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주의

서른아홉 번째 그림과 생각

by 낙서인간
테카포 호수 뉴질랜드.jpg 테카포 호수 Lake Tekapo in New Zealand

전염병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인류 문명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내다보는 시선이 부쩍 늘었다. 질병 바이러스를 통제하기 어렵다는 사실보다 현대 정치, 경제 시스템이 공포와 이기심에 짓눌려 합리적으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점이 사람들을 더 절망케 하는 듯하다. 그러나 일곱 번째 생각 '파국'에서 밝혔듯 전염병은 인류 문명을 파국으로 이끌 1번 후보로 꼽혔던 사안이다. 우리의 예측 범위를 벗어나는 사건은 아니다. (참고로, 한스 로슬링이 파국을 몰고 올 사건으로 꼽은 5가지는 전 세계를 휩쓰는 유행병, 금융 위기, 제3차 세계대전, 기후변화, 극도의 빈곤이다.)


잠시 우울한 현실과 회색빛 전망에서 벗어나 보자.

다음과 같은 기술이 실현될 것이라고 예견한 사람이 있다.


▶2020년대

· 혈관 속에 투여하여 24시간 인간의 몸속 변화를 감시하는 나노봇이 상용화된다. 인간의 거의 모든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할 수 있다.

· 튜링 테스트(컴퓨터의 원리를 개발한 앨런 튜링이 제안한 인공지능 판별법)를 통과하는 컴퓨터가 나오기 시작한다.

· 자동차는 거의 모두 자율주행차로 바뀐다. 고속도로는 자율주행차 이외에는 통행이 금지된다.


▶2030년대

· 가상현실 구현 기술이 발전하여 실제 현실과 구분할 수 없게 된다.

· 2030년대 말에는 우리의 마음/의식을 컴퓨터에 업로드하여 백업(저장)할 수 있게 된다.


▶2040년대

·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보다 10억 배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 분자 단위로 물질을 조립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어 어떤 물질이든 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 예컨대

허공에서 음식도 만들어낼 수도 있다.


▶2045년

· 인간의 뇌와 클라우드 인공지능을 무선으로 연결할 수 있게 되며, 이로써 인간의 지능은 10억 배 증

가한다.


'특이점(Singularity)'이라는 개념으로 유명한 레이 커즈와일의 주장이다. 황당하지 않은가.


레이 커즈와일은 불로불사에 집착해 하루 250알의 영양제(요즘은 100알 정도)를 복용하는 기인이나 괴짜 과학자 정도로 여겨지고 있지만 그의 이력과 저서를 살펴보면 무시할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MIT를 졸업한 후 광학 문자 인식기, 음성인식기, 평판 스캐너, 시각장애인용 음성변환기, 신디사이저를 개발해 큰돈을 벌었다. NASA, 구글, 노키아, IBM 등의 지원을 받아 특이점 대학(Singularity University)을 설립했고 지금은 구글 엔지니어링 이사로 취임해 인공지능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커즈와일은 1990년에 쓴 <21세기 호모 사피엔스>라는 책에서 10년 단위로 수백 개의 예측을 했다. 이 가운데 2009년에 이뤄질 일 147개를 예측했는데 이 중에서 115개, 78%가 실현됐다. 12개는 2011년에 실현되었다. 17개는 부분적으로 맞았고 3개는 틀렸다. (틀린 예측 중 하나는 자율주행차의 등장이니 완전히 틀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커즈와일은 2012년에 쓴 '마음의 탄생'이란 책에서 뇌과학이 밝혀낸 사실을 바탕으로 '패턴인식 마음 이론'이라는 모형을 제시하고, 이를 이용해 감각, 언어까지 처리하는 알고리즘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설명한다. 또 패턴인식을 하는 모듈을 계층적으로 쌓아 학습을 시키면 컴퓨터가 머지않아 '감정'과 '의식'까지 가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미래 예측이 완전히 허황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커즈와일의 급진적이고 초낙관적인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런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고 상상해보는 것이 나쁠 것은 없다. 2045년이면 불과 25년밖에 남지 않은 미래이다. 즉 이런 기술이 실현되는 것을 죽기 전에 볼 수도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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