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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 혜진 Mar 17. 2020

아이와 대화는 걸으면서 하세요

평생 잘했다 칭찬할 습관 만들기

부모와 아이의 대화가 중요한 이유.


부모와 아이의 신뢰감, 정서적 안정은 단순히 관계를 좋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학습 능력에도 영향을 줍니다. 아이와 꾸준히 대화하면 학교나 친구관계에 문제는 없는지 정서적 불안감이나 우울감은 없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과 대화를 어려워하는 부모가 많습니다. 그럴 때는 아이와 걸어보세요.  


산책은 개에게도 사람에게도 좋습니다.


요즘은 반려동물에 관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많아졌습니다. 반려라는 단어가 주는 포근함이 좋아 한두 번 보게 됐는데 요즘은 기다렸다 볼 정도로 애청자가 됐습니다.  나도 개나 고양이를 키워볼까 싶어서 요즘은 더 주의 깊게 보고 있습니다. 주인을 잘 만나서 ‘상팔자’로 사는 동물이 있는가 하면 어떻게 교육시키고 키워야 하는지 몰라서 동물을 궁지에 몰아넣는 주인도 많다는 걸 알았습니다. 나도 그 프로그램을 통해서 동물과 같이 살아가는 법을 배웁니다.


 반려동물의 교육방식이 인간교육과 일맥상통하는 몇 가지가 있더군요. 폭력을 사용하는 훈육도 나쁘지만 무조건 예뻐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칭찬과 적절한 보상을 할 때는 일관성 있는 규칙이 있어야 하고 동물에게도 사회성이 중요하다는군요. 반려동물과 같이 사는 주인들의 고민은 다양했습니다. 하지만 반려동물이 이상 행동을 하는 원인은 대체로 비슷했고  해결책이나 훈련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결국 주인과 반려동물 간의 ‘소통’이 문제 해결을 하는 열쇠였습니다.  


동물의 인지능력은 어느 정도 이상 높일 수 없지만 함께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도의 훈련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내가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서 배운 점입니다.


누군가는 인간을 어떻게 동물과 동일시하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3~4세 이전 어린이에게도 비슷한 원칙이 적용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든까지 고치기 어려운 버릇인데 세 살 이전에 잘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요.      


대부분의 개는 주인과 함께 산책하는 시간을 아주 좋아하더군요, 심지어 마당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개도 주기적으로 산책을 시켜주는 게 좋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글에서 내가 주목한 것은 반려견과 주인의 상호 작용이었습니다. 산책을 함께 하다 보면 주인은 개를 더 잘 알게 되고 반려견은 주인을 신뢰하고 존중하게 된다는 내용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가족이라면 당연히 함께 먹고 자고 생활하지만 함께 걷다 보면 서로의 관계가 돈독 해지고 다 같이 성장하게 됩니다. 부모와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주 보지 않고 함께 앞을 보고 걸으며 대화하기.     


걷기는 몸 건강에도 좋다지만 정신건강에는 더 좋습니다.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를 좋게 만드는 데는 함께 걷기만 한 게 없습니다. 오죽하면 연인들이 덕수궁 돌담길도 걷고 남산 둘레 길도 걸으면서 사랑을 키우겠어요.   그런데 어딜 가나 연인과 친구와 산악회와 사 동료들끼리만 걷습니다. 기껏해야 부부가 함께 걷는 모습만 보일뿐 부모와 아이가 손을 잡고 걷는 모습을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걸음마 연습하는 아이들 뒤를 졸졸 따라가는 부모들은 눈에 띄는데 대여섯 쯤 되는 아이가 부모와 함께 걷는 모습도 흔치 않습니다. 심지어 백화점 아동복 코너에도 아이들은 없고 부모들만 보입니다. 아이들은 누구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나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손을 잡고 도서관에 가서 책도 빌려오고 시장에 가서 장도 봤습니다. 아이들이 다 자란 지금도   운동 겸 산책 삼아 함께 걷습니다. 걸으면서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아이들이 조잘조잘하는 말을 듣고 있으면 내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과 대화는 나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그런데 식탁이나 소파에 앉아서는 긴 이야기를 나누기 어렵습니다. 마땅히 할 이야기가 없는 아이들이 눈치 보다가 각자 방으로 들어가 버리기 일수입니다.  대화가 길어지면 결국 '부모님 훈시'로 막을 내립니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과 걸으면서 이야기합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 일주일에 한두 번씩 두 아이의 손을 잡고 산책로를 따라 두어 시간씩 걸었습니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걷다 보면 마주 오는 사람들과 눈인사도 하고  숲길에서 만나는 다람쥐 같은 들짐승을 보고 환호도 했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있었던 일, 읽은 책, 앞으로의 계획, 신앙 이야기, 친구들 소식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갑니다.



앞을 보고 나란히 걸으며 대화하는 것은 마주 앉아 대화하는 것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좋습니다. 잘 모르거나 생각을 오래 하고 답변해야 하는 내용이 나오면 걷는데 집중하는 척하면서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논쟁이 오고 간다고 해도 나무나 풀, 주변 경치를 보면서 주제를 바꾸거나 논쟁을 부드럽게 풀 수 있습니다. 대화를 하면서 변하는 감정을 숨기기도 좋습니다.  집중해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잠시 쉬면서 눈을 마주 보고 이야기하면 됩니다. 화가 나거나 당황한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할 때는 딴청을 부리기도 좋습니다.


 나도 아이들과 걸으면서 대화하는 것의 장점을 처음부터 알았던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과 대화를 하고 싶은 마음에 자주 함께 걷다 보니  깨닫게 된 것입니다.      


둘째 딸은 말수가 적은 편입니다. 내가 열심히 묻지 않으면 학교에서 있었던 일도 이야기하려 들지 않는 아이였습니다.  한번 방에 들어가면 밥 먹을 때 말고는 얼굴 보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같이 산책을 가자고 하면 주섬주섬 옷을 입고 나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시내를 하루 종일 같이 헤매고 다닌 적이 많습니다. 특별한 목적 없이 마냥 걸었습니다. 가던 길에 맘에 드는 카페에 들어가서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쇼핑도 했습니다.  둘이 나란히 손을 잡고 한적한 길을 걷다 보면 고민도 이야기하고 친구 이야기도 하고 좋아하는 아이돌 이야기도 오고 갑니다. 마주 앉아서 이야기를 하면 십 분도 이어지기 어려운 주제로 한 시간 넘게 대화하게 됩니다.        


둘째가 중학교 때 궁궐 걷기 대회에 나가서 몇 시간씩 함께 걸었던 적이 있습니다. 참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중학생 아이와 부모가 함께 참가한 사람은 우리뿐인 것 같더군요. 



걸을 때 관건은 대화입니다. 무슨 말을 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대화하는 태도는 더 중요합니다. 주로 아이가 얘기하고 나는 질문을 합니다. 내가 하는 말은 주로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입니다.   


          

내가 아이들과 많이 걷는다는 말을 지인들에게 하면 공부할 시간도 부족한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며 의아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학원을 다니느라 시간이 없는 아이들과 산책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생각해보면 나도 아이들이 중 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함께 걷는 시간을 내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나는 입시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은 큰 아이를 데리고 호수 길도 걸었고 동네 시장을 헤매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날씨가 험악할 때는 백화점에서 눈으로는 옷이나 화장품 구경을 하면서 대화를 했습니다. 시험기간에도 나는 아이를 데리고 학교 근처를 걸어 다녔습니다.


함께 걸으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지연스럽게 힘들었던 일도 이야기하고 앞으로 계획에 대한 이야기도  하게 됩니다 나도 아이들과 결론을 낼 수 없는 무수한 토론을 했고 책이나 사회 이슈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이와의 관계가 고민인 분들은 함께 걷다 보면 해결될지도 모릅니다. 가까운 곳에 마땅히 걸을 곳이 없다면 맛 집 투어라도 해보세요. 자주 대화하던 관계가 아니면 마주 앉지 말고 나란히 앉아서 밥을 먹으며 가벼운 대화부터 시작해보세요. 마주 앉으면 부모의 표정을 아이가 다 볼 수 있으니까 어색해서 자꾸 눈을 피하게 됩니다. 서로 눈치를 보느라 대화가 매끄럽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차라리 나란히 앉는 게 좋습니다. 마치 처음 데이트를 시작하는 연인들처럼 걸으면서 친해지는 겁니다.  함께 걸으면서 대화해보세요.   


들길 따라서 산길 따라서 시장길 따라서, 어릴 때부터 시작하면 더  좋습니다 이왕이면 손을 잡고 걸어보세요. 사춘기에 접어들면 부모가 내미는 손을 마주 잡는 아이가 많지 않겠죠. 그렇게 한번 놓친 손을 다시 잡기는 쉽지 않으니 어릴 때 자주 손을 잡아야 합니다.  지인들에게 권했더니 반응이 좋더군요. 처음 한두 번은 어색하고 할 말도 없었는데 대화가 점점 확장된다며 더 자주 걸어야겠다고 하더군요 아이들이 귀찮다며 거부해서 실행하지 못한 사람도 있었습니다만 그래도 언젠가는 아이와 손을 잡고 걷고 싶어 했습니다.  


요즘처럼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사회적 거리를 둬야 하는 시기엔 들길이나 산길을 따라 걷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이와 함께 걷기 딱 좋은 날입니다. 공부할 시간이 줄어들까 봐 걱정이라고요? 그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엉덩이 붙이고 오래 앉아있다고 계속 공부만 할 수 있을까요?   


 사실 걸으면서 대화하기의 가장 큰 장점은 아이에게 말할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생각을 정리하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으니 몸과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고. 공부에 집중할 힘을 기를 수 있습니다.  또 부모와 대화를 하면서 소통하는 법을 배우기도 합니다.   (이건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겠습니다)


내 두 딸은 엄마와 걷던 게 습관이 돼서 지금도 각자 사는 곳에서, 친구와 연인과 동료와 때로는 혼자 걷는답니다.  나는 아이들에게 걷는 습관을 만들어준 좋은 엄마입니다.  몸과 마음건강에 걷기만큼 좋은 게 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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