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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08. 2023
방과 후 피구 좀 했다고 공부포기했냐 하시면
초등학교 입학 시즌에 드는 단상
바야흐로 입학시즌이다.
아이들 키운 때를 돌이켜 보면, 가장 긴장이 되는 시기 중 하나가 아이들의 초등학교 입학 즈음인 거 같다.
내 아이가 입학해서 선생님이나 아이들과 잘 지낼지, 수업시간 동안 집중하고 잘 앉아 있을 수 있을지, 걱정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들 키우는 부모들에게는 걱정이 하나 더 얹어진다. 아들들은 대체로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섬세하게 전달하지 않는다. 그러니 아들부모들은 반 돌아가는 내용을 몰라 내 아이만 뒤처지는 일들이 생길까 하는 걱정이 보태진다.
경험상, 입학 후 얼마되지도 않아, 여자아이 부모들이 반 분위기며 선생님 분위기를 싹 파악하는 것에 비해, 남자아이 부모들은 백지상태인 경우도 많다. 그나마 알고 있는 정보도, 내 아들의 입을 통해서보단, 딸 둔 엄마를 통해서 건너 들은 정보일 때가 많다.
오지랖 같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해주고픈 말이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엄마들끼리 커피모임을 자주 갖게 되는데, 모임에서 말을 조심하고 아껴야 한다. 모임에서는 아무래도 아이들 얘기나 학급에서 있었던 얘기가 대화의 단골 소재다. 시시콜콜 얘기를 잘하는 아이를 둔 엄마들이 주도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게 되는데, 그게 꼭 '사실 그대로'가 아닐 수도 있다. 엄마(부모)들은 내 아이가 전달한 말을 '너무' 믿는다. 그런데 '있는 그대로의 팩트'는 때론, 전달하는 아이의 입장에 '유리하게' '가공'될 수도 있고, 의도치 않게 '왜곡'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아이가 전달한 내용은 어떤 아이에 대한 비방이나 비난이 포함될 수 있다. 물론, 얼마든지 아이는 '자기 시각으로 판단한' 사실을 얘기할 자유가 있다. 그러나 엄마(부모)는 듣는 것으로 끝내야지(아이와 대화할 필요는 있다), 험담이나 비방을 엄마(부모)들의 모임에서 함부로 전달하면 안 된다.
어디서나 진리인 얘기지만, 학부모 사이에선 더 중요한 거 같다. 입은 무거워야 한다. 모여서 다른 아이 험담은 하지 말아야 한다. 내 자식 높이려고 다른 아이 깎아내리는 일도 하지 말아야 한다. 내게 득 될 것도 없고, 결국은 전달되고 알게 된다.
자식과 결부된 일에는 눈에 뵈는 게 없어지는 게 부모들이다. 부모라 봤자(초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 아빠는) 아직 여물지 않고 성숙하지 않을 수 있는 나이다. 아이일로 엄마끼리 싸우고 얼굴 안보는 사람도 꽤 있고, 그 정도로 끝나지 않고 험악한 상황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초등학교 때 내 아이가 잘한다고 어깨 힘주고 다른 아이 깔봐서도 안되고, 뒤처지는 것 같다고 미리 낙담할 일도 아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엄마들이 주도해서 팀을 묶고 만드는 경우도 많다. 거기에 못 끼면 왠지 뒤처지는 것 같고 소외감을 느낄 수 있으나, 그럴 필요도 없는 거 같다.
나도 큰애 때는 불안했으나, 셋째쯤 되니 그게 별게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초월하는 마음이 생기고 내 아이에 맞는 걸 주도적으로 찾게 된다. 유행에 편승 안 하고 휩쓸리지 않는 평정심도 생긴다.(꼭, 셋쯤 키워야 생기는 건 아닙니다. 첫아이여도 그럴 수 있지요!)
들어가고 싶은 팀이 있으면 들어갈 수 있느냐 물어보면 되고, 불가하다 하면 다른 대체할 만 한걸 찾으면 된다. 큰일 날 게 없다. 조금 여유를 갖고 키워도 된다.
한 번은 그런 일이 있었다.
막내 초5, 봄이었던 거 같다.
전화가 왔다.
언니,
OO(막내) 요즘 방과 후에 피구 해요?
(막내가 주 2회였나, 주 3회였나, 학원 가기 전 한 시간 반 정도씩 피구하고 와도 되냐고 해서 허락했었다 )
어, 왜?
엄마들이 우리 집 막내
공부 포기했냐고 한단다
엥, 이건 또 무슨 소리?
엄마들끼리 얘기하나 보다.
막내가 학교에서 하는 영어연극을 하는데
연습스케줄이 안 맞아
다니던 수학학원도 쉬는 참이었다.
그러니 그런 소문이 났나 보다.
'OO 가 수학학원 도 끊고
방과 후 피구 나 하고 있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