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가면 행복하냐고 묻는 당신에게 )를 읽은 분들은 내가 살아온 여정을 어느 정도 아시겠지만 내 글을 처음 읽는 분들을 위해서 다시 소개를 하겠습니다.
1993년도에 결혼 후 95년 큰아이를 낳고 2000년에 둘째를 낳아 두 아이의 엄마가 됐습니다. 2001년 캐나다로 이민 갔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고 또다시 캐나다로 갔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직 정착할 곳을 정하지 못한 방랑 인생입니다. 바다를 건너는 이사를 여러 번 하고 이민, 유학 상담을 하면서 살다 보니 우여곡절과 사연이 많습니다.
두 딸 모두 성인이 되어 제 곁을 떠난 지금 나는 빈 둥지입니다. 만 25년만 입니다. 이제 인생의 후반기를 준비할 때가 온 것입니다. 앞으로 몇 년간은 글 쓰는 사람으로 살겠다는 의지를 실천하고 시험하는 기간이 될 것 같습니다.
몇 년 전 큰 딸이 하버드에 합격한 후 지인들이 ‘비결’을 묻기도 하고 어떤 출판사에서 출간 제의를 하기도 했지만, 할 말이 많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합격이 대단한 성공도 아니고 잘했다고 내세울만한 경험담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아이가 학교를 잘 다닐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도 했고 혹여나 잘못된 선택은 아니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으니까요. 다행히 큰딸은 학교를 무사히 졸업하고 자기 갈 길을 스스로 찾아가고 있습니다. 둘째 딸은 캐나다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어 씩씩하게 학교를 잘 다니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누군가의 본보기를 자처할 만큼 모범적인 엄마는 아닙니다.
자녀교육에 관한 이슈는 20여 년간 만나온 유학, 이민 상담 고객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던 주제입니다. 자녀교육 목적으로 유학, 이민을 하는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를 덜 받으며 먼 길을 돌아가지 않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니까요. 자신들의 선택이 옳은 것인지 고민하는 고객들과 한국과 북미 교육의 차이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때도 있었고 어떤 교육이 아이를 행복하게 하는지 논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어떤 부모는 한국 대학입시 전형에 맞춰 꼼꼼하게 길을 모색하고 그 계획을 나에게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나 같은 게으름뱅이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주도면밀함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또 해외 명문대학교 진학을 꿈꾸는 부모들은 효율적인 길을 제시해달라며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내 큰딸이 하버드에 진학 한 후로 노골적으로 이런저런 질문을 하는 부모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내가 알려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자식을 명문대 보내는 획일화된 공식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즘 늦게 결혼 해 유년기와 초등학생 아이들을 키우는 동생들에게 당황스러운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조카들이 하는 행동에 어리둥절한 동생이 저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진로문제나 학교생활 때문에 고민이 많은 올케는 한숨을 쉬며 고민을 털어놓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언니로서, 우리 아이들이 그 연령대에 무엇을 하고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기억을 더듬어 어설픈 조언을 해줬습니다.
돌아보면 지난 25년 동안 제 능력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일도 많았고 속상하고 억울할 때도 많았습니다. 지난 일을 후회하며 우울한 시간을 보낸 적도 있습니다.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는 누군가를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저도 아이들을 키우며 처음 당하는 일 앞에서 당황하고 고민했던 초보 엄마였습니다. 단 한순간도 완벽한 엄마였던 적은 없습니다. 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 그때 그랬었구나. 지금의 나라면 다른 결정을 하고 달리 행동했을 텐데..’ 하며 후회하기도 하고 ‘어쭈구리~ 잘했는데...? ’하며 스스로 대견스러웠던 일도 기억납니다.
어느 날 딸들이 엄마인 저에게 우여곡절을 겪으며 아이를 키운 경험담과 조언을 글로 써서 남겨 달라고 하더군요. 육아와 자녀교육 관련 전문 서적이 수두룩하고 온오프라인 어디서나 전문가들의 조언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시절이지만 엄마의 이야기는 좀 더 특별할 거라는군요. 언젠가 자신들이 엄마가 됐을 때 읽겠다고 했습니다.
출판사의 제의를 받을 때는 어디에나 있는 뻔 한 이야기 거나 자기 자랑처럼 들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쓰기를 꺼렸던 내용들이지만 동생과 딸들에게 들려줄 생각을 하니 쓸 용기가 생겼습니다. 이게 바로 꼰대 기질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이번 매거진에서 연재하려는 내용은 , 그동안 출판사나 지인들, 심지어 처음 만나는 사람조차 궁금해하는 저희 아이들 이야기입니다. 요즘 흔하게 쓰이는 독박 육아와 (독한 육아, 독점 육아, 무엇이든) 집안일을 전담하며 워킹 맘으로 살아온 나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천천히 써 보려 합니다.
부모의 역할, 아이의 마음과 생각을 키워주는 방법, 공부 말고 가르쳐야 할 것들, 하버드는 어떤 아이들이 가는지, 서양의 교육제도에서 배운 것들, 아이들을 키우며 함께 성장한 나의 이야기를 쓸 생각입니다.
저는 교육 전문가는 아닙니다. 명문화된 이론을 들먹일 지식도 없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며 함께 성장 한 ‘엄마’ 일뿐입니다. 그 과정에서 얻은 얕은 지식과 경험을 복기하다 보면 실수와 실패에서도 배울 것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언니와 엄마의 경험을 통해 동생들과 딸들이 조금이라도 올바른 판단을 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그 경험을 여러분과도 공유하고 싶습니다. 오래전 이런저런 고민이 있을 때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전전하고, 선배들에게 정보를 얻고 위로를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지금 그 과정을 겪고 있을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