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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낙서인간 Oct 20. 2020

부모님이 병원에 계신데 나는 맛있는 것을 먹어도 될까

부모님의 보호자가 된다는 것 #4

몇 달 전 읽었던 강진아 작가의 <오늘의 엄마>는 주인공 정아 엄마의 항암 투병과정을 통해 죽음과 이별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엄마의 지루하고 긴 투병을 지켜보던 정아는 우연히 지인들과 술자리를 하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여기에 조금 더 있고 싶다. 죽은 남자 친구도 없고 아픈 엄마도 없어 죄책감 없이 웃을 수 있는 곳.' 


시아버님이 사고를 당하고 병원에 계신지 한 달. 아버님은 여전히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거동을 못하는 상황이다. 어렵지만 그를 사랑하는 가족들의 시간은 천천히 그리고 다시 제 속도로 흘러가고 있다.  


다시 바빠진 일상 속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아버님이 힘들게 투병 중인데 나는 친구들을 만나도 될까? 좋은 식당에 가도 될까? 쾌청한 가을 날씨를 즐겨도 되는 걸까?’ 마음이 무겁다. 


무거운 죄책감과 함께 이런 생각도 든다. 내가 많이 아파서 병원에 있는데, 사랑하는 가족들이 이런 죄책감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지내게 된다면 나는 어떨까. 나는 결코 그런 상황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지금 병상에 계신 아버님도, 다른 부모님들도 나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병원에서 힘겹게 흘러가는 아버님의 하루하루, 동시에 아직은 건강하지만 언젠가 우리 곁을 떠날 다른 부모님의 날들 그리고 또 나의 하루하루, 모두 다 의미가 있고 소중하다.  


아버님의 간병도 후회 없이, 그러면서도 내가 누릴 수 있는 많은 일을 하면서 나의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다. 조금씩 지쳐가는 주위 가족들에게, 또 더 힘든 일을 만날지도 모르는 미래의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슬프면 울고, 기쁘면 웃으면서 나를 잘 돌보자고......  




※ 하와이의 라나이섬에 있는 마넬레 골프장을 그려보았습니다. 저는 평소 골프를 치지 않습니다. 결혼하고 10년 만에 신혼여행지였던 하와이를 다시 찾아서 모처럼 골프장에서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사진을 제 시아버님이 보시고는, 저와 함께 골프 라운딩을 꼭 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더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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