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에 떠도는 것들을 끄집어 정돈하는 작업이 쉽지 않다. 열 편 써놨던 걸 한꺼번에 확 풀고 나니 괜스레마음이 급해져더 그런 거 같다. 글을 다 써 놓고 브런치작가를 신청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오늘은 내 세 아들의 엄마, 내얘기를 조금 쓰자.
나는 한국나이 54세이다.
어릴 때는 50세가 넘으면 확 늙어 버리는 줄 알았다. 그래서
50세가 넘으면 대학 동창모임에도 안 나가리라. 굳이 주름지고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젊을 때의 친구들에게 보이지 않으리라. 젊었던 이미지로만 그냥 기억되고 싶다 ,,
고 다짐했었다.
막상 50이 넘고 보니 (눈 밑에 주름지고 팔자주름도 좀 깊어지고 있지만,) 생각보다별로 늙지도 않았다. 평생 처음으로 제대로 운동하고 있어서인지 체형유지도 제법 되고 체력도 오히려 좋아졌다.
나는 지금 내 나이가 너무 좋다. 심지어는 여태까지의 내 인생중, 가장 좋은 시기인 것 같다.
애들 키울 때처럼 주변에 폐 끼칠까 봐 눈치 볼 것도 없고, 이해심과 너그러운 맘도 커졌고, 나름 삶의 지혜도 생겨 일을 풀어가는 방법을 좀 알게 되었고, 내게 어떤 옷이 어울리는 지도 이제 알겠고, 누가 무섭게 굴어도 잘 쫄지 않는다.
'그 누구의 동의나 허락없이, 내가 하고 싶은 걸 내 맘대로 할 수 있는씩씩한 시기'를 맞이했다.
나는 아이들 입시가 모두 끝나고 좀 정돈이 된 후, 노래하고 춤추기 시작했다. 거기다가 최근에 브런치 작가가 됐으니, '노래하고 춤추며 글 쓰는' 여자가 됐다.
부연하자면,
일 년 여 전부터, 성가대와 줌바댄스를 시작했다.
예전만큼은 아니어도 아직 성대가 쓸만하여 합창을 하고, 솔로도 한다.
춤은 줌바댄스를 추고 있다. 줌바는 파트너 없이 혼자 추는 라틴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최고다! 너무 좋은 운동이고 신나는 댄스다.
처음엔 줌바라는 이름에서 주는 이미지 때문에 '아줌마들 댄스'인 줄 알고 있었다. 그러다 좀 지루하지 않게 오래 할 수 있는 운동을 찾는 중, 우연히 줌바영상을 보고 학원을 찾았고 원데이클래스 참여 후, 바로 등록했다.
유연성이 있었으면 발레를 배우고 싶었는데, 유연성은 없지만 감각은 쫌 있는 내게 줌바가 딱이다. 리듬을 타고 몸을 움직이면 땀이 흠뻑 난다. 나는 여름에도 땀이 별로 안 나서 땀이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운동을 안 해서 그런 것이었다.줌바 50분에 땀으로 운동복이 다 젖는다. 주 3회씩 하고 있다.
일 년 넘게 배우니 새 음악, 새 안무도 금방 익히게 되고, 때론 무아지경에 빠진 듯 몸이 절로 움직이는 경험도 한다. 뭐든 꾸준히 하면 실력이 는다.(작년 연말 시상식 때는 무려, '줌바 퀸 상'을 받기도 했다 ) 나는줌바예찬론자가 되었다.
이렇게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50대가 너무 좋다.
몇십 년 애들 돌보느라 수고한 내가, 내 스스로에게 아름다운 시절을 선물하는 느낌이다.
사실 이렇게 씩씩하게 살게 된 건 애들 영향도 있다. 지들 딴에는 '아이들 다 나가면 중년엄마들이 갱년기와 맞물려 빈둥지증후군도 겪고 정서적으로 우울한 시기를 보낸다'고 주변에서 들었던가 보다.아빠가 저녁모임이 좀 잦을 때면, 가족카톡방에 엄마 외롭게 두지 말라는 둥, 엄마랑 시간 보내라는 둥, 엄마를 걱정하는 톡을 올렸다(내가 성당 가는 것 외에는 별로 나다니지 않는다). 좀 컸다고 엄마 걱정이 되나 싶어 고마운 마음이 들고, 한편으론 애들이 걱정 안 하게 내 생활을 잘해야겠다 싶은 다짐이 들었다.나 스스로를 위해서도 그렇고.
그래서 이렇게 저렇게 궁리하다가 내가 좋아하는 것, 오래 지치지 않고 잘할만한 것을 찾게 된 거다.
바로 '노래하고 춤추고 글쓰기'가 그것이다!(그중 브런치 글 쓰는 게 가장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