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처럼 비가 오고 천둥이 치는 날, 날씨가 으슬으슬 몸이 떨리는 날 생각나는 그림책이 있다. 사계절 목욕탕은 노란색 표지의 따스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숲속 깊은 곳에 목욕탕이 있어요. 목욕탕 주인은 도토리 할아버지예요.'
초록색의 귀여운 빵모자를 쓴 도토리할아버지가 목욕탕의 주인이다. 개굴 개굴~ 봄을 알리는 개구리 소리에 할아버지는 바빠진다. 도토리 할아버지는 목욕탕을 깨끗이 청소하고 목욕용품을 준비한다. 반짝! 목욕탕 불을 환하게 밝힌다. 할아버지의 손길 하나하나에 목욕탕에 대한 사랑이 느껴진다.
겨울잠에서 막 깨어난 첫번째 손님이 찾아온다. 거뭇거뭇한 털복숭이 느낌의 거대한 동물은 누구일까? 할아버지는 도토리 비누로 쓱쓱싹싹 거품을 내고 묵은 먼지를 씻어내린다. 뜨근한 목욕탕 안의 물로 때를 불리고 온몸을 뒤덮은 털을 빗질해서 말끔히 정리해준다. 겨우내 겨울잠을 자던 덥수룩한 곰은 할아버지의 정성스런 손길을 받으며 말끔하고 단정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초록지붕의 목욕탕집이 인상적이고 몽글몽글 구름처럼 목욕탕의 뜨근하고 따스한 기운이 감돈다. 봄바람이 살랑이는 봄에는 동물친구들이 겨우내 묵직했던 때를 벗겨내고 한결 가볍고 산뜻한 모습으로 새단장을 한다.
맴~맴~ 매미소리가 들린다. 여름의 계절이 왔다. 초록초록의 울창한 숲들 사이에 둥글초록의 커다란 수박이 보인다. 더위에 지친 철새들을 위해 할아버지는 시원한 목욕탕물을 준비한다. 더위에 목이 마른 새들이 시원한 물을 들이키고 시원한 물에서 더위를 달랜다. 무더운 여름 한낮에 동물친구들의 목욕탕은 어느덧 수영장으로 변신한다. 목욕수영장 안에서 풍덩 수영도 즐기고 꿀맛같은 달콤한 수박도 즐긴다.
알록달록, 주황 노랑 붉은색의 계절이 왔다. 바로 가을. 바람이 스산히 불고 '10월의 어느날에' 노래가 생각나는 계절이다. 하나 둘 낙엽이 떨어지고 벤치에는 떨어진 낙엽들이 소복히 쌓인다. 귀뚤~귀뚤~ 귀뚜라미 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오는 듯하다. 가을은 풍성한 계절이다. 봄에 땅 속 깊이 심어두었던 씨앗이 물을 머금고 햇빛을 받으며 죽죽 자라 가을이 오면 알차고 탐스런 열매를 선사하는 계절이 온 것이다. 동물친구들이 산 이쪽 저쪽에서 사과열매도 따먹고 버섯도 채취한다. 커다란 밤송이를 한바구니 담고 나무위에 앉은 새는 잘 익은 열매를 부리로 쪼아먹는다. 배부르게 먹은 동물친구들은 목욕물을 거울삼아 자신들의 얼굴을 비추어도 보고 향긋한 물로 목욕을 즐긴다.
소복히.. 소복히.. 하늘나라에서 하얀색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하얀색 눈송이를 뽐내는 차가운 겨울의 계절이 왔다. 차가운 바람에 몸이 움치러든 동물친구들은 이제 서둘러 집으로 돌아간다(아마도 겨울잠을 잘 채비를 하는 것이리라)
'조용한 숲에 눈이 펑펑 내립니다. 도토리 할아버지는 목욕탕에 따뜻한 물을 받아 두었어요.'
초록지붕에도 하얀색눈이 사뿐히 내려앉았다. 초록색의 목욕탕집 굴뚝에서는 연기가 폴폴 새어나온다. 도토리 할아버지는 따듯한 차 한잔과 함께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을 가만히 바라본다. 겨울잠을 자러 간 친구들 덕분에 할아버지는 이제 혼자다. 시간이 흘러도 혼자다. 아무도 찾지 않는 조용한 초록빛 지붕의 목욕탕집.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절을 눈으로 감상할 수 있는 따스한 느낌의 그림책이다. 도토리 할아버지의 손길로 봄에는 겨울잠에서 깨어난 동물친구들이 멋있어지고 여름에는 시원한 목욕수영장이 되고 가을에는 따스한 목욕물로 친구들의 마음까지 안아주는 초록빛깔의 멋진 목욕탕. 한 편의 그림들을 스르르 다 보고 나면 초록빛깔과 노란색이 기억난다. 따끈따끈한 목욕탕에 몸을 담그고 싶은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