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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찾기 Mar 03. 2023

유아 어 굿맨 찰리 브라운

하버드 뮤지컬 주연이라니!

막내가 하버드에 합격한 후 세계적인 코로나팬더믹 상황 때문에 입학식도 온라인으로 하고 첫 학기를 온라인 수업으로 했었다.


1학년은 끝내고 군대 가려고 생각했던 아들은 캠퍼스생활을 제대로 못하는 걸 아쉬워하더니 한 학기만 마치고 휴학을 했다.

아들을 비롯, 외대부고 국제과 동창생 대부분의 남자아이들이 코로나시기에 군복무를 마무리했다. ​


우리나라로 치면 1학년 2학기, 미국은 가을에 1학기가 시작하므로 봄학기 시작하는 올 1월 중순에 막내는 처음 제대로 하버드를 가게 된 거다.

다행히 보스턴 직항이 있어 대한항공편을 타고 혼자 갔다. ​


나도 미국은 오래전 한번 가봤고 하버드는 방문해 본 적도 없어서 막내의 하버드 학부 생활이 너무도 궁금하지만 시차가 14시간 차이 나고 밤 낮이 다르니 연락을 제대로 하기가 힘들다.

시대가 좋아 카톡 영상통화를 가끔 하는데 대화를 욕심껏 나눌 수가 없다.

아이에게 방해될 까봐 먼저 연락을 하기도 조심스럽다. ​


다행히 막내는 국내 있을 때부터 동창생들이나 선후배와의 교류를 했어서 미국에 가서도 만날 친구가 있고,

고등학교 바로 한 학년 위 선배가 있어서 적응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


코로나시기에 갭 이어를 하다가 이번에 복학한 친구들이 꽤 많아서 기숙사 수용에 문제가 있었는지,

원래 막내는 Mather House 기숙사 배정이었는데 Overflow housing 배치되었다.

룸메이트는 캘리포니아 출신의 인도계 2학년 생으로 착하고 좋다 한다.


이번 학기에 신청한 과목들을 들어보고 조정한다는 데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막내는 스스로 알아서 하는 타입이라 나는 항상 대충 흘러가는 분위기만 알지, 세세히 알지 못한다.

외대부고 다닐 때도 미주알고주알 자세한 얘기를 하지 않았다.

막내는 하버드에 도착한 후 첫 주는 부모님이 걱정할 까봐 이런저런 소식을 전해 주더니, 두 번째 주에는 연락이 너무 뜸해 궁금했다.


“네 사진을 보내주어야 우리도 까미 사진을 보내주마ㅎㅎ” 하고 거래를 요구했더니 -막내 어릴 적부터 같이 자라 16살이 된 강아지가 까미다- 아이는 자기가 오디션 준비를 하랴 수업조정하랴 바쁜 중이라 했다.  


오디션이라니? 나는 아직도 정확하게 파악은 못했는데  Harvard theater 가 이번에 “YOU’RE A GOOD MAN CHARLIE BROWN ”이라는 뮤지컬 오픈캐스팅을 하는데 지원해 본 다는 거였다.


그리고 며칠 후, 자기가 뮤지컬 주연 찰리브라운 1st로 캐스팅되었다고 연락받은 캡처창을 보내줬다.

1,2차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되었다고. 1차 통과자 모두가 찰리브라운 느낌 나는 백인들 이어서 긴장했었는데

자기가 뽑혀서 본인도 너무 놀랐단다.

오디션을 뭘 봤냐 하니 노래와 대사였다고.


나는 스누피와 찰리브라운은 알고 있었지만 뮤지컬 작품이 있는지 이번에 처음 알았고, 알고 보니 1999년엔가 리바이벌되어 그 해, 토니상을 휩쓴 작품이라 한다.

솔직히 나는 우리 아이의 영어 레벨을 잘 모른다. 내가 영어를 잘하지 못하기에 평가하지를 못한다.

다만 글을 잘 쓴다는 걸 알고는 있으나 영어로 뮤지컬을 할 수준이 된다는 것도 놀라운데, 오픈캐스팅을 통해 주연 1st로 뽑혔다는 게 정말 놀라웠다.


하버드는 2학년 1학기 끝날 무렵 전공을 정한다고 다.

커먼앱 작성할 때 관심 있는 과를  쓰긴 하는데, 입학 후 여러 분야를 탐색해 본 후 전공을 정할 수 있다.

합리적인 거 같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관심사가 바뀔 수도 있으니까.


막내는 어릴 적부터 연기 쪽에 관심이 많더니 들어가자마자 뮤지컬 오디션을 지원했나 보다.

아직 마음속으로 전공을 확정한 거 같지는 않은데, 엄마의 촉으로 볼 때 TDM 을 부전공으로 선택할 거 같다.


막내는 자기 꿈은 배우가 되고 싶고, 구체적으로는 할리우드 배우라 했었다.

그 말을 한 게 초등학교 때였는지 중학교 초였는지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다.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경험했던 영어연극이 재미있었는지 그때부터 연기에 부쩍 관심을 가졌다.

중학교 때는 연기를 하려면 연극영화과에 가야 할 텐데 그러려면 연기학원을 다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서울에 살지 않아서 - 서울에 살았으면 경험 삼아 다녀보라고 했을 수도 있다-

지방에서 서울로 연기학원을 다니려면 시간과 에너지 소모가 커서 여러모로 힘들 거 같았다.

자칫 헛바람만 들 수 있겠다 싶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가 꿈을 말하는데 함부로 폄하하거나 하찮게 대할 수는 없다.

꿈은 말 그대로 꿈이니 꿈꿀 수 있고, 꿈꾸며 꾸준히 노력을 병행하면 이룰 수도 있고, 그냥 꿈으로 끝날 수도 있는 일이다.  

세상 일이라는 게 어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내가 함부로 먼저, 그런 걸 어떻게 하냐.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조정은 필요할 거 같았다. 그때 나는 엄마로서 내 생각을 솔직하게 말했었다.


지금 연기자로 활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연극영화과 나온 사람들도 있지만,
다른 전공을 하면서 연기자가 된 사람도 많다.
오히려 연기를 전공한 사람보다
나은 사람도 많다.
전공이 필수 조건은 아닌 거 같다.

엄마 생각은 네가 공부도 잘하니
일단 원하는 대학을 간 후,
연기학원을 주말에 다니고,
동아리도 연극동아리 해보고,
재능이 있다고 네 스스로나 주변을 통해
판단되면 오디션에
트라이해보고 하면 어떨까?


막내는 얼마간 생각하더니, 내 의견에 동의했고 목표를 새로 설정했다.

영어로 수업을 하는 고등학교에 가서 해외로 대학을 가겠다고. 그러면서 할리우드배우도 꿈꿔 보겠다고.


그래서 목표로 세운게 용인외대부고 국제과 였다.




주인공 찰리브라운을 막내이미지로 그린 실제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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