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일기 2-12. 만병통치약, 밤산책

25년 10월 19일

by 정둘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다 보면

침대 밖은 위험한 것인 양 침대를 벗어나지 않는다.


간단하게 밥을 챙겨 먹곤 책 한 권을 집어

침대 위로 올라갔다.


집중이 안되었지만 참고 읽었다.

양쪽 페이지에 실린 모든 문장을 눈으로 훑는 동안

내 머릿속엔 딴생각으로 가득했다.


그래서 결국 책을 덮고 유튜브를 켰다.

유튜브에도 딱히 재밌는 건 없었다.


이건 쉬어도 쉬는 게 아니다.

이럴 땐 침대를 박차고 나가 산책을 하는 게 답이다.

그걸 너무 잘 알고 있었지만 숏폼을 스와이프하며 계속 고집을 부렸다.


그렇게 하루가 거의 다 가고 밤 9시를 넘기니 갑자기 정신이 들었다.

30분만이라도 산책하고 오자.


옷을 서둘러 챙겨 입고 조용히 현관문으로 빠져나갔다.


어제오늘 이틀간 거의 칩거생활을 했다.

확실히 몸은 회복했으나, 마음은 아직 어지러웠다.

그래서 계속 걸었다.

걷고 또 걸었다.

그렇게 오랜만에 걷는 것도 아닌데 살짝 벅찼다.


산책하는 사람들을 눈으로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나는 왜 새롭게 시도하는 게 이토록 어려울까'

'이런 내가 뭔가를 해낼 수 있을까'


숨을 크게 마시고 내쉬었다.

그리고 한 바퀴 또 걸었다.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고여있는 듯한 내가 싫었다.

행동파들이 부러웠다. 당차게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난 왜 이렇게 쓸데없이 생각이 많고 망설이는 걸까.

어차피 잃을 게 없다면 더 홀가분하게 시도할 수도 있을 텐데!


계속 걸었다.


그러다 문득 과거에 큰 선택을 앞두었던 때가 생각났다. 네번 정도 큰 선택을 했는데 그때마다 나는 오랜 시간을 고민했다. 보통 한 1년씩은 걸렸던 것 같다.


선택하기까지의 과정은 숨이 막힐 정도로 힘들었다.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고 혼자서 끙끙 앓았다. 다른 누군가의 말에 휘둘리고 싶지 않았고 결국 최종선택은 내가 해야 함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주변 사람들 말고 여러 멘토들의 강연이나 책에서 답을 찾고자 했다. 어느 날은 갑자기 용기가 생겨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다가도, 또 계기 없이 갑자기 풀이 죽어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를 수 없이 반복하는 과정을 겪었다. 그러다 이 과정의 총량이 쌓이면 그때서야 선택이라는 걸 한다. 힘겹게 한 걸음 떼지만 그때마다 항상 나는 '도전'하는 쪽을 선택했던 것이다. 멋지게 한 방에 선택하지는 못했다.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선택한다. 그게 나라는 사람의 패턴이었다.


산책하다가 얻은 이 깨달음은 나에게 정말 큰 위로가 되었다.

내가 할 수 없는 사람이라서 이렇게 고통스러운 게 아니라, 원래 나는 선택하기까지 고민이 많은 타입이구나.

그리고 이런 고통스럽고 힘겨운 시간을 통해서 결국엔 난 '하는 것'을 선택하는구나.

그리고 지금 내가 고민하고 있는 이 문제에서도 결국 난 '도전'하는 것을 선택하겠구나.

지금은 그 과정 속에 있는 거구나.


두 발로 그저 걸었을 뿐인데, 이런 생각이 나올 수 있다니, 정말 신기하다.

하루 종일 머리 싸매고 고민해도 막막하던 부분에서 산책한지 30분도 안되어 이토록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니.


정말 산책은 만병통치약이다.


오늘의 칭찬일기.


1. 침대의 늪에서 벗어나 저녁에라도 산책을 다녀온 거. 잘했다.

2. 지난 이틀간 쉴 만큼 쉰 거. 잘했다. 내일부터 또 한 주가 시작되는구나. 내일부터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가자.

3. 집에서 쉴 때 보통 손쉽게 배달음식이나 라면처럼 힘들이지 않고 빨리 먹을 수 있는 걸 먹게 되는데, 난 오늘 손수 요리를 해서 먹었다. 메뉴는 계란국과 새우계란볶음밥. 혼자 요리사 아니냐고 극찬하며 다 먹었다. 잘 먹고 잘 쉬었으면 알찬 하루 아닌가. 오늘 하루도 잘 살았다!



내일도 산책 가야지.

이번 주는 매일 밤에 산책 일정을 넣어야겠다.


오늘도 잘 쉬었다.

여러 가지 의미로 고생 많았다.


푹 자자!




이전 11화칭찬일기 2-11. 의식적으로 쉰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