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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찾기 Mar 10. 2023

의대적성?미대적성?하버드대 적성?

앞글에서도 썼지만, 내가 아이들 어렸을 때 스스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건 책을 다양하게, 많이, 반복적으로, 오랜 기간  읽어 준거다. 

그리고 책과 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앉아서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 것이 잘했다고 본다.


그다음엔 아이들 기질과 공부하는 스타일을 관찰해서 거기에 맞는 적성을 유추해 보고, 가이드하려고 노력한 것도 썩 잘한 거 같다. 

물론, 내 판단이 다 맞은 건 아니다. 그래도 누구보다 가까이서 오랜 기간 아이들을 애정 어린 눈으로 지켜봤기에,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다면 적성 발견하기가 어려운 일은 아니라 생각했다.


다행히도 우리 부부는 객관성을 유지하고 아이들을 바라보는 자세를 가진 편이었고, 무턱대고 아이들을 밀어붙이는 타입도 아니었다.


아이들에게 맞는 진로를 예측하는 건, 사실 부모의 시각과 환경이 작용하기도 한다. 적절하고 전문적인 가이드를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부모의 역할이란 것도 한계가 있고, 나머지는 아이들이 차지하는 몫이라고 생각했다.


아들의 적성과 진로를 내 나름대로 판단하는 데 도움을 준 아이들 각 특징을 열거해 보겠다.

(이번 글에서는, 아이들이 진로를 스스로 결정하게 된  내적동기는 다루지 않고, 객관적으로 보여진 특징만 씁니다.)


큰 애는 뭐든 빠릿빠릿했다. 몸도 쟀지만 암기도 빠르고 책 읽는 속도도 빨랐다. 학교공부도 꽤 잘했다. 운동을 좋아해서 체력도 좋았고, 같은  상황에서도 스트레스를 덜 받는 타입이었고 혹, 스트레스를 받아도 털어내는 걸 잘했다. 딱 의대 적성이었다. 의대공부는 엄청난 양의 학습 분량을 속도감 있게 처리할 줄 알아야 하고, 스트레스관리를 잘해야 한다. 의대는 입학만이 능사가 아니라 들어가서 공부'해내는' 능력도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다른 시험 다 잘 봐도 한 과목 F 이면 유급이고,  번 유급받으면 제적이다. 이런 모든 점을 고려할 때, 큰애는 의대적성임을 파악했다.

정형외과 전공의 2년 차인 큰애는 자기는 정말 의사적성이라고 얘기한다. 축구선수가 꿈이었다가 '축구하는 의사'로 진로를 튼 큰애는 현재의 삶이 바쁘고 힘듦에도 불구하고 자기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엄청 높다.


둘째는 세 아들 중 개성이 가장 강한 아이였다. 동물을 좋아하고 마니아 기질이 있어, 동물학자나 곤충학자 같은 학자분야가 맞을까, 수의사는 어떨까 생각했는데, 나의 시야가 편협했다. 내가 판단한 방향으로 둘째를 가이드하다가 사춘기 맞이하고 갈등이 있었으며, 고 1 여름에서야 둘째는 본인의 진로에 대해 구체적인 의사를 밝혔다. 그래서 고1 여름방학부터  디자인과 입시를 준비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시각디자인과로 입학했으나 군제대 후 영상디자인을 전공했다. 졸업 후 광고회사 영상 PD로 일하고 있다. 본인 작품도 꾸준히 하고, 크루가 있어 단체작업도 하고 재밌게 일하는 게 눈에 보인다.


막내는 부모 힘들게 하는 거 없이 무난하게 성장한 아이인데,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뚜렷하게 요구하고 해결해 나가는 기질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진취적이다. 평상시 보기에는 빠릿빠릿하지도 않고 좀 뒹굴거리는 느낌이다. 용인외대부고 다닐 때도 그랬다. 방학 때 집에 오면 뭘 하는지도 모르겠고 뒹굴거리는 거 같아 조바심이 났다.(뭐라고 한마디 하고 싶은데 꾹 참곤 했었다.) 몇 주 그러다가 나중에 보면, 뭔가를 추진하고 조직해 놨다. 일처리가 엄청 꼼꼼하고 야무져 자주 놀란다. 기억나는 게 초등학교 중학교 때 과제나 수행평가를 할 때도, 아주 사소하고 별거 아닌 것으로 보이는, 나 같으면 후다닥 끝 낼 수 있을 거 같은 것들에 까지도, 온 정성을 쏟는다. 엄마의 입장에선 시간 아까워 죽겠는데 천하태평이었다. 중 3 때 담임선생님이 아이 셋을 둔 분이었는데, 어떻게 키우면 막내처럼 되냐고 얘기 듣고 싶다고 하셨다. 선생님들 신임이 두터웠다.

공부를 할 때도 긴 시간 공부하기보다, 집중력 있게 본질에 접근하는 공부를 하는 타입이다. 큰애와 둘째는 엄마가 알아본 학원 어지간하면 가는데, 막내는 내 맘대로 결정하면 큰일 난다. 늘 의논해야 했다. 그런 면에서는 엄청 까다로웠다. 그 대신 자기가 판단해서 간 학원은 돈이 아깝지 않게 성실하게 다녔다. 지금 하버드대학 학부 1학년인 막내는 2학년 2학기부터 본격적인 전공공부를 시작할 거다. 아직 어떤 길로 나갈지는 모르겠다. 본인이 잘할 수 있는 거, 하고 싶은 거 잘 생각해서 하라고 밖에는 해줄 말이 없다.


내 아들들이 살아갈 세상을 가늠하기 어렵다. 내가 청년기를 보낸 대와는 세상의 모습이 너무 다르고 빠르게 변한다.

아들들에게 솔직히 얘기한다. 엄마아빠가 이제 아는 게 그리 많지 않으니 좋은 선배, 멘토들을 만나 자꾸 묻고 배우라고. 다행히 주변 사람들과 선후배들과 잘 교류하며 사는 거 같다.


내 기도의 일부는 늘 같다.


주님, 세 아들들을 시련으로부터 보호하시고 좋은 길로 이끌어 주소서. 행여 시련이 닥칠 양이면, 이겨낼 수 있는 힘과 지혜를 주시고, 시련을 통해 더욱 성장하게 하소서!

내가 좋아하는 사진. 큰애가 둘째에게 " 이 풀벌레 이름은 뭐야?"하고 묻는 장면이다. 막내는 형들이 뭐하나 궁금해 쳐다본다. 형 옷을 물려입는 막내의 바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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