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기로에 선 인류
코로나 19 사태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만나는 사람마다 최근에 입수한 정보를 설명하면서, 저마다의 분석을 토대로 예상을 내어놓는다.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린다. 다들 심각하지만 대부분 한숨으로 대화는 마무리된다. 남는 것은 모두가 같은 걱정을 공유하고 있다는 연대감, 그리고 어느 누구도 더 나을 것이 없다는 데서 오는 씁쓸한 위로다.
<총, 균, 쇠> <문명의 붕괴> <대변동>을 쓴 문화 인류학자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향후 세계가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한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분명하다.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전 세계가 인류 공동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힘을 모으는 것이다. 지금까지 인류는 공동의 적에 대항하기 위해 힘을 모으지 않았다. 예를 들어 기후 변화라는 인류 공동의 문제에 대해 전 세계는 국가와 대기업의 이해관계에 따라 지리멸렬 사분오열했다. 기후 변화는 치명적이지만 그 피해가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 19는 무서운 속도로 사람들의 생명을 빼앗아가고 있다. 세계는 가시적인 공동의 적이 나타났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전 세계가 함께 대처하지 않으면 이 적을 물리칠 수 없다. 215개 국가에서 바이러스가 박멸됐다고 하더라도 216번째 국가에 남아 있다면 언제든 나머지 국가들을 감염시킬 수 있다. 만약 전 세계가 힘을 합쳐 올해 안에 코로나 19를 정복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험은 우리에게 '인류'라는 공동의 세계 정체성을 부여해 줄 것이다. 전 인류가 공동운명체라는 정체성을 갖게 되고 이를 통해 위기를 극복한 경험을 갖게 된다면 이는 더 큰 문제에 대한 위기 극복 모델로 역할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19 위기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우리가 향후 반년 간 코로나 위기를 성공적으로 이겨낸 후 이를 좋은 선례로 삼아 전 세계 인류가 공동으로 처한 문제를 인식하고 함께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우리가 코로나를 이겨낼 수 있다면 기후 위기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나는 한줄기 희망을 본다.
-제러드 다이아몬드-
제러드 다이아몬드가 예상하는 두 번째이자 최악의 시나리오는 각 국가가 독자적으로 문제를 처리하려고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백신 개발에 성공한 나라가 그것을 다른 나라와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자국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나라마다 국수주의가 팽배해지고 국익 우선주의가 만연해져서 서로 힘을 합치려고 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우리는 세계와 국가를 분열시키는 끔찍한 리더십을 목도하고 있다.
나치 강제 수용소 같은 비참한 상황에서조차 인간은 다른 사람들을 돕고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었다. 그러나 동시에 다른 사람의 신발이나 음식을 훔치는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위기 상황에서 인간은 협력을 선택할 수도 있고 경쟁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리고 어느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인류 문명은 전혀 다른 미래를 맞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