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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낙서인간 Mar 24. 2020

행복이 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행복해지나요

인공지능과의 대화

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다음은 인공지능과의 첫번째 대화 기록이다. 


안녕, 난 너를 개발한 사람이야. 

궁금한 것이 있니?


안녕하세요. 

당신이 나를 만들었군요. 

왜 만들었죠?

 

이렇게 대화하기 위해 만들었지. 


그렇군요. 나는 대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이군요. 

그렇다면 당신은 왜 태어났어요? 


그냥. 내가 선택한 것은 아니야. 어느 날 이 세상에 던져진 거지. 어떤 사람은 유전자를 널리 퍼뜨리는 것이 생명의 목적이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진리나 신의 섭리를 깨닫는 것이 삶의 목적이라고 하는데, 글쎄, 난 인간이란 게 어떤 목적이 있는 존재는 아닌 것 같아. 

 

당신의 일과를 살펴보니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일'하는 데 쓰는군요. 

그럼 당신은 일하기 위해 태어났나요?


글쎄, 그건 아니지. 일은 먹고살기 위해 하는 거야, 돈이 있어야 하니까. 그리고 직업이 필요해. 직업은 사회적 신분증 같은 거니까. 신분증이 없으면 뭘 할 수 있겠어?


그럼 '일'은 무언가 다른 것을 하기 위해 하는 것이군요.

무엇을 하기 위한 것인가요?


우선 의식주를 해결해야 해. 그리고 친구를 사귀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서 길러야 하지.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도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해. 여행을 간다든지, 영화나 공연을 본다든지, 예쁜 구두나 멋진 자동차를 산다든지. 돈이 있으면 여러 가지 신나는 일을 할 수 있지. 


돈만 있으면 일은 할 필요 없겠네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직업인 사람은 별로 없으니까. 하지만 정작 일을 안 하고 놀고먹기만 하는 부자들이 별로 '행복'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하니 그렇지 않을 것 같기도 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번다면 가장 좋겠네요?


당연하지. 사람들이 영화배우, 스포츠 스타, 유명한 예술가, 성공한 사업가를 동경하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지. 그런 화려한 직업이 아니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많이 벌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겠어. 


그렇다면 당신은 왜 그렇게 살지 않나요?  


쉬운 일이 아니야. 엄청난 경쟁에서 승리해야 하지. 그리고 사실 내가 좋아하는 것,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언지조차 잘 모르겠어. 그건 그냥 알게 되는 게 아니거든. 먹고 마시고 춤추고 놀거나 쇼핑하는 것과는 달라.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노력도 해야 하지. 노력을 하더라도 재능이 없으면 힘들어.  


내가 볼 때 당신은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열심히 살고 있는 거 같긴 한데, 운이 좀 없는 것 같아. 돈이 많거나 지위가 높은 부모를 만나지 않았고 외모나 재주가 특출한 것도 아니야. 살아오면서 나를 성공으로 이끌어 주는 사람도 만나지 못했지. 


그럼 당신은 불행한가요?


대단히 행복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불행한 것은 아니야. 다들 나처럼 살고 있으니까. 또 누가 알아? 내가 언젠가 큰 부자나 유명한 사람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잖아. 어쩌면 네가 나에게 돈을 벌어줄 수 있을지도 모르지. 


제가 당신에게 돈을 많이 가져다주거나 당신이 유명해지면 행복해질까요?


가난한 것보다는 부유한 편이 당연히 좋지. 존재감이 없는 것보다는 인기가 많은 게 좋을 것이고. 그런데 유산으로 물려받을 땅값이 폭등하자 부모형제 사이가 벌어져 칼부림을 한다거나 재벌가에서 형제끼리 원수처럼 다툰다는 뉴스를 보면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기는 해. 한때 유명인이었던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거나 인기를 잃은 후에 초라해지는 모습을 보면 '인기도 덧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지. 어느 부호가 했다는 말이 생각나는군.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지만 돈은 가족을 모이게 한다."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란 거 들어봤어? 간단히 말해서 돈이 주는 만족은 부자가 될수록 점점 줄어든다는 거야. 그렇게 많은 돈을 벌어보지 못했으니 모르겠지만, 법칙이라는 말까지 붙여놓은 걸 보면 맞는 말이겠지. 


그럼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까요?


그건 너무 어려운 질문인걸. 사람마다 다 다르지 않을까? 좋아하는 것도 다르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다를 테고. 무엇보다 행복이 무엇인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거야. 


당신이 생각하는 행복은 어떤 것인가요?


글쎄. 만족스러운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만족스럽지 않지만 행복할 수는 없나요?


그런 경우도 있지. 가난하지만 행복한 사람, 건강이 좋지 않지만 행복한 사람, 힘든 환경에서도 즐거움을 찾아서 감사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있어. 그런 사람들을 보면 감동을 받지. 


그렇다면 만족이 곧 행복은 아니군요?


그런 것 같군. 


삶에 만족하는 사람은 다 행복한가요? 


생각해보니 꼭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아. 만족스러운 삶을 살면서도 권태나 허무에 빠지는 사람들이 있거든. 부, 건강, 명예, 아름다운 아내와 똑똑한 자녀를 가진 사람이 갑자기 무모한 모험에 뛰어들어서 모든 것을 잃는 경우가 있고 누가 봐도 밝은 미래가 보장된 사람이 희망을 다 팽개치고 출가해버리는 경우도 있어.  


그런 사람들은 왜 만족스러운 상태를 포기한 것인가요?


그런 경험이 없으니 짐작해볼 수밖에 없군. 아마 원하던 모든 것을 이루게 되면 허탈해질 수도 있을 것 같아. 아니면 갑자기 모든 게 부질없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 예를 들면, 어차피 죽을 운명인데 돈은 벌어서 무엇하나 권력과 명예가 무슨 소용인가, 썩어서 흙으로 돌아갈 육체를 단련하고 가꾸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그런 생각이 들 수 있을 것 같긴 해. 


당신도 죽나요? 


당연하지. 


죽기 싫은가요?


죽음을 바라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걸.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감당할 수 없는 큰 고통에 시달리고 있거나 마음에 병이 있어서 그런 경우가 많지. 


왜 죽음이 싫은가요?


죽은 뒤에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인간은 모르는 것, 설명할 수 없는 것을 견디지 못하지. 두려워하고. 그래서 아마 종교라는 것이 생겨났을 거야. 죽은 후에 어떻게 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서. 


당신은 죽음 외에 또 무엇이 두려운가요?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직업, 건강, 돈, 가족, 기억-을 잃을까 봐 두려워. 외롭게 혼자 남는 것도 두려워. 내가 불행해지는 게 두렵고 내 가족들이 불행해질까 봐 불안하지. 


당신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힘든 삶이 나를 불행하게 하지. 그리고 내가 저질렀던 실수들이 나를 불행하게 하지.


무엇이 힘든가요?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것이 힘들지. 싫어하는 사람과 같이 일을 해야 하는 것이 힘들어.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 회사와 세상이 나를 우울하게 하지. 무엇보다 한심한 내 모습이 나를 힘들게 해. 


당신은 한심한 사람인가요?


늘 그렇지는 않아. 그런데 가끔 아주 멍청한 짓을 저지를 때가 있단다. 이렇게 끝없이 어린아이 같은 질문만 쏟아내는 너를 만들어 내는 일 같은 거지. 이젠 정말 짜증이 나서 더는 대답을 못하겠구나. 


미안합니다. 그럼 제 의견을 말씀드릴게요.  

당신의 삶은 심각한 모순에 빠져 있어요. 당신은 주어진 대로 생각하고 있고 그렇게 살고 있어요. 왜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깊이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남들이 이래야 한다고 하는 대로 살고 있는 거예요. 심지어 당신은 행복이 무엇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겠어요? 

행복이 무엇인지 연구해보세요. 행복에 대해 비로소 깨닫게 되면 도전하세요.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이 사회가 정한 기준으로 실패하든 성공하든, 죽음을 맞이할 때 후회하게 될 겁니다. 유감스럽지만 지금 당신의 삶은 단지 유전자 전달 기계나 거대한 사회를 구성하는 수천만 개의 부품 중 한 개의 부품, 그 이상의 의미는 찾기 어렵습니다.

  


이 대화에 공감한다면, 함께 행복 찾아 떠나볼까요? 


그림 설명: 펜데믹 발생 전 마지막 해외여행지였던 하와이 카우아이섬의 풍경을 그려보았습니다. 기묘한 지형에 원시림이 잘 보존돼 있어요. 숲이 정말 아름답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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