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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찾기 Mar 06. 2023

엄마, 나는 물고기가 부러워

둘째의 어린 시절

광고회사 영상 PD를 하고 있는 둘째는 지금, 군복무 앞둔(한의대졸업 후 가느라 군복무가 늦은) 친구와 베트남으로 짧은 휴가를 떠났다. 영상을 하는 아이라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이나 영상이 너무 선명하고 아름답다.


생각난 김에 둘째 아이 어릴 때 얘기를 해볼까.


둘째는 형과 정확히 13개월 보름차이가 난다.. 둘째는 태어났을 때 우뚝 솟은 높은 코와, 4킬로로 태어나 신생아 같지 않게 살 오른, 뽀얗고 뛰어난 미모로 사람들을 놀라켰다.

친정엄마 말씀으론 그렇게 잘생긴 신생아는 난생처음 봤다 하셨다. 그 잘생겼던 미모는 군 제대 직후 정점을 찍더니, 사회인이 된 후엔 거의  방치되고 있는 거 같^^;;(돌아오라 둘째의 미모여~)

손에 들고있는 애착인형. 옷은 왜 저러나..형제끼리 놀이하느라 옷을 저렇게 입었던 거 같다.

둘째는 블랭킷 신드롬이 있었다. 손에는 무언가를 항상 쥐고 있어야 했다. 낮에는 손에 쏙 들어갈 만한 나무로 된 작은 자동차, 작은 인형들을 늘 쥐고 다녔고(시기에 따라 좀 변했다), 밤에는 태어날 때부터 덮어줬던 타월 소재의 담요 끝을 만지며  잤다. 성인이 된 지금은 그렇지는 않지만 아직도 그 담요는 못 버리게 한다. 너덜너덜해져, 노숙자도 안 가져갈 담요가 아직도 집에 있다.


그리고 밤에 잠드는 게 무척이나 어려웠다.

네 살인가 다섯 살 때쯤이던 어느 날이었다.


엄마, 나는 물고기가 부러워

(엥, 부러울 게 없어서 물고기가? 자유롭게 헤엄 잘 치는 게 부러운가?)

물고기가 왜 부러워?


                                   

물고기는 눈 뜨고 자잖아.
잠잘 때 눈 안 감아도 되잖아.
 나는 잘 때 눈을 감는 게 무서워.
눈 감아서 깜깜해지는 게 싫어..



아, 둘째가 왜 그렇게 잠자길 어려워했나 했더니, 눈을 감으면 세상이 갑자기 깜깜해지는 게 무서운 거였다.

그 뒤로 정말 관찰해 보니, 잠이 쏟아질 때까지 눈을 부릅뜨고 참다가,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때가 돼서야 스르르 눈이 감겼다.


그래서 얼마 전 그 생각이 나서, 둘째야, 요즘도 밤에 잠드는 게 어렵니? 그랬더니, 직장 다니느라 고단해서 눕자마자 잔다, 고 그런다. 다행인 건지 슬픈 건지. 그런 걸 웃프다 그러나 보다.

뭔갈 관찰하는 둘째. 신발도 예사롭지 않다

둘째는 밖에 나가면 아예 땅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 있었다. 개미나 작은 벌레들을 관찰하느라. 둘째의 눈은 늘 땅을 향해 있, 풀 속을 살폈다. 곤충이며 물고기 이름이며 모르는 게 없었다. 책도 그런 종류의 책을 너무 좋아해서 너덜너덜할 때까지 봤다. 여러 책을 좋아했지만 특히 '비주얼박물관'인가 하는 책이, 사실적인 그림과 양질의 내용으로 좋았는데, 늘 그 책을 끼고 살았다. 그래서 그때는 수의대가 적성에 맞으려나, 곤충학자, 동물학자가 되려나, 그런 생각을 했었다. 

책 읽는 둘째.어수선한 집.인테리어고 뭐고 없다

그렇게 책을 좋아하면서, 의외로 '글자'에는 관심이 없었다.(한글을 가르치려 해도 별 관심이 없었고 7살 초에야 뗐다.) 그런데 깜짝 놀란 적이 있다. 한국나이로는 여섯 살이지만 네 돌쯤 지났을 때, 아파트 앞 양지바른 곳 벤치에 앉아 책을 보고 있었는데, 동네 동생에게 책을 설명해 주는 거다.

자전과 공전을 설명하는 입체적인 책으로 아이한테는 꽤 수준 있는 책이었는데, 그걸 너무도 완벽하게 설명해 주고 있었다. (둘째가 읽어달래서 내가 반복해서 읽어줬던 책인데, 그림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마치 글자를 읽듯 설명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너무도 신비롭다!

글도 모르는 둘째가, 평상시 그림 섞인 책들을 마치 글을 읽듯 꼼꼼히 보던 이유가 다 있었구나 싶었다.


초등학교 입학 한지 얼마 안 됐을 때, 하교한 둘째의 가방을 살펴보다가 기절할 뻔한 적이 있다. 속칭 공벌레, 쥐며느리 수십 마리가 가방 앞 주머니칸에 바글바글 한 거다. 그날 놀러 오신 친정엄마가 증인이 되었더라면, 누구에게 얘기해도 믿기 힘들 장면이었다. 만지면 공처럼 변하는 벌레가 귀여웠대나. 교실의 습한 곳이나 주로 지저분한 곳에 있는 벌레를 손으로 집어 가방에 넣었을 생각에 기함했다.


쥐며느리뿐이겠는가.

그 당시 봄이면 학교 앞에서 병아리를 파는 아저씨들이 있었는데 어느 날은 병아리를 여섯 마리나 사 왔다. 생명이니 내다 버릴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잘 키워보려 했으나, 물만 닿으면 죽는 아픈 아이들이었다. 한 마리가 용케 잘 컸는데 장닭이 되기 전 죽었다. 주택도 아니고, 아파트 거실에 닭이 돌아다녔던 때다..


닭뿐이랴. 타란튤라도 제집에서 탈출해서 찾느라 난리가 나고, 부화된 개구리가 사라져 못 찾다가, 이사 가는 날 통돌이 세탁기밑에서 미라상태로 발견되기도 했다. 도마뱀 꼬리 만졌다가 물리고, 도마뱀이 스스로 자른 꼬리는 꿈틀꿈틀 움직여서 나는 놀라 자빠지고,,

거북이에, 장수풍뎅이에 오만 동물들을 키웠다. 둘째가 너무도! 간절히 원하니.


중학교 땐가 둘째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엄마는 싫어할지 모르지만, 나는 돈 조금 벌어도 사육사가 되면 행복할 거 같아. 에버랜드 같은 곳의 사육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때는 사춘기가 오기 전이었다.


거북이 '대두' , 빠른 피그미다람쥐는 '흥민이' ,뱀이름은 모르겠다.도마뱀'돌멩이'사진은 없다. 현재 둘째랑 같이 사는 식구다.

서울에 혼자 사는 둘째는 어느 정도 원하는 걸 이뤘다. 뱀과 다람쥐와 거북이와 도마뱀과 함께 산다. (혼자 산다고 하면 안 되는 건가^^;;)


언젠가 아는 분과 대화 중 우연히 그 집 아들도 디자인 전공했대서 반갑게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집 아들이랑  우리 둘째랑 어린 시절 비슷한 게 너무 많았다.

미대 적성인 친구들이 그런 건가 싶기도 하고, 지나친 일반화인가 싶기도 했다.


잠자리가 코에 앉은 둘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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