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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찾기 Mar 03. 2023

모범답안이지 정답은 아니다

나만의 빌드 업

어제(3월 1일)부터 큰 아이는 정형외과 레지던트 2년 차가 되었다. 인턴과 1년 차 주치의 시절을 정신없이 보낸 터라 2년 차가 되었다는 것만 해도 너무나 기쁜 지 아침마다 보내주는 문자에 전과 다른 설렘과 흥분이 보인다.


큰애가 연차가 올라가면서 행복해하는 것 중 하나가 한 달에 한번 있는 축구모임에 아빠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을 낼 수 있다는  거다.

특기와 취미가 아빠와 같이 ‘축구’여서, 둘이 만나면 축구 얘기만으로 몇 시간의 수다가 가능하다. 전 세계 축구선수들의 몸값을 비롯 해, 선수 별 히스토리를 꿰고 있다. 둘이 대화를 나눌 때 보면 저런 걸 구태여 왜 기억하고 어떻게 다 암기하고 있는지 신기하다.


축구경기를 함께 뛰고 온 날엔, 그날 경기 중 찰나에 이뤄졌을 볼 컨트롤 장면을 몸으로 실연해 가며 복기한다. 둘이 나누는 대화나 하고 있는 행동을 보면 아주 웃겨 죽는다. 한 편의 시트콤이나,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는 거 같기 때문이다.

부자지간의 그런 모습을 보면 남편은 참 행복하겠다 싶다.


큰아이의 초등학교시절 꿈은 축구선수였다. 유치원 때 주 1회 유아축구단을 보냈는데 그때부터 흥미를 갖더니 초 2 때부터 축구에 흠뻑 빠졌다.

학교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을 비롯 해, 방과 후 잠깐이라도 짬을 내 축구를 했다. 하교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집에 오지 않으면 학교로 데리러 가곤 했는데 온몸이 땀에 절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축구가 더 하고 싶을 수 있는데 엄마가 데리러 오면 멈추고 함께 하교한 아들이 참 고맙다.-


아주 어린 아기 때부터 활동량이 어마어마했는데 커서도 똑같은 걸 보면 재밌다. 병원 일로 고되고 바쁜 와중에도 아주 잠깐의 시간을 활용해 병원 체육관에서 헬스를 하고, 멤버를 구해 풋살을 한다. 스트레스를 술로 풀지 않고 운동으로 푸는 타입이어서 얼마나 다행인 지 모른다.


큰애는 항상 밝고 잘 웃는 아이다. 눈웃음이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다.

유치원 선생님이 그랬었다


어머니, 우리 유치원에
일 년 365일 늘 행복한 친구가
딱 두 명 있는데
그중 한 명이 00(큰애)예요.


대개 첫째 아이는 부모에게 좀 무뚝뚝하고 표현도 잘 안 하기 쉽다는데, 우리 큰애는 정말 밝고 살갑고 다정하다. 감사한 일이다.


큰애가 아기 때는 분리불안이 심했었다.

산후조리를 해 주셔서 얼굴이 익은 내 엄마와 내가 직장 갔을 때 큰애 봐주시던 아주머니와 자주 만나는 이모 의 모든 사람에게 낯을 가렸다.


큰애 밑에 연년생 동생을 둬서 체력적으로 점점 힘들어져, 큰애 4살 즈음엔 어린이 집을 보내볼까 시도했었다. 어린이집 첫날 나와 떨어져 들어가는 게 힘들었는데, 어찌어찌 안으로 들어간 후 한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서 전화가 왔던 걸로 기억한다. 정말 너무나 심하게 온 힘을 다해 울어서 아이가 어떻게 될 거 같아 전화했노라고.

10월생이다 보니 한국나이 네 살이어도, 채 세 돌이 안되었을 때이니 어렸긴 했지만, 수월한 아이들도 많던데 왜 그렇게 적응이 힘들었는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어린이집은 아주 조금씩 체류하는 시간을 늘리며 적응했다.

다행히 그 후 5세부터 다닌 유치원부터는 괜찮았다.


연년생 두 아이가 나와 쉽게 못 떨어지는 타입이어서 나는 내가 아이들을 잘못 키우고 있나 자주 근심했다. 육아책도 여러 권 찾아 읽었었다.

지금처럼 육아 관련 프로그램이 많거나 인터넷으로 자료를 쉽게 접할 수 있었던 시대가 아니어서 나는 육아나 교육 관련 책을 많이 사서 읽었었다. 밑줄을 치고 읽으면서 내가 무얼 잘못하고 있는 걸까 염려했던 시기가 꽤 길었다. 자주 불안했다.


아이 셋을 키우면서 아이들이 서로 너무 싸워서 힘이 들 땐, 세 아이들을 앞에 앉혀놓고 읍소적도 있다.


너네가 이렇게 말 안 듣고 싸우면
엄마 진!짜!루! 속상하다.
엄마가 왜 자꾸 언성을 높이게 하니.
엄마도 원래 이렇게
소리 지르고 화내는
이런 여자가 아니었어!!  


이런 얘기를 하다가 눈물이 폭발하기도 했다.

아이들과 지지고 볶고 살며, 내 원래 모습이 무너져 가는 게 힘들었다.

어린아이들이 뭘 안다고, 아이들에게 이런 하소연도 하던, 지금 생각하면 유치하지만 그때는 심각했던 그런 때였다. 그래도 이런 시트콤 같은 장면이 있은 이후엔, 아이들은 싸운 걸 조금 미안해하고 한동안 또 괜찮아 지곤 했다.

 

하지만 어느새 또 티격태격 다투는 일상이 반복된다.

똑같은 걸 반복하면 약발이 떨어지는 법. 좀 더 참신한 방법을 개발해야 했다. 엄마에게 미안해서라도 형제간에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참신한 연출!


아이들을 키우려면 여러 방면에서 창의적이어야 하는데 나는 창의적인 부분이 좀 부족해서 책에 의존을 많이 했다. 책에서 힌트를 얻고 따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책처럼 상황이 전개되는 게 아니어서 늘 난감했다.


이제와 느끼는 것은 육아는 각기 다르다. 아이들이 각양각색이니 육아방법도 각기 다를 수 있다.

육아에 정답은 없는 법. 책에 나와 있는 게 모범적인 답일 수는 있어도 꼭 정답은 아니다.

내 아이의 기질을 잘 살펴보고 내 아이에 맞는 육아와 교육방법을 찾고 적용하며 빌드 업시켜 나가는 게 중요한 거 같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정말 두려운 일이다. 한 존재를 이 세상에 낳고 키워내는 일은 숭고하기까지 하다.

다만 너무 두려워하고 겁내지는 않아도 될 거 같다. 아이를 맑은 눈으로 잘 보아주는 것. 잘 지켜보는 것으로 시작하면 되는 것 같다. 아이와 함께 부모도 함께 성장하고 성숙해진다.


지나고 나니 새삼 그 세월을 어찌 보냈는지 내가 기특하고, 별 탈없이 잘 성장해 준 아이들에게 너무 고맙다.

오늘도 너무 감사하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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