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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찾기 Mar 03. 2023

내가 산 흔적을 남기자

글을 쓰는 용기를 낸 또 하나의 이유

10년 전 나는 남동생을  하늘로 떠나보냈다. 유난히 살가웠던 동생을 보낸 후, 슬픔과 허무함으로 오래 힘들었다.

친정가족 모두에게 특별한 존재였던 남동생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큰 충격이었다.

남은 가족들의 삶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처음엔 슬픔에 허우적거리면서도 고통을 애써 외면하고 내색하지 않았다. 태연한 듯 일상생활을 하시는 친정아빠가 사실은 새벽마다 잠에서 깨어 우신다는  알게 되었다. 모두 각각 가슴앓이를 심하게 앓고 있었다.


부모님은 남동생의 부재를 눈으로 확인하기가 싫으신 지 명절 가족모임도 되도록 안 하려 하셨다. 또 다른 위기였다.

가족모임을 주선해 작심을 하고 얘기했다.

동생생각에 눈물 나면 참지 말고 울고,
그냥 감정에 충실하자.
추억하고 그리워하고,
때론 너무 일찍 떠난 나쁜 놈이라고
욕하자
라고.


슬픔을 정직하게 마주하고, 그리우면 그리워하고, 원망스러우면 욕하자고 선언한 이후 진짜로 남동생얘기를 서슴없이 꺼내고 추억했다. 슬픔을 극복하는데 확실히 도움이 되었고 자칫 해체될 듯 불안했던 친정식구들은 오히려 좀 더 끈끈해졌다.


그런 10년의 세월을 겪으며 나는 꽤 성숙해졌고 단단해졌다.

"죽음"이라는 깊은 감정을, 더군다나 친한 외삼촌의 죽음을 너무 이른 나이에 접한 나의 세 아들들도 한동안은 인생의 허무함에 멍한 듯하다가 다행히 일상을 회복했다.



10년의 세월 동안 어느새 세 아들의 입시도 끝냈고 아이들은 청년이 되었다.

큰 아이는 의대에 들어가 벌써 정형외과 레지던트 2년 차를 앞두고 있고 둘째는 미대에 들어가 시각영상디자인과를 나와 영상 PD 2년 차로 접어든다. 막내는 외대부고 국제과를 나와 하버드대학에 들어갔다. 스탠퍼드, 프린스턴 등 무려 9개의 대학에 합격하고 하버드를 선택해서 들어갔다. 한 명도 재수를 하지 않고 소위 현역으로 들어갔다.


10년 전 고통과 무기력의 시간들을 생각하면 10년 동안 내가 키운 아들 셋이 이룬 입시의 결과가 새삼 놀랍고 감사하다. 하늘에 있는 동생이 조카들을 위해 많이 기도해 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솜씨도 별로 없는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다른 글에서 언급한 이유도 있지만 동생의 죽음도 영향을 끼쳤다.


동생의 40여 년의 삶이 결코 평범하지 않고, 분명 아름답고 다채로운 히스토리들이 있었는데 남겨진 건 사진 수십 장이 전부였다. 동생의 삶이나 동생의 생각, 감정등을 공유할 물리적인 자료가 없다는 안타까움.

동생이 살다 간 흔적이 너무도 없었다.


거기서 시작된 거 같다. 내 이야기를 내 히스토리를 남기고 싶은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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