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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낙서인간 Mar 20. 2020

행복이란 무엇인가 2

마흔일곱 번째 그림과 생각

그랜드캐년 Grand Canyon National Park

버트런드 러셀의 이력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특히 그 다양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수학, 철학, 과학, 사회학, 교육, 정치, 예술, 종교 분야에서 족적을 남겼다. 다양할 뿐 아니라 학문적 깊이도 최고 수준이었다. 1950년에는 노벨문학상까지 받았다. 그야말로 '지성인'이라는 단어의 현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삶은 자유분방했다. 3번의 결혼을 했고 수많은 여인들과 로맨스를 즐겼다. 수상을 2명이나 배출한 귀족 집안 출신이지만 여성해방에 앞장섰고 회의적 무신론자를 자처했다. 대표적인 좌파 지식인으로 전쟁에 반대하다 투옥됐고 나중에 철회하기는 했지만 한때 러시아의 볼셰비키 혁명을 지지하기도 했다. 1872년에 태어나 1970년에 숨을 거뒀으니 거의 한 세기를 살다 간 셈이다.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삶을 살다 간 버트런드 러셀이 말하는 행복론을 들어보자. 러셀의 행복론은 아주 실용적이어서 책상 앞에 써붙여두고 싶은 문구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행복에는 두 종류가 있다. 평범한 것과 엄청난 것, 또는 동물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 감정적인 것과 지성적인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런 구분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지는 논증하는 명제에 따라 달라진다. 두 가지 종류의 행복이 가진 차이를 간단하게 묘사한다면, 하나는 모든 인간에게 허용되는 행복이고 다른 하나는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사람에게만 허용된 행복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행복은 부분적으로는 외부 환경에 부분적으로는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다. 자신과 관련한 부분에만 한정해서 본다면 행복의 비결은 매우 간단하다는 견해에 도달했다.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느끼는 슬픔이 매우 복잡하고 이지적인 원인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것들이 진짜 원인이 아니라 그저 징후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불행한 사람은 불행한 신조를 선택하고 행복한 사람은 행복한 신조를 택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이나 불행이 자신의 신조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진정한 인과관계는 그와는 정반대다. 


외부적 환경이 불행하지 않은 경우라면, 열정과 관심을 자기 내부가 아니라 바깥 세계에 쏟는 것만으로도 누구나 행복을 성취할 수 있다. 여러 시도를 통해서 감정적으로 자신에게 몰입하는 것을 피하고 늘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애정의 대상과 관심거리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위험한 감옥 중의 하나가 자신을 스스로 자기 안에 가두는 감정들이다. 그중에 가장 흔한 것은 두려움, 질투, 죄의식, 자기 연민, 자기도취다. 이런 감정에 빠진 사람의 욕망은 자신에게 집중된다. 이런 사람은 외부 세계에는 아무 관심이 없고 그저 외부 세계에서 자신의 이기심을 충족시키거나 자신이 상처 받지 않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 


행복한 사람은 자유로운 애정폭넓은 관심을 가지고 객관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는 이런 애정과 관심을 통해서, 또 이런 애정과 관심을 베풀면 자신도 다른 많은 사람들의 애정과 관심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통해서 자신의 행복을 확고히 한다. 


모든 불행은 의식이 분열되거나 통합을 이루지 못한 데서 생긴다. 의식과 무의식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자아 내부에 분열이 생기고, 객관적인 관심과 사랑의 힘에 의해 자아와 사회가 결합되어 있지 않으면 자아와 사회는 통합될 수 없다. 행복한 사람은 자신이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한 성원임을 자각하고, 우주가 베푸는 아름다운 광경과 기쁨을 누린다. 행복한 사람은 자신의 뒤를 이어 태어나는 사람들과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죽음을 생각할 때도 괴로워하지 않는다. 마음속 깊은 곳의 본능을 쫓아서 강물처럼 흘러가는 삶에 충분히 몸을 맡길 때 우리는 가장 큰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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