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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찾기 Mar 04. 2023

큰애 수학학원 이야기 1.5

양치기에 대해

앞  글에서 수학학원의 엄청난 양의 숙제, 소위 ‘양치기’에 대해서 살짝 썼었는데 양치기에 대해 한번 얘기하고 싶다.

큰애가 유명수학학원을 그만두게 된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고, 내가 둘째와 셋째를 그 학원에 안 보낸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에 쓰는 양치기에 관련된 글은 내가 애들 키우면서의 경험에서 비롯된 의견이라는 것을 밝힌다. 수학학원 선생님들이나 전공자의 견해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개념부터 충분히 익히고 양치기를 해야 한다.

개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고 큰 애가 ‘수학에 도가 좀 튼 다음’에 그렇게 얘기했었다.

 

수학학원을 이제 막 다니기 시작했는데, 냅따 어마어마 한 양의 숙제가 쏟아지면, 좀 더 고민하면 풀 수 있는 문제까지도,  쉽게 별표치고 패스하고 숙제를 마무리하는데 급급하게 될 수 있다.

큰애는, 많 양의 숙제 때문에 생긴 이 ‘별표 치고 넘기는 습관’을 고치는데 애 먹었노라고 고백한 바 있다.


내가 사는 곳은, 지역에서 학구열이 높아, 서울의 강남 같은 곳이다.

강남처럼 큰 지역은 아니고, 그래봤자 면적으로는 좁은 곳이다 보니 어릴 때부터 이름을 날렸던 아이들의 학업궤적이나, 진학결과를 쉽게 알 수 있는 곳이다. 익명성의 보장이 잘 안 되는 곳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양치기로 유명한 수학학원의 늪에 빠져, 경시대회에서 이름 날리고, 조간신문사이에 껴서 들어오던 학원 전단지에 이름을 도배했었으나.. 잘 안된 친구들이 너무 많다.

일찍 번아웃이 왔고, 사춘기를 호되게 겪었다. 엄마도 아이도 불행해진 케이스가 정말 많다.


오히려 이름도 화려하게 날리지 않았고 존재감 크지 않았던, 그냥 꾸준히 성실했던 친구들의 진학결과가 상대적으로 좋았다.


아이들을 너무 일찍 지쳐버리게 만들면, 진짜로 발동을 걸고 피치를 올려야 할 때, 시들시들 나가떨어져 있다.

입시까지 이르는 길은 꽤 길다. 마라토너가 되어야지 단거리 선수가 되면 곤란하다.


양치기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우선순위의 문제이고 시기의 문제이다.

충분히 개념을 익히는 습관이 먼저 들어야 하고, 스스로 공부할 의지가 있을 때 양치기가 제 효과를 본다.

개념이 완벽히 머리에 탑재되지 않은 채, 수동적으로 많은 양의 문제에 치이다 보면, 깊은 사고를 하는 습관을 들이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양치기를 하다 보면 개념을 알게 되지 않을까요? 하고 질문할 수 있겠지만 경험상 그렇지 않더라.


잘못된 게 먼저 습관이 돼버리면 고치느라 고생하고 시간도 낭비한다.. 수학공부 첫 습관이 중요한 이유다.


큰애가 고 3 때 수학에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을 때 이제 수학문제를 보면 ‘출제자의 의도가 읽힌다’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아, 우리 큰애에게 드디어 출제자의 의도가 보이는 순간이 오다니,, 이제 수학은 됐구나,, 마음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호들갑을 떨었었다.


수능 수학의 경우 평가원 기출문제가 퀄리티가 가장 좋은 문제라고 볼 수 있는데, 한 문제에 2개, 3개, 많게는 4개까지의 개념을 섞어서 문제를 만든다고 한다.

그래서 개념을 ‘정확히’ 아는 게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한다. 개념이 완벽하면 응용된 심화문제가 어렵지 않다고 했다.

우리나라 수능수학의 수준은, 킬러문제가 다소 어렵긴 하지만, 어릴 때부터 주야장천 심화문제를 풀어야만 100점을 맞을 수 있는, 그런 수준은 아니라 했다. 수학을 성실하고 꾸준하게 공부하다가 고등학교 때 피치를 올려도 1등급 맞을 수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과학고나 영재고를 목표로 하면 좀 다른 문제이겠지만, 의대가 목표라면 초등학생의 어마어마한 양치기는 과하다는 견해다.


그럼 양치기가 필요한 순간은 언제일까?

큰애가 자기 경험으로 양치기가 가장, 꼭, 필요한 순간을 얘기한 적이 있다.

수능수학 시험범위의 개념을 “다” 끝낸 다음, 역대 평가원 기출문제를 양치기로 푸는 게 무척 효과적이었다고 했다.

개념을 완벽히 익히고 나서, 하루에 양치기로 몇 백문제씩 풀었다고 다. 오답을 풀고 몇 회 반복하면 실력이 쑥쑥 늘 수밖에 없다고.

이때의 양치기는 엄마나 선생님이나 그 누구의 강요가 아닌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서 움직인 거다. 그러다 보니 효율적일 수밖에 없고 실력이 팍팍 늘었다.


자기 스스로의 의지로 하지 않는 공부는 축적되지 않는다!!


결론은

''은 초등학교 때 '치지' 말고 스스로 공부욕심이 생길 때 '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름 유머 :D)


< 이 모든 내용에도 불구, 일부 초등학생 중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숙제를 즐겨서 푸는 아이가 있을 수 있음을 압니다. 다만 내 아이가 그러기는 확률적으로 쉽지 않지요. 의대에 갔고, 수능수학 100점 맞은 큰애도 초등시절 양치기 숙제는 별표로 패스!  해결하더라고요>


-이 글은 큰애가 고등학교 때 수학공부하면서 했던 말들을 참고해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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