼한, 듣기만 해도 상큼한 <맛있는 숲의 레몬>이다. 그림책의 표지가 반짝인다. 맛있는 숲에는 맛있는 과일들이 자란다. 키위 나비가 훨훨 날아다니고 블루베리 풀꽃과 앵두가 탐스러이 숲에 자리한다. 산딸기를 닮은 무당벌레도 날아다닌다. 그림책을 이리저리 만져보면 노란 빛깔의 반짝반짝한 레몬이 빛난다.


"나는 레몬이야. 맛있는 숲으로 친구를 찾으러 왔어."


친구를 만나러 온 해맑은 표정의 레몬은 방긋 웃고 있다. 맛있는 숲길을 따라 과일 친구들을 만난다. 사과, 복숭아, 바나나 친구를 만난 레몬은 같이 놀자고 말하며 다가가는데, 과일 친구들은 반겨주지 않는다. 과일 친구들은 모두 달콤한 맛이 나는데 레몬은 그렇지 않다는 게 이유다. 레몬은 신맛이 나기 때문에 과일 친구들과 어울릴 수 없다니.

넌 우리랑 달라!


친구들과 놀기 위해 다가갔는데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함께 놀 수 없다니. 레몬은 풀이 죽어 시무룩해졌다. 숲길을 따라 걸으면서 이번에는 채소 친구들을 만난다. 오이, 무, 가지, 당근, 피망 친구들이 함께 공놀이를 하고 있다. 친구들 곁에 다가간 레몬은 같이 놀자고 당당하게 말하지만, 영양은 있는지? 반찬으로 만들 수는 있는지? 채소 친구들과의 오고가는 대화 속에서 레몬은 채소가 될 수 없고 우리의 친구도 될 수 없다는 답변을 듣고 만다.


"그럼 나는......?"

한 번의 거절, 두 번의 거절에도 다시 친구들을 찾아 길을 나서지만 레몬의 마음은 많이 속상하다. 고추냉이, 생강, 고추 향신료 친구들이 삐까뻔쩍한 구두에 잔뜩 멋을 낸 모습을 마주한 순간. 레몬은 울음을 터뜨린다. 향신료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내가 향신료인가? 나는 누구일까? 내 친구들은? 나와 같이 놀수 있는 친구가 있을까? 많은 생각을 하고 고민을 했을 레몬은 의기소침해진 모습으로 향신료 친구들을 만났지만, 살짝 건넨 말에 울음이 으앙 터져버린 것이다. 놀란 향신료 친구들은 레몬 곁에서 따스히 위로를 건네고 유자와 라임친구도 소개해준다. 좀 유별나긴 하지만, 친절한 향신료 친구들 덕분에 레몬은 따스한 위안을 받는다.

새콤달콤한 과일친구들의 모습, 영양가 많고 든든한 채소친구들의 모습을 아이와 함께 들여다보기 좋은 그림책이다. 너와 나의 다름의 인정, 그리고 쓰임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다. 나는 너와 다르지만 나만이 가진 특징이 있고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나름대로의 쓰임이 있다는 철학이 그림책 속에 녹아난다. 코를 가까이 갖다대면 왠지 시큼하고 상큼한 레몬의 향이 날것만 같은 <맛있는 숲의 레몬>을 오늘 식탁에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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